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은 달라도 오래도록 함께할 수 있기를
어제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났다. 예전엔 하루가 멀다 하고 자주 만났는데 요즘은 도통 얼굴 보기가 힘들다. 확실히 친한 관계는 맞는지, 2024년에 처음 보는 것임에도 어색함은 전혀 없었다. 그리고 간만에 '코리안 타임'을 경험했다. 약속 시간에 맞춰서 온 놈은 다섯 놈 중 한 놈밖에 없었다.
오가는 대화는 여느 때와 다름이 없었다. 올해 나를 포함해 세 명이나 아이를 출산하는 바람에 육아 이야기를 좀 하긴 했지만, 대부분은 돈벌이에 대한 것들이었다. 확실히 한 가정을 책임지고 있는 서른 중반의 가장들답게 '벌이'에 가장 많은 관심이 쏠려 있었다. 다만 그 벌이의 수단으로 주식이나 비트코인만 운운하는 게 다소 신경 쓰이긴 했다. 경험상 돈벌이의 일등공신은 소비 관리였기 때문이다.
난 월급이 300만 원일 때도, 400만 원일 때도 있었다. 그런데 돈을 가장 많이 모으고 있는 건 그보다 더 적게 벌고 있는 요즘이다. 차이점은 '하는 일'이었다. 난 어느 날 우연히 글을 쓰면서부터 자연스레 돈 쓰는 일이 줄었다. 아니, 거의 소멸하기 직전이다. 글쓰기에 필요한 건 노트북과 시간 그리고 약간의 커피값이면 충분했다. 이것저것 절약하는 것도 좋지만, 몰입할 만한 할 일을 찾는 게 소비를 줄이는 또 하나의 방법이었다.
월급 많이 받으면 물론 좋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다. 월급을 많이 받으려면 능력도 좋아야 하지만, 그만큼 직장에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해야 한다. 또한 주변 사람들 중 수입이 쏠쏠한 사람치고 '품위유지'를 챙기지 않는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다. 연봉이 높을수록 더 좋은 차를 타고, 더 넓은 집을 사고, 돈 드는 취미생활을 즐겼다. 근데 이제 적잖은 빚을 동반한.
주식이나 비트코인으로 단기간에 몇 백, 몇 천씩 버는 게 썩 좋아 보이진 않는다. 보통 그런 일을 맞이하면 멈추는 법이 없고 끝장을 보는 게 인간의 특징이기 때문이다(대부분 안 좋은 쪽으로). 그런 걸 보면 일확천금은 행운이 아니라 일종에 저주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일확천금을 노린다는 건 일상의 행복을 충분히 여미지 못하고 있다는 걸 반증하기도 한다. 내키지 않는 현실을 돈으로 한 방에 뒤집고 싶은 욕망이 그 안에 내재되어 있으니까.
이런 내 생각을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진 못했다. 그들 자신도 돈을 많이 쓴다곤 생각지 않는 것 같았다. 빚을 지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이만큼이나 돈을 쓰는 것도 그들에겐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남들도 다 그렇게 사니까. 굳이 친구들과 소비에 대한 의견을 나누지 않아도, 그들이 주고받는 대화를 들어보면 알 수 있었다. 삶의 관점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것을.
우린 언제까지 만날 수 있을까.
근데 뭐 생각해 보면 처음부터 삶을 대하는 관점이 비슷해서 친구가 된 것도 아니었다. 한때는 죽이 잘 맞는다고 생각했던 시절도 있었으나, 그건 그렇게 느껴지는 것뿐이었다. '서로 잘 맞는 인간'이라는 건 없다고 생각한다. 우린 각자가 각자의 세계관을 살아가는 독보적인 존재들이니까. 하물며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나의 아내도 나와 상극이다.
다르다는 이유로 '다름'을 걸고 넘어지지만 않으면 그들과 나의 관계도 언제까지나, 지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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