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일도 평범하게
작년까지만 해도 벽에 전구를 다는 것 정도의 크리스마스 장식은 했던 거 같은데 올해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아이 돌보느라 여유가 없기도 하고, 크리스마스라고 해서 딱히 뭘 해야 한단 생각이 보다 옅어진 탓도 있다.
어릴 땐 나도 모르게 크리스마스엔 특별한 약속을 잡거나, 평소와 다른 일이 일어나길 고대했었다. 크리스마스니까. 하지만 살다 보니 크리스마스 같은 기념일은 그다지 특별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물론 그런 날이 누군가에겐 특별한 날로 여겨질 수도 있지만 나는 아니었다. 크리스마스가 아무리 크리스마스라 한들, 내겐 어제와 다름없는 하루일 뿐이었다.
일어나자마자 라면 한 그릇 때리고(?), 모유수유하느라 잠을 제대로 못 잔 아내를 대신해 아이를 돌보면서 오전을 보냈다. 오후엔 평소 자주 가던 집 근처 카페를 들렀다. 따뜻한 아메리카노와 사람 구경을 곁들이며 아내와 소소한 담소를 나눴다. 아이는 유모차 안에서 낮잠을 잤다. 노을이 산등성이를 넘어갈 때쯤 집으로 와 어제 먹다 남은 치킨을 데워 이른 저녁을 먹었다. 그 후 아이를 목욕시키고 재운 뒤, 간단한 글쓰기와 독서로 크리스마스를 마감했다.
난 어떤 날이든 오늘처럼 평범하게 보내고 싶다. 크리스마스 같은 날에 뭔가 특별한 것을 기대하면 그만큼 실망도 하게 되거니와, 기념일도 결국 평범한 하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별다른 기대나 특별한 이벤트 없이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가장 편안하고 행복하다.
아내와의 대화, 아이의 웃음소리, 그들과 함께한 소소한 일상들. 그런 것들이 내겐 그 어떤 축제보다 더 큰 기쁨을 준다. 어쩌다 가끔 찾아오는 특별한 날을 특별하게 보내려 애쓰는 것보다, 대부분의 평범한 날들을 어떻게 살아가는지가 진정 중요한 게 아닐까.
난 '메리 크리스마스'보다는 '좋은 아침'이라는 인사가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그 말 한마디로 시작하는 평범한 하루가, 내겐 가장 큰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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