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들었던 아지트와 작별을 고하다
오랜만에 새벽에 일어나 카페를 갔다. 얼마 전 태어난 아이를 돌보느라 한동안 가지 못했는데, 네 달 만에 들른 것이었다. 커피맛은 그저 그랬다. 가격은 싼 것도 비싼 것도 아닌 것이 애매모호했다. 이상하게 그곳은 항상 추웠다. 겨울은 물론이고 여름에도 에어컨을 얼마나 새게 틀어놓는지 뭐 하나를 껴 입어야 될 정도였다. 그럼에도 그곳은 내겐 특별한 곳이었다. 글쓰기 습관을 그곳에서 다졌다 해도 무방할 정도로 매일 새벽 5시마다 들러서 글을 썼던 곳이기 때문이다.
새벽 4시쯤 도착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여전히 추웠다. 11월을 앞둔 시기라 아침저녁으론 꽤나 쌀쌀한 편이었다. 그런데도 앞문 뒷문 다 열어놓고 있었다. 손님이 문을 닫고 나간 게 아니라 직원이 일부러 열어놓은 것 같았다. 덕분에 겨울을 예고하는 바람이 카페 내부를 마음껏 휘저었다.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시켰다. 미세한 우려가 일었다. 열린 문으로 스미는 추위에 음료가 금방 식을 것 같았다. 그래서 출입문을 닫고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잠시 후 등 뒤로 사람이 지나가는 게 느껴졌다. 이후 매서운 찬바람이 들어오길래 고개를 돌렸더니 문이 다시 열려 있었다. 직원분이 다시 문을 연 모양이었다. 왜 여는지 묻고 싶었지만 그냥 앉아 있었다. 귀찮기도 했고, 추위로부터 체온을 여미는 것보다 글쓰기에 몰입한 상태를 깨뜨리는 게 더 싫었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를 다리를 오므려가며 글을 썼다. 한숨 돌리면서 주변을 둘러보니 여전히 문은 열려 있었다. 순간 카페에서 이리 떨어가면서까지 글을 써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젠 직원에게 문을 왜 여는지 거의 따져보고 싶은 마음이 솟구쳤지만, 또다시 참았다. 그냥 일종의 수련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런데 뒤이어 어마무시한 소음이 귓전을 사정없이 때렸다. 블루투스 이어폰을 양쪽에 끼고 볼륨을 최대로 높여 노동요를 듣고 있었음에도, 그 소음은 내 귀를 수월하게 관통했다. 뒤를 돌아보니 진공청소기로 바닥에 깔린 카펫의 먼지를 빨아들이고 있었다. 그걸 보자마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짐을 쌌다. 그리고 생각했다. 다신 이곳에 들리지 않겠다고.
애초에 '24시간 운영' 외에 장점이라곤 찾아보기 힘든 카페였다. 더군다나 난 이곳에 주로 새벽에만 들려서인지, 대낮엔 보기 힘든 불편한 장면들을 자주 목도했다. 이를테면 치워지지 않은 테이블이 깨끗한 테이블보다 훨씬 더 많다든가, 직원분이 주문이 들어온 지도 모르고 폰을 보고 있다든가, 오갈 데 없는 젊은이들이 룸 안에서 퍼질러 잔다든가 하는 것들 말이다.
사실 춥고 시끄럽고는 처음 겪는 일도 아닌데, 오랜만에 들려서 그런지 유독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마치 날더러 이제 여긴 그만 오라는 시그널을 정체 모를 누군가가 보내는 것만 같았다. 뭐, 안 가면 그만이다. 어차피 새벽에 굳이 카페를 갔던 건, 글쓰기를 함에 있어서 집보다 조금 더 집중이 잘 돼서 그런 것뿐이었다. 글은 집에서 쓰면 될 일이다.
한편으론 더 이상 그곳을 찾게 될 일이 없을 거라 생각하니 아쉬운 마음이 들긴 했다. 한때 미친 듯이 글을 쓰던 공간과 안 좋게 헤어지는 느낌이랄까. 마음에도 없는 사람과의 연애가 드디어 종지부를 찍었지만, 잔잔한 미련이라도 남은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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