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보 Nov 20. 2024

시키는 일만 하면 되는 세상은 끝났다

세스 고딘의 책 린치핀을 읽고 나서


회사생활은 답이 없다
지금 우리 사회가 혼란을 겪고 있는 이유는 변화해야 하는 시기에 변화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조직에 끝까지 남아 있기 때문이다.
 - <린치핀>, '조직에 꼭 필요한 사람' 중에서



대학 졸업 후 처음으로 취직한 회사에서 가장 크게 느낀 바가 있다. 그건 바로 '회사생활은 답이 없다'였다.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만 해도 어디든 취직하기만 하면 될 줄 알았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도 받고 승진에 승진을 거듭하면 연봉도 많이 올라 어느 정도 성공가도에 오를 줄 알았다. 다른 사람들이 성공하지 못하는 건 노력이 부족해서일 거라고 생각했다.


근데 아니었다. 막상 사회라는 정글에 들어서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수준에 맞게 열심히 일했다. 그리고 월급은 상상 이상으로 적었다. 대체 이렇게 돈 모아서 언제 집 사고 차 사나 싶을 만큼의 액수였다. 직급이 올라가도 마찬가지였다. 승진하는 게 되려 손해인 것처럼 여겨질 정도로 연봉이 드라마틱하게 오르진 않았다. 직장에서 벌어들이는 수입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하는 것 이상의 뭔가를 하는 건 상상하기 힘들었다. 더군다나 기하급수적으로 변하는 시대라 정년퇴직을 바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정년 보장이 된다 해도 정년까지 다닐 마음이 들지도 않고).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할 수 있을 때 뭐라도 하자'였다. 뭘 해야 할지는 몰라도 다니던 회사를 계속 다니는 건 일단 답이 아닌 것 같았다. 한 곳에 고여서 좀처럼 벗어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 전에 손에 잡히는 대로 이것저것 다 해봐야겠다는 직감이 들었다. 첫 회사를 그만두고 다양한 일을 경험했다. 금형설계, 목수, 용접, 개발자 공부(코딩), 나완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던 공장 교대 근무까지도.


지금은 빨간 날 다 쉬는 평범한 9 to 6 사무직에 종사하고 있다. 겉으로 보면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회사를 굴리는 하나의 톱니바퀴에 지나지 않지만 다른 게 몇 가지 있다. 그건 바로 매사 글쓰기를 염두에 두고 산다는 것. 더불어 내 이름으로 된 책을 출간했다는 것. 매일 글쓰기로 점철된 일상을 보내는 작가의 삶을 꿈꾸고 있다는 점. 단언컨대 난 20대 청춘을 바쳐 방황한 덕분에 글쓰기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뭐라도 해야 되는 사람'에서 '뭐라도 하고 있는 사람'으로 입장이 바뀐 것만 해도 유의미한 발전이라고 생각한다. 




인생의 터닝포인트
어떤 나라, 어떤 조직에 가도 사람들은 남이 무언가를 시키기만을 기다린다. 물론 대체로 사람은 자신이 하는 일을 통제할 수 있기를 원하고, 권한도 갖기를 바란다. 자신만의 개성도 어느 정도 불어넣고 싶어 한다. 하지만 다양한 바람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망설임 없이 자신의 바람을 포기한다. 독재자가 명령하는 대로 무조건 복종하는 겁쟁이 시민들처럼, 시키는 대로 따르기만 하면 무엇이든 얻을 수 있다는 '확실성'을 얻는 대가로 자신의 자유와 책임을 포기하는 것이다.
 - <린치핀>, '두려움에서 벗어날 용기' 중에서



내가 감히 '물결'을 거스를 용기를 내어 오늘의 나로 이르게 된 비결은 다름 아닌 독서 덕분이었다. 책을 읽음으로써 근 20년 동안 세뇌당한 뇌에 신선한 충격이 가해졌고 나 자신과 세상을 새로이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책이 무슨 마법을 일으킨 건 아니었다. 책은 그저 넓디넓은 세상을 내게 보여줬을 뿐이다. 새로운 세상의 발견은 나로 하여금 기존의 모든 것들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의심을 거듭할수록 수면 아래 깔려 있던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곤 했다. 이를테면 알게 모르게 품어왔던 고정관념이나, 지극히 당연하다고 여겨왔던 것들. 문화, 취업, 교육, 예의범절 따위에 얽힌 것들.


뭔가를 안다는 건 그 자체로 양날의 검이었다. 알아서 좋을 것도, 모른다고 나쁜 것도 아니었다. 여하튼 그 과정에서 난 어설프게나마 나만의 생각들을 하나씩 정립해 갔다. 그러면서 나만의 관점으로 주변을 재정의하기 시작했다. 세뇌당한 채로 사는 것 또한 나름 편리한 삶이겠으나 본능이 그러길 거부했다. 사서 고생하는 느낌이 없잖아 있긴 해도 남들의 술수에 순순히 휘말려 살긴 싫었다.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이번 생에 난 나로 태어났으니, 나답게 살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번에 출판사 제공으로 읽게 된 세스 고딘의 <린치핀>은 세간으로부터 알게 모르게 세뇌당한 현대인들의 자의식을 일깨워 줄 만한 책이 아닐까 한다. <린치핀>은 독서가 내 삶에 비집고 들어온 특이점의 시기에 한참 많이 읽었던 자기계발서와 비슷한 느낌을 풍기는 내용으로 가득한 책이다. 자기계발서 중에서도 자기계발서 냄새가 물씬 풍기는 책이랄까.



린치핀 : 마차나 수레의 축에 꽂는 핀

린치핀은 작은 부품이지만 린치핀이 빠지면 바퀴 전체가 떨어져 나가 마차가 무너질 수 있다.


책 <보랏빛 소가 온다>와 <마케팅이다>로 유명한 세스 고딘은 스페셜리스트, 핵심 인물, 예술가, 조직에 꼭 필요한 사람 같은 부류를 일컬어 린치핀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언제든 손쉽게 교체될 수 있는 회사를 굴리는 톱니바퀴로부터 벗어나 세뇌당한 뇌를 일깨움으로써 린치핀이 되라고 주장한다. 더불어 시스템의 술수와 지배로부터 독립하여 예술가가 되라며 권고한다. 그래야 앞으로의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다면서. 




톱니바퀴의 삶, 스스로 선택한 길인가
세상은 더 이상 거대한 기계 속 톱니바퀴와 같은 역할만 하는 사람에게 정당한 보상을 하지 않는다. 우리 모두 이런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학교와 사회는 수 세대에 걸쳐 우리에게 톱니바퀴가 되라고 강요해 왔다.
 - <린치핀>, '평균이 되기 위한 삶은 끝났다' 중에서



안 그래도 난 '톱니바퀴'라는 단어를 머릿속으로 자주 떠올렸다. 생계유지를 핑계로 한 회사에 이바지하는, 언제든 순식간에 교체될 수 있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반복해서 하는, 그런 톱니바퀴로 살고 싶지 않은 생각이 매우 강한 편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건, 그리고 견고히 다져오던 인간관계를 미련 없이 저버릴 수 있었던 건, 톱니바퀴가 아니라 린치핀의 삶을 살아내기 위함이었다.


톱니바퀴로 사는 게 나쁜 건 아니다. 톱니바퀴도 톱니바퀴 나름이며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단순한 톱니바퀴로 살기엔 한 인간이 지닌 잠재력은 너무도 무궁무진하다. 게다가 이 세상에 사람으로 태어나는 건 그 자체로 기적이지만, 그런 기적적인 삶의 기회는 단 한 번뿐이다. 그 점을 감안하면 매 순간 최선의 나로 거듭나며 남은 여생을 메우는 게, 훗날 황혼기에 접어들어 삶의 끄트머리에 다다르는 동안 후회로 물든 추억에 잠식당하지 않는 가장 확실하고도 현명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하는 것이다.


약 450페이지로 이루어진 책 <린치핀>의 앞부분 1/3 가량은 세뇌된 뇌에 선한 마사지가 될 만한 내용들이 가득했다. 다만 이후의 페이지들은 자기계발서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왜 자기계발서를 싫어하는지 단번에 알 수 있을 법한 애매모호한 충고나 조언 혹은 경고와도 같은 부분들이 주를 이뤘다. '린치핀이 되려면 앞서가라', '일은 제시간에 끝내라', '두려움에 맞서야 한다' 따위의 문장들로. 자기계발서를 처음 접하는 분들에겐 와닿는 문장일 수 있겠으나, 자기계발서를 수없이 읽어본 내 눈엔 진부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는 문장들이었다(그래서 그런지 지금 내 책상 위에 놓인 책 <린치핀>을 보면 앞표지 쪽에만 필름 인덱스가 한가득 붙어 있다). 그럼에도 언제 어떻게 누구로부터 우리의 뇌가 세뇌당했으며, 그에 따른 세태가 어떠한지를 엿보는 것만으로도 읽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모두 사냥꾼이었다. 농경을 발명한 다음에는 농사꾼이 되었다. 공장을 발명한 다음에는 공장노동자가 되었다. 공장노동자는 시키는 대로 따르고 시스템을 지지하며 자신이 일한 만큼 보수를 받는다. 그리고 공장은 산산조각 났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
예술이다.
 - <린치핀>, '예술과 열정의 시대' 중에서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꼭 필요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꼭 필요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남들과 달라져야 한다. 그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 <린치핀>, '눈에 띄는 사람들' 중에서

자기 안에 있는 예술가를 포용해야 하는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이것이 안정을 향한 가장 분명한 길이 되었기 때문이다. 해고의 시기가 왔을 때 가장 안전한 일자리는 예술가다. 쉽게 아웃소싱할 수 없고 쉽게 대체할 수 없는 린치핀이기 때문이다.
 - <린치핀>, '예술가가 되어야 하는 진짜 이유' 중에서




이제는 결단을 내려야할 때

요즘은 그 열기가 많이 식은 것 같은데 내가 한창 취업할 당시엔 주변 사람들이 스펙 쌓기에 여념이 없었다. 토익 점수부터 시작해, 어학연수 경험, 자격증 등. 난 그런 사람들을 보다 보면 가끔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곤 했다. '저렇게 열심히 준비해서 극악의 경쟁률을 뚫고 취업에 성공한다 한들, 결국 한 회사를 굴리는 톱니바퀴가 되는 것에 지나지 않나'라고 말이다.


이왕이면 대기업에 취직하는 게 좋은 건 두말하면 잔소리다. 연봉의 시작점부터 다를 거고, 복지도 빵빵(?)할 테고, 그만한 자부심도 생길 테니. 하지만 그것 말곤 메리트가 딱히 없어 보였다. 특히 '일'의 관점으로 봤을 땐 남는 게 뭐가 있을까 싶었다. 회사가 클수록 업무는 세분화될 테고, 경력이 쌓인다 한들 할 줄 아는 건 본인 부서와 관련된 세부적인 일밖에 없을 거니까. 그런 경험을 내세워 독립하거나 창업하는 사람도 있다지만 그런 경우는 극히 드물다. 게다가 그렇게 해서 살아남을 확률은 현저히 낮다. 퇴직자들 중 대다수가 치킨집을 차리는 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다만 돈이 많다고 해서 무조건 행복한 게 아니듯, 린치핀 같은 독보적인 존재로 거듭난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니다. 스파이더맨의 나오는 유명한 대사처럼 큰 힘에는 큰 책임(With great power comes great responsibility)이 따르니까. 사회를 굴리는 톱니바퀴로 사는 것도 나름 매력 있다. 세스 고딘 말마따나 세상으로부터 받은 교육대로, 세상에 정해준 대로 살아가는 삶은 정당한 보수는 받지 못할지언정 그만큼 편하니까. 하지만 행복한 톱니바퀴가 되는 데에는 조건이 있다. 스스로 기꺼이 한 명분의 톱니바퀴로써 살아가기로 결심할 것. 만약 그게 아니라 본인 의지와는 관계없이 톱니바퀴가 되어버렸음을 자각했다면, 지금부터라도 세스 고딘이 주장하는 린치핀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규칙만 따르면 되는 일을 찾는다면, 규칙에 따르는 것이 전부인 일을 하게 되더라도 불평하지 말라.

부하 직원들이 시키는 대로 일해주기를 바란다면, 상사가 자신에게 똑같은 것을 요구한다고 해도 불평하지 마라.

고객을 돈벌이 대상으로만 여긴다면, 회사가 당신을 비용과 수익으로만 평가한다고 해도 불평하지 마라.

단순히 지침을 따르기보다 좀 더 창조적인 일을 하고 싶다면, 하교에서 배운 적 없는 일을 회사에서 시킨다고 해도 불평하지 마라.

하루종일 지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탐구하는 일을 하고 싶다면, 새로운 통찰이 가슴 뛰게 만들더라도 불평하지 마라.
 - <린치핀>, '당신이 진짜로 원하는 것' 중에서




* 본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세스 고딘의 '린치핀' 소개]

- AI시대 대체불가 존재가 되기 위한 실전적 지침서

- 세계적 전략가 세스고딘 글로벌 베스트셀러

- 세스고딘의 100여 권의 핵심 메시지를 모두 담은 '세스고딘 결정판'

- 원서 출간 15주년 기념 특별 양장판, 특별 한국어판 저자 서문 수록(소장가치)

- 15년 전에 나온 도서지만 지금도 충분히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예언서' 같은 책


[온라인 서점 구매 링크]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465801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