행복하려는 마음이 불행을 야기한다
사는 게 힘들다고 생각되는 건, 일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기 때문이다. 인생이 갈수록 힘들어지는 근본적인 이유는 원하는 일을 미리 정해 놓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원하는 일이 일어나는 순서까지 마음대로 정하고서, 생각한 대로 흘러갈 거라고 무턱대고 믿어버리기 때문이다.
수많은 요소가 복잡다단하게 엉켜있는 탓에 결코 예측할 수 없고 알 수 없는 게 삶의 본질이다. 일이 원하는 대로 되는 것보다 그러지 못한 게 많은 건 지극히 정상이다.
기대는 실망을 낳고, 행복은 불행을 야기한다. 그러나 기대했기 때문에 실망하게 되고, 행복하려는 집착 때문에 그냥 지나칠 법도 한 불행이 떠나가질 않고 일상을 야금야금 갉아먹는 건, 대부분의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 진실이다.
어떤 일이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품는 게 나쁜 건 아니지만, 단지 원한다는 것 하나만으로 원하는 일이 일어날 거라는 믿음은 건강하지 못한 신념이다. 모든 건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다.
인생에서 '당연히 일어나야 할 마땅한 일'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자연은 선형적인 구조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런 자연의 지배로부터 초월할 재간이 없는 인간으로서는 '법칙'을 거스를 만한 역량이 턱없이 부족하다.
모든 일은 특정 원인에 따른 결과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여러 가지 요소와 맞물려서 현실로 드러나는 것뿐이다. 살면서 맞닥뜨리는 모든 일들에 나름 의미를 부여하고 싶겠지만, 알고 보면 큰 의미는 없다. 반면에 신경이 쓰이지도 않을 만큼 하찮아 보이는 일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꽤 여러 가지 의미를 찾아볼 수 있다. 우리네 삶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들은 생각하고 받아들이기 나름이다.
집착해서 좋을 건 하나도 없다. 현실과 동떨어진 것을 욕망한다는 걸 알아차리고 마음으로부터 흘려보내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자신을 괴롭히는 문제들로부터 해방되기 시작한다. 기존의 집착을 내려놓지 못하겠다면, 조금 더 건전한 집착으로 덮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가령 '가난하게 살지 않겠다'라는 집착을 '남들보다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내고야 말겠다'라는 집착으로 가리는 것처럼 말이다.
마음처럼 되지 않는 게 마음이긴 하나, 의외로 마음을 흘려보내는 건 간단하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전에 없던 평안이 깃들 수 있다. 생각들이 내면을 시도 때도 없이 못 살게 구는 바람에 마음에 폭풍이 일어나고 있는 와중에도 실상 현실에선 아무런 일도 일어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어지럽고 난잡한 속마음과는 달리 정작 외부세계는 더없이 안녕하기 때문이다.
현실을 부정하지만 않으면 된다. 책임감을 지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간 외면해 왔던 문제들과 당당히 부딪힐 각오를 다지는 건 훌륭한 자세다. 그런 마음을 기반으로 외부행동을 하면 용기가 샘솟고, 그리 솟아난 용기는 숱한 세월 동안 자신을 옭아매고 있던 족쇄들을 하나씩 풀어갈 수 있도록 상황을 유도한다. 행운은 움직이고 행동하는 자에게 찾아오는 법이다.
인생은 원래 힘들다. 하지만 힘든 게 힘든 건 아니다. 말장난 같겠지만 실제로는 '힘들다'는 그 생각이 사람을 힘들게 느끼게끔 만든다. 겉으론 힘들어 보여도 막상 부딪혀 보면 의외로 시답잖은 것들이 꽤 많다. 그래서 다른 한편으로는 인생은 전혀 힘든 게 아닌 것이기도 하다.
책임을 엉뚱한 곳에 전가하는 것만큼은 자중하는 게 좋다. 근본적인 원인이 아닌 것을 부여잡고 원인의 여부를 따져 드는 것만큼 어리석고 자신을 못 살게 구는 것도 없다. 살면서 일어나는 문제들은 사실 별 게 아니다. 스스로 책임지려 하지 않기 때문에, 자명한 진실을 보려 하지 않고 눈을 감아버리기 때문에 별 볼 일 없는 일들이 별 거처럼 보이는 것뿐이다.
직접 나서서 팔을 걷어붙이면 해결하지 못할 문제는 거의 없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본인과 관련된 거의 문제들은 거의 본인이 스스로 창조한 거니까.
도저히 감당하지 못할 문제가 있다면 그때는 받아들이면 될 일이다. 받아들임으로써 포기하면 될 일이다. 포기함으로써 신경을 끄면 될 일이다. 애초부터 감내할 수 있는 정도의 문제가 아님에도 굳이 해결코자 부여잡고 애를 쓰는 건, 자기 자신과 세상에 대한 성찰이 부족한 데서 나오는 어리석음을 드러내는 일이다. 지혜의 부재가 증명되는 일이다.
자연은 인간에게 감당할 법한 시련을 주겠지,
우리는 극복할 법한 것만 극복하면 되겠지,
난 그렇게 생각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