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에 속지 말고 시스템을 만들어라
독서생활 10년 읽기만을 10년간 해왔던 나는 드디어 아웃풋을 해보려 그놈에 서평이라는 걸 써보기로 하고 몇 줄 적어내기 시작했다. 서평이 뭔지는 잘 모르겠으나 '평'이라는 단어를 보니 내가 이 책에 대해서 뭔가 평가를 내려야 하는 것만 같은 기분으로 글을 써봤다. 하지만 내가 누구를 평가한다? 내가 책을 평가한다? 나와 어울리지 않았나보다. 분명히 서평을 쓴다고 생각했던 나는 다 쓰고 보면 언제나 독후감 형태의 지극히 주관적인 나의 감상문이 완성 되어 있었다. 그래서 그냥 그런 형식을 그대로 유지하며 서평에서 독후감으로 이름을 바꾸어 써나가고 있다.
만약 내가 서평이라는 걸 고집했다면 어땠을까? 아마 진작에 글쓰기를 그만뒀지 싶다. 서평이라는 것도 하나의 글의 형식에 불과하다. 그것을 서평이라고 구분지어 놓은 건 인간이 정해놓은 것이기 때문에 사실 경계가 없는 것이다. 내가 써놓고 서평이면 서평이고 내가 독후감을 썼더라도 보는 이가 서평이면 그것도 서평인 것이다. 그래서 그런 단어의 프레임을 벗기고 나의 글쓰기에 집중하기로 했더니 여태껏 글을 만족스럽게 써오고 있다.
초심을 잃지 말라는 얘기를 종종 들을 수 있다. 초심은 어떤 행동을 하기 전 가장 순수한 동기가 일어난 시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 무조건 초심을 잃지 않아야 좋은 건 아니다. 때로는 초심같은 건 냅다버려야 더 발전할 수 있는 경우도 많다. 나의 글쓰기에선 초심을 되새기는 것이 도움이 되었다. 서평을 쓰려고 했는데 뭔가 잘 안써지고 항상 쓰고나면 독후감이 되어버리는 게 나의 능력 탓이라고 스스로를 깎아내리지 않고 나의 초심은 글쓰기가 주 목적이었으니 그저 쓰는 것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보는 사람도 고려하지 않는다. 단지 나의 감정에만 집중한다. 글 쓰는 동안만큼은 오로지 나의 내면세계로만 몰입한다. 그 어떤 것도 내가 글을 쓸 때는 그 사이에 끼어들지 못하게 환경을 조성한다. 그러다 보면 글이란 어떻게서든 완성되어진다. 이것이 내가 갑자기 글을 쓰기 시작해서 평균 1500자 정도를 써내는 비결이다.
솔직히 난 평소에 생각이 너무 많아서 탈인 편이다. 생각을 보통 사람보다 살짝 어렵게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나의 특징을 잘 알아서 그런지, 정말 내가 해야 하는 것이 있으면 최면을 걸어서라도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들을 죄다 무시하곤 한다. 무시가 되지 않으면 그대로 안고 가려고 한다. 내가 내밀어낸다고 밀려지는 것들이 아니기 때문에 때로는 그저 안고 가야할 때도 있더라. 마음공부할 때도 많이 배웠지만 역시 행동을 가로막는 건 그 어떤 누구도 아닌 본인의 생각 하나 뿐이다. 난 하도 내 생각에 가로막힌 적이 많았기 때문에 그런지 이런 점을 역이용하니 글이 줄줄 새어나오는 것 같다. 그만큼 내 안에 내가 모르는 한없이 넓은 세상이 존재하고 있는 걸지도.
글쓰기가 안 되서 고민인가? 아마 에너지를 아끼는 게 주 업무인 당신의 뇌는 제 주인이 본인의 속임수에 잘 넘어가서 혼자 좋아하고 있을 것이다. 나의 행동을 가로막는 프레임을 잘 찾아내보자. 그래도 안되겠으면 글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본인을 집어넣어보자. 그래도 안되겠으면? 점 하나라도 찍고 자라. 안하는 것보단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