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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보 Jul 03. 2024

내게 교통체증은 남일이었다

성수기보단 비수기가 좋아


가끔 고속도로에 진입할 때면 항상 목격하는 장면이 있다. 그건 바로 반대편에서 오는 차선이 꽉 막혀 있는 것이다. 한두 번 본 게 아니었다. 대구에 치과를 가거나, 주말에 근교 여행을 가거나, 휴가 시즌에 어디 다른 곳을 갈 때마다 그랬다. 그럴 때마다 내쪽은 막히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세상 사람들과 반대로 살아가는 듯한 묘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그들과 동떨어진 것만 같은.


아마 우연의 연속은 아닐 것이다. 난 성수기에 집 밖을 나서지 않는다. 어디 놀러 가거나 여행을 떠날 때면 비수기를 노리곤 한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래로 남들 쉴 때 일하는 직군만 거쳐와서 그런 탓도 없잖아 있겠고, 원래부터 수많은 인파가 몰려드는 곳에 합세하는 건 선호하지 않기도 했다.


희한하게 끼리끼리 만난다고, 아내도 그런 나와 추구하는 바가 비슷했다. 난 'F'고 아내는 'T'인 만큼(MBTI를 믿진 않지만) 우린 성격이 거의 정반대인데, 둘 다 사람들이 몰려 있는 곳은 애써 찾아가지 않으려 한다. 둘 다 일찍 일어나고 일찍 잠에 든다. 어딜 가더라도 오픈런을 때리고(?) 웬만하면 해지기 전에는 집에 들어간다. 돌이켜 보면 아내와 연애할 때부터 야간에 운전한 적은 거의 없는 듯하다.


신혼여행을 이탈리아로 갔었다. 그곳에서도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움직이고 늦어도 밤 9시 전엔 잠들었다. 그러다 보니 수많은 인파가 몰리기로 유명한 두오모 성당 앞에서도 우린 단독샷을 찍을 수 있었다.


경험상 성수기보다는 비수기에 이득 볼 게 더 많았다. 연차를 쓰는 한이 있더라도 주말보단 평일에 놀러 가는 게 나았다. 모든 요금이 저렴하고, 줄 서야 될 일도 없으며, 차가 밀리지도 않으니 한아름 여유를 만끽하기엔 여러모로 비수기가 적절했다. 그만큼 시간도 많이 아낄 수 있어서 좋았다.


군중이 몰리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 틈에 섞이는 건 특유의 맛도 있다. 하지만 그들과 조금 어긋나게 살아가는 것도 꽤 나쁘지 않다고 본다. 그 대가로 약간의 고독 정도는 감수해야겠지만.


타이틀 배경 by @oda_studio__ 깡소




밀라노 두오모 성당(신혼여행 사진) by 달보




에세이 출간 소식
'사회적 통념을 극복하면 행복한 결혼생활이 보장된다.'

독서모임에서 만나, 돌잔치홀에서 결혼하고, 각방을 쓰며, 양가 부모님에게 용돈을 드리지 않고, 서로를 배우자이기 이전에 한 명의 인간으로서 존중하는 결혼생활을 독자들에게 내보임으로써 결혼과 관련된 각종 고정관념을 깨뜨리고자 책을 썼습니다.

결혼하면 고생길로 접어든다고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들에게 ‘정해진 틀’에 자신들의 삶을 끼워 맞출 필요는 없으며, 결혼의 본질은 ‘서로 잘 지내는 것’이라는 점을 일깨우고자 저와 아내가 살아가는 이야기를 글로 옮겨 쓰게 되었습니다.

저희 부부만의 남다른 결혼생활이 많은 분들에게 결혼에 대해 다시 한 번 진지한 사유를 해볼 수 있는 촉진제가 되었으면 합니다.


<신혼이지만 각방을 씁니다> 사전예약하기(~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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