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5. 글 잘 쓰려는 노력이 부질없는 이유
이왕 글을 쓸 거면 좋은 글, 하다 못해 그럴듯한 글이라도 쓰고 싶은 게 사람 심리입니다. 저 또한 매일 쓰고 발행하는 모든 글이 좋은 반응을 얻었으면 좋겠단 욕망이 큽니다. 하지만 그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알기에 애써 억누르거나 무시하는 쪽으로 최대한 흘리려고 노력합니다.
'좋은 글'이라는 게 과연 있을까요. 전 없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그런 게 존재했다면 베스트셀러칸에 진열되어 있는 책들은 모든 사람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어야 할 텐데, 꼭 그렇지만은 않으니까요. 더불어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 있는 명저라도 모든 사람들이 좋게 보는 것도 아닙니다. 그 유명한 해리포터의 원고도 출판사로부터 12번이나 거절당했으니까요. 여하튼 누군가에겐 훌륭한 글이 누군가에겐 유치한 글이 될 수 있는 것처럼, 한 편의 글이 좋은지 아닌지는 글쓴이의 의지와 노력과는 별개로 읽는 사람의 상태와 환경에 따라 나뉜다고 봅니다. 애석하게도 그것이 제가 마주한 현실입니다.
다만 그 사실이 글을 쓰는 데 있어서 되려 용기를 북돋워주기도 합니다. '좋은 글' 따위는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을뿐더러, 아무리 글을 정성 들여 써도 누가 읽느냐에 따라 평가가 천차만별로 나뉘는 거라면 글쓴이는 그저 쓰기만 하면 되니까요. 그러니까 좋은 글을 쓰고자 머리 싸매며 애쓸 시간에 그냥 쓰기만 하면 된다는 말입니다. 글쓴이에게 그냥 쓰는 것만큼 간단하고 쉬운 일이 또 어딨을까요.
단언컨대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마음 깊이 자리 잡고 있을수록 글을 쓸 수 있는 여력은 점점 약해질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는 글을 쓰겠다', '좋은 기운을 전달하는 글을 쓰겠다' 등의 자세로 임하는 건 일단은 좋은 마음가짐이겠으나, 그런 걸 글 쓰는 와중에도 내내 염두에 두고 있는 건 집중력을 흐리게 만들 뿐입니다. 글쓴이의 할 일은 그저 쓰고자 하는 글을 쓰는 것입니다. 뭐든 굳게 다짐한다고 해서 그것이 정작 해야 할 일을 대신하진 못합니다.
제가 매일 글을 쓰다 보니, 쓰면 쓸수록 문장마다의 디테일에 신경을 많이 쓰게 되는 것 같습니다. 누가 보면 별것도 아닌 것 같은데, 아무도 알아봐 주지도 않을 것 같은데 그런 부분을 심하면 몇 시간 동안이나 붙잡고 끙끙 앓고 있는 제 모습을 마주합니다. 한편으론 그만큼 글에 신경을 쓴다는 게 좋아 보이기도 합니다만 되도록이면 적당한 선에서 그치려는 노력을 빼먹지 않으려 합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생각보다 남의 글을 자세히 읽어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내 글을 가장 유심히 관찰하는 사람은 세상에 오직 단 한 사람밖에 없습니다. 그건 바로 자기 자신입니다. 글을 쓰다 보면 내 글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읽힐지 오만 상상을 하게 되지만 실제로 사람들은 상상 이상으로 남의 글을 대충 읽습니다. 특히 온라인에 업로드하는 글은 더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글을 대충 써도 된다는 말은 당연히 아닙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어느 정도 됐다 싶으면 매듭지을 줄 아는 연습도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전 9시에 출근하고 6시에 퇴근하는 직장인이라 글 쓸 시간이 한정적입니다. 새벽 일찍 일어나서 조금 쓰고, 퇴근해서 조금 쓰는 게 전부입니다. 그러다 보니 한 편의 글에 너무 많은 시간을 쏟아부으면 다음의 글을 쓰게 되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그건 길게 봤을 때 그다지 좋은 전략이 아닌 것 같아요. 그래서 될 수 있으면 더 잘 쓰고 싶은 마음을 애써 무시한 채 적당한 선에서 매듭을 지으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필력 올리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두말할 것 없이 최대한 글을 많이 써 보는 것입니다. 이건 제 생각이기도 하지만, 여러 글쓰기책에서도 흔하게 찾아볼 수 있고, 선배 작가님들도 여러 매체에서 수없이 반복해서 언급하는 진리에 가까운 공략입니다. 그러니 잘 쓰려고 애쓰는 것보단 더 많이 쓸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는 게 훨씬 낫습니다. 시간은 무한하지 않다는 걸 잊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글은 계속해서 쓰다 보면 어차피 점점 나아지게 되어 있습니다.
글 잘 쓰려고 애쓰는 이유가 부질없는 근본적인 이유는, 어차피 본인에게 내재된 것 이상으로는 쓸래야 쓸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경험상 아무리 기를 쓰고 용을 써도 깜냥(?) 이상의 글은 쓰고 싶어도 쓸 수가 없었습니다. 글쓰기책을 주야장천 읽고(글쓰기를 잘하고 싶으면 오히려 다른 장르의 책을 읽는 게 더 많은 도움이 됩니다, 비싼 글쓰기강의를 들어도 그렇다 할 변화가 없는 건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글쓰기 강의를 들을 만한 여유가 있다면, 그 시간에 글이나 한 편 더 쓰는 게 훨씬 낫다고 봅니다. 글쓰기 강의의 목적은 결국 쓰는 것이니까요.
재차 말하지만 글쓰기는 새로운 걸 창조해 내는 일이 아니라, 이미 갖고 있는 것들을 활용하여 텍스트로 치환하는 작업입니다. 그런 만큼 더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글을 잘 쓰기 위해 신경 쓸 게 아니라, 더 많은 책을 읽고 더 많은 경험을 쌓음으로써 본인이 먼저 성장하는 게 순서입니다. 근데 그렇지가 않고 애초에 안에 들어있지도 않은 걸 글로써 표현하기 위해 본인을 몰아세운다면, 어떤 식으로든 탈이 나고야 말 겁니다. 그럼 최악의 경우 글쓰기를 포기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짧은 시간에 가장 효율적으로 방대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독서의 중요성은 수차례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습니다. 독서를 생각하면 글쓰기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고 글쓰기를 떠올리면 독서를 강조하지 않을 수가 없으니, 읽기와 쓰기는 아무래도 한 팀이 맞는 것 같습니다. 그런 걸 보면 글을 쓴다는 건 곧 선순환의 궤도에 오르는 게 아닐까 합니다. 제가 글쓰기를 사랑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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