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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보 Mar 16. 2024

내 사람인지 아닌지는 일단 만나봐야 안다

괜히 망설여봤자 좋을 건 하나도 없다


"요즘 마음이 좀 그래."


"왜, 무슨 일 있나?"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는데 쉽게 말을 못 걸겠네."


"뭐 때문에?"


"모은 돈도 없고 집도 없고.."


"..."


연애세포가 소멸한 줄 알았던 친구에게서 예상치 못한 고민을 듣게 되었다. 그 친구는 끝이 좋지 못한 충격적인 이별을 겪은 후로 꽤 오랫동안 연애를 하지 않은 상태였다. 사람은 사람으로 잊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그가 하루빨리 새 연인을 만났으면 했다. 썸이라도 탔으면 했다. 그러나 썸을 타기는커녕 아예 시작도 하지 못할 만큼 그의 멘탈은 예전 같지가 않았다.


나름 이런저런 위로의 말을 건네보긴 했으나, 당장엔 그 어떤 말도 먹히지 않았다. 나이가 아무리 숫자에 불과하다지만, 확실히 나이에 비해 이룬 게 없다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밑도 끝도 없이 자존감은 무너지는 듯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욱더 난 사람을 만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인이 넓은 집, 좋은 차, 안정적인 직장을 갖추고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긴 하다. 하지만 그런 조건들을 따지는 사람을 만날수록 삐끗하면 사이가 무너질 확률이 높다. 그런 관계는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게 아니라, 상대방을 조건과 함께 바라보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좋아서가 아니라 그 사람의 돈이 좋아서라면, 그 사람이 좋아서가 아니라 그 사람과 함께 할 때 남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게 될 미래를 기대하는 거라면, 그 사람이 좋아서가 아니라 그 사람에게 빌붙어야 답 없는 자신의 인생이 개선될 것 같다면, 과연 그런 마음을 품은 사람과 행복하게 오래도록 잘 지낼 수 있을까.


물질적인 풍요도 결국 수단에 불과하다. 사람들이 진정으로 얻고자 하는 건 많은 돈, 넓은 집, 좋은 차가 아니라, 그것들을 갖춤으로써 얻게 되는 안정감, 행복감, 우월감과 같은 것들이다. 달리 말해 물질을 따지는 사람일수록 행복을 자기 자신이 아니라 바깥에서 찾아 헤맨다는 것이다.


그런 사람은 약하고 휘둘릴 수밖에 없다. 언제든지 있다가도 사라질 수 있는 허망한 것들에게 스스로 취할 수 있는 심신의 평안을 모두 내어주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달리 말해 행복할 권리를 포기하는 것과도 같다.


본인의 능력이 아닌 다른 것들로 인해서 뭔가를 취하게 되는 사람은 밑도 끝도 없이 자꾸만 더 요구하고 바라게 된다. 애초부터 나의 것이 아닌 것을 스스로도 잘 알고 있는 만큼 언제 어떻게 잃어버릴지도 모를까 봐 불안하기 때문이다. 그런 삶은 그 자체로 불행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이와는 되도록이면 가까이하지 않는 편이 좋다. 부정적인 기운은 강하고 전염되기 쉬우니까.




사회적으로 갖춘 게 없다는 이유로 상대방이 날 좋아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은 상대방을 자기 멋대로 판단하는 데서 오는 어리석은 생각이다. 그동안 안일하게 살아왔던 삶에 대하여 한탄하는 건 본인 자유이지만, 그런 걸 상대방이 어떻게 바라볼지는 상대방이 판단할 일이다. 혼자 방구석에서 상상력을 동원하여 떠올리기엔 변수가 너무나도 많다. 고로 관심 가는 사람이 있으면 일단 '기회'라고 생각하고 최대한 자신을 드러내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첫 만남부터 호감이 생기지 않으면 시간낭비, 감정낭비 등의 이유를 들먹이며 애써 만난 인연을 쉽게 흘리는 경우를 많이 봤다. 그런데 내 입장에서 그건 '소'를 위해 '대'를 희생하는 꼴이라고 본다. 특히 연애를 목적으로 만나는 사람은 첫 만남 첫인상이 어떻든 간에 일단 사귀어봐야 한다고 여기는 편이다. 사귀지 않고서는 그 사람의 진면목을 도저히 알래야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나 같은 경우 상대방이 '아, 이건 도저히 아니다'라는 경우가 아닌 이상 일단 사귀고자 노력했다. 나도 처음 본 상대방에게 잘 보이기 위해 가면을 몇 겹씩이나 쓰고 있는데, 상대방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마음에 들면 당연히 만나고자 했고, 어중간해도 일단 만나고자 했다. 경험상 그렇게 만난 대부분의 연인들은 다 괜찮았다. 알고 보면 괜찮지 않은 사람은 생각보다 많이 없다.




끼리끼리 만나는 건 일종의 과학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연애경험을 곱씹어봐도 그러했다. 때문에 연인을 만나고자 하는 사람이 취해야 할 태도는 첫 번째로 '나부터 괜찮은 사람 되기' 두 번째로는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기' 세 번째로는 '기회가 생기면 일단 진지하게 만나보기'라고 생각한다.


내 신세가 처량하단 이유로 우울해할 시간이 있으면, 오늘부터라도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할 수 있는 걸 찾아보는 게 낫다. 마음에 걸리는 사람이 있다면, 그런 마음이 아직 마음에 남아있을 때 용기를 내는 게 좋다. 인연을 만나는 것도 다 때가 있으며, 그런 인연이 연인으로 발전할 수 있는 건 순전히 본인에게 달린 일이기 때문이다.


'진심은 통한다'


라는 생각을 달고 살아서 그런지, 난 항상 인연이 닿으면 연인으로 발전한 경우가 많았다. 가진 건 쥐뿔도 없었지만,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승부를 봤다. 잘 보이려 하지 않았고, 나를 최대한 솔직하게 드러내고자 했다. '난 이런 사람이니, 너무 싫은 게 아니라면 일단 만나보자'라는 식으로 말이다.


밖에만 나가면 들끓는 게 인간들이지만, '내 사람'이 될 수 있는 인연을 마주하는 건 결코 흔한 일이 아니다. 마음에 드는 사람이 마음에 들어차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할 수 있을 때, 느낌이 올 때 질러야 한다. 괜히 망설이며 주저해 봤자 좋을 건 하나도 없다.


후회하는 게 취미가 아니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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