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시작이 전부다

ep 9. 글은 의지가 아니라 습관으로 쓴다

by 달보


전 예전부터 한 가지를 붙잡고 진득하게 하질 못해서 탈이었습니다. 뭘 해도 처음엔 남들보다 웬만큼은 잘했는데, 매번 중도에 그만두는 바람에 그렇다 할 성과를 낸 적이 인생에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꾸준해야 빛을 보는 일 앞에선 자신감이 좀처럼 나질 않았고, 언제부턴가 스스로를 똑 부러지게 잘하는 것 하나 없는 어중간한 인간이라고 인지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런 제가 어느 날 느닷없이 글을 쓰기 시작하더니, 이후 약 2년이 지난 오늘까지 거의 하루도 빼먹지 않고 글을 써왔습니다. 뭔가를 이토록 꾸준히 해본 건 글쓰기가 처음이었습니다.


몸에 깊게 밴 나쁜 습관을 없애본 경험도 없는데 어떤 행동을 새로이 습관으로 맞이하는 건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습니다. 그럼에도 큰 힘 들이지 않고 글 쓰는 버릇을 들일 수 있었던 건, 아마 아무런 목표 없이 그냥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추측이 어긋난 게 아니라면 가벼운 마음으로 그날그날 떠오르는 만큼만 글을 써왔기에, 저도 모르는 사이 글쓰기가 습관을 넘어 생활의 일부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거라고 봅니다. 만약 처음부터 '글쓰기 습관을 들여야겠다'따위의 포부를 지녔다면 예전처럼 중도에 권태를 느끼고 진작에 포기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글쓰기가 습관이 됐다고 생각한 계기는 '글을 쓰지 않고서는 좀이 쑤실 지경이다'라는 느낌이 들면서부터였습니다. 웬만하면 새벽에 일어나 글쓰기로 하루를 시작했고, 혹 그러질 못하면 출근해서든 퇴근해서든 틈이 나면 토막글이라도 썼습니다. 그런 패턴을 무한 반복하다 보니 브런치 구독자와 조회 수의 그래프는 우상향의 곡선을 띄었으며 어느새 제 이름으로 된 책도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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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생각하는 최고의 글쓰기 공부법은 최대한 많이 써 보는 것입니다. 많이 쓰는 건 아주 단순하면서도 동시에 가장 어려운 일이기도 합니다. 많이 쓰려면 일단 꾸준해야 하는데,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가 한 가지를 꾸준하게 하는 거니까요. 꾸준한 사람이 대단해 보이는 건 그 사람 자체가 뛰어나서가 아니라, 그만큼 하나를 꾸준하게 해내는 사람을 주변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타고난 기질로 인해 성실하고 꾸준한 사람도 있겠으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지 못한 게 현실입니다. 고로 꾸준해지기 위해선 남다른 노력이 필요합니다.


글쓰기를 꾸준하게 해 보겠다며 의지를 다지는 건 좋은데 그것만으론 부족합니다. 의지 하나에만 의지하는 건 곧 목표를 이루지 않겠다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나약하기 짝이 없고 바람처럼 왔다가 사라지는 게 바로 인간의 의지이기 때문입니다. 겨우 의지만을 앞세워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바를 이뤘다면 작심삼일이란 말은 현세에 존재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글은 써 보고 싶은데 의지가 생길 때까지 한없이 기다리거나, 불현듯 일어난 의지가 달아날까 봐 필사적으로 글을 쓰는 건 그다지 좋은 전략이 아닙니다. 의지는 기다린다고 찾아오는 게 아니라 뭐라도 하다 보면 자라나는 것이고, 사람이 익숙하지 않은 것에 너무 필사적이면 방전되어 퍼지기 십상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지와 겨루기 할 시간에 습관에 대한 나름의 조사와 사유를 통해 본인에게 들어맞는 방법을 연구하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의지 같은 건 떠올리지도 않는 게 훨씬 나을지도 모릅니다. 의지가 일어난다고 해서 갑자기 없던 글이 써지는 것도 아닐뿐더러, 본인이 부족하여 글쓰기가 안 되는 걸 죄 없는 의지 탓으로 돌릴 수도 있으니까요.


아직 쓰는 것이 편하지가 않은데 '오늘은 꼭 글을 써야지'라며 생각만 하는 사람은 글 쓸 확률이 낮습니다. 우선 글 쓸 시간부터 비우고 그 시간에 책상에 앉아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모니터와 눈싸움이라도 할 각오로 덤비는 자만이 겨우 글을 쓸 수 있다고 봅니다. 글쓰기를 포함해 세상 모든 일은 오직 당장의 실천만이 유의미한 성과를 만들어 내는 법입니다. 아무리 생각하는 것부터가 모든 업적의 시발점이라곤 하나, 겨우 생각만 하는 것에서 그친다면 안 하느니만 못합니다. 그럴 바엔 차라리 멍이라도 때리는 게 낫습니다. 괜히 머리만 아플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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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관건은 오로지 습관입니다. 습관형성의 여부만이 글쓰기와 관련된 모든 성과를 결정한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물론 글쓰기에서 뿐만 아니라 습관은 곧 한 사람의 정체성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삶 전체에 막대한 영향을 끼칩니다. 그만큼 습관에 대한 중요성과 습관 들이는 방법 등에 관한 정보는 세상에 차고 넘칩니다. 근데 그런 것치곤 원하는 습관을 들이는 데 성공하는 사람은 보기 드뭅니다. 거기엔 본인 스스로 역량이 부족하다 생각하여 필요 이상의 노력을 하지 않아서인 것도 있겠고, 애초에 목표한 바를 너무 높게 설정한 탓에 그런 걸 수도 있습니다. 저마다의 상황과 태생적으로 지닌 성향이 다른 만큼 패인은 제각각이겠으나, 제가 본 글에서 강조하고 싶은 건 '작은 행동'의 중요성입니다.


뭔가를 습관으로 들이고 싶다면 작은 행동에 대하여 곱씹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얼핏 보면 서로 다른 이유로 여러 사람들이 습관 들이는 데 실패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작은 행동을 간과해서 그런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예컨대 글쓰기를 습관으로 들이고자 하는 사람은 일단 글쓰기가 익숙하지 않다는 걸 뜻합니다. 근데 그런 사람이 다짜고짜 '하루 1,000자 이상 글쓰기'라는 목표를 세우고, 것도 모자라 그걸 또 매일 실천하겠다고까지 한다면 어지간한 경우가 아니고서야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건 할 만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만약 글쓰기를 이제 막 시작한 분이 제게 와서 글쓰기 습관에 대해 조언을 구한다면, 우선 시간부터 비워보라고 할 것 같습니다. 그러고 나서는 글부터 쓸 게 아니라, 책상에 앉아 컴퓨터 전원을 켜는 것부터 해보라고 할 것 같습니다. 그럼 '아니, 책상에 앉아서 컴퓨터 켜는 걸 누가 못하냐', '대체 그게 글쓰기랑 무슨 관계가 있냐'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는데 바로 그게 핵심입니다.


없던 습관을 들이려고 할 때 '설마 내가 그것도 못 할까'라는 생각이 들 만큼의 하찮은 작업부터 단계를 밟아가면 습관 만들기가 좀 더 수월합니다. 달리 말해 행동단위를 숨만 쉬어도 할 수 있을 만큼, 혹은 얍삽(?)하다 싶을 정도로 잘게 쪼갤수록 습관 들이기의 성공률은 높아집니다. 그 정도로 만만한 일을 못 해낼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글 쓰는 일은 시간을 비우고 책상에 앉아 컴퓨터부터 켜는 게 순서이기도 합니다. 다만 그런 절차를 너무도 당연하게 혹은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기 때문에 계획에 넣을 생각조차 하지 않을 뿐입니다. 글을 쓰기로 해놓고 안 쓰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글을 쓰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기는커녕 아예 글 쓸 시간도 비우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런 걸 보면 시간을 비우고 컴퓨터 앞에 앉는 일이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여도, 알고 보면 실천여부를 결정할 만큼 아주 중요한 절차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작게 시작하여 점점 덩치를 불려 나가야 할 입장에 있는 사람이 작은 행동을 간과한다면, 큰 성과로 이어지는 습관을 들이는 건 꿈에서나 가능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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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써야겠다'라고만 생각할 게 아니라, 당장 머릿속을 스치는 것들을 천천히 관찰해 보세요. 그리고 그것들을 조금씩 바깥으로 덜어내 글로 표현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럼 한 편의 글을 완성하진 못할지언정 어쩌면 첫 문장 정도는 기어코 끄적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저는 글을 쓸 때 처음부터 끝까지 다 구상해 놓고 쓰기 시작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열에 아홉은 일단 머릿속에 떠오르는 첫 문장부터 아무렇게나 쓰는 걸로 글쓰기를 시작합니다. 물론 설렁설렁 시작한 만큼 내용이 산으로 가거나 볼 품 없는 글로 매듭지어질 수도 있지만, 기대 이상의 괜찮은 글이 눈앞에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글을 쓰다 보면 전자보단 후자의 경우가 꽤 빈번하게 일어나고 또, 세상 모든 글은 다 그렇게 쓰인다고 생각합니다.


글쓰기는 시작이 반이 아니라 전부입니다. 오늘 안에 글을 쓰기 시작한 것만으로도 그날의 글쓰기는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게 비겁한 정신승리 같아 보여도 막상 아무 글이나 적기 시작하면, 느닷없이 손가락이 제멋대로 움직여 삽시간에 한 편의 글을 뚝딱 완성하는 글쓰기의 마법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그 경이로운 순간을 단 한 번이라도 맞닥뜨린다면, 전에 없던 자신감이 온몸을 휘감아 이후의 글쓰기는 별 일이 아니게끔 여겨질 것입니다.


쓰는 건 아무것도 아닙니다.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닌 건 글쓰기를 포기하지 않고 꾸준하게 하는 것이며, 그 어려운 일을 가능케 하는 건 단연코 글쓰기 습관을 들이는 것뿐입니다. 쉽게 생각하고 작게 시작하는 작은 버릇부터 들여보세요. 그렇게 작은 성과가 누적된 날들이 쌓이다 보면, 당장으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미래를 현실로 가져다 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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