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성격 차이를 걸고 넘어지지 않는 이유
나에게 결혼생활이란 무엇보다 '나와 안 맞는 사람과 사는 일'이다. 생활 패턴, 식성, 취향, 습관과 버릇, 더위와 추위에 대한 민감한 정도, 여행 방식, 하물며 성적 기호에 이르기까지 '어쩌면 이렇게 나와 다를 수 있지?'를 발견하는 나날이었다. 나중에 이 질문은 점차 '이토록 나와 맞지 않는 사람과 어째서 이렇게 오래 같이 살 수가 있지?'로 변해갔지만.
<평범한 결혼생활> - 임경선
남들은 우리 부부를 보고 결이 잘 맞는다고 한다. 하지만 아내와 난 보면 볼수록 서로 다른 점이 많다. 아내는 여행 갈 때 동선부터 시작해 모든 걸 계획한다. 난 계획따윈 없다. 아내는 딱히 뭘 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다. 주말이면 느긋하게 낮잠을 즐긴다. 그에 비해 난 인정욕구가 철철 흘러넘친다. 낮잠 잘 시간에 한자라도 더 읽고 써야 그나마 만족하는 인간이다. 이처럼 우린 성향도, 취향도, 성격도 완전히 다르다. 가치관의 일부가 조금 겹칠 따름이다.
하지만 그런 간극이 있음에도 우린 연애할 때부터 지금까지 사이좋게 잘 지내고 있다. 가볍게 다툰 적은 몇 번 있었으나 기억에 남을 만큼 크게 싸운 적은 없었다. 그럴 수 있었던 데에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그대로의 서로를 존중하는 게 가장 영향이 크지 않을까 싶다.
내가 아내를 처음 좋아했던 건 얼굴이 예뻐서였다. 이후 성격을 알게 되면서 나와 많이 다른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지만, 그 부분을 딱히 짚고 넘어가진 않았다. 아내와 난 같은 하늘 아래 살면서도 엄연히 다른 세계관을 살아가는 별개의 존재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난 아내를 외계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여기니 '차이'를 받아들이는 건 일도 아니었다.
처음엔 얼굴이 예뻐서 좋아했지만 이후 연인이 되고 배우자가 되면서는 조건을 따지지 않기로 했다. 마음이 다할 때까진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무조건 사랑하기로 했다. 얼굴이 예뻐서, 성격이 좋아서, 돈이 많아서, 가정적이어서 와 같은 이유를 달지 않기로 했다. 아내라는 존재 자체를 사랑하기로 결심하니 자잘한 건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았다.
살다 보면 이토록 사이좋은 아내와 나도 얼마든지 틀어질 순 있다고 생각한다. 근데 그래서 더 아내가 옆에 있을 때 잘하고 싶다. 나중에 후회가 없도록. 나 같은 놈과 한 지붕 아래 평생 함께 살 거라며 약속한 것만으로도 난 충분히 은혜를 입은 셈이다.
관계를 유지하는데 있어서 성격 차이는 별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차이'는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관건이라고 본다. 삶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올곧지 않을 때 걸고 넘어지기 좋은 게 바로 성격 차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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