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버지가 된다면 지키려고 했던 두 가지
연말에 망년회를 핑계로 친구들을 만났다. 2024년 통틀어 처음 보는 것이었다. 난 1차까지만 자리를 지키고 집에 갈 예정이었다. 지역이 달라 대리하는 것도, 아내 가 아이를 혼자 돌보고 있어서 자고 가기도 곤란했다. 대신 2차로 가는 친구들 중 일부를 태워주기로 했다. 그때 차 안에서 얘기를 듣다 보니 한 친구가 차를 산 모양이었다.
"카니발 샀나?"
"7월에 주문했는데 기다리는 중."
"아반떼 졸업하겠네~"
"원래 살 생각 없었는데, 애들이 우리는 차 언제 바꾸냐고 자꾸 물어봐서 질러뿟다."
"어허이..."
친구의 얘기를 듣고 두 가지가 떠올랐다. 첫째, 친구의 마음이 아플 것 같았다. 애들이 무슨 죄가 있겠냐만은, 어찌 됐든 아빠 가슴에 슬며시 못을 박은 셈이니까. 둘째, 아버지가 생각났다. 가세가 기울어가는 집안 사정을 솔직하게 말해주지 않던 아버지가.
아버지는 내게 한의사가 되라고 하셨지만, 공부 방법을 알려주진 않으셨다. 그나마 초등학교 6학년 담임 선생님 덕분에 뒤늦게 공부에 재미를 붙이긴 했다. 하지만 중학교로 올라가서는 수학의 벽을 넘지 못했다. 다른 과목에 비해 수학은 혼자 끙끙 앓는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었다. 그래서 아버지에게 말했다.
"아빠, 수학 학원 좀 보내줘."
"학원 갈 거면 학교는 뭣하러 다녀?"
생각지도 못한 아버지의 말에, 난 공부에 대한 의지를 잃었다. 사실 아버지는 학원비가 없어서 그렇게 말씀하신 거였지만 당시엔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 납득할 수 없는 말로 딱 잘라 말하는 아버지가 원망스러울 따름이었다. 그때 아버지가 집안 사정을 솔직하게 말해주셨으면 어땠을까 싶다. 그럼 나는 게임에 빠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훗날 아버지가 되면 다음의 두 가지만큼은 꼭 지키겠노라 마음먹었다. 첫 번째는 가난해지지 않는 것이었다. 한 가정을 책임지는 가장이라면 가난해지지 않기 위해, 혹은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게 기본값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난 결혼하기 전부터 빚을 지지 않기 위해 노력했고, 소비를 줄이기 위해 마음공부를 했다. 소득을 늘리는 건 현실적 한계도 있거니와 시간도 오래 걸리는데 비해, 소비를 줄이는 건 마음가짐에 따라 당장에라도 실천할 수 있는 일이었다.
두 번째는 집안 사정을 아이에게 숨기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난 아버지가 무적인 줄 알았다. 아버지도 그런 사람처럼 보이길 원하셨다. 그러나 하늘 같던 아버지도 여느 사람들과 별반 다를 게 없음을 깨달았을 땐 그만큼의 실망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가 내게 좀 더 솔직한 면모를 보여줬다면 어땠을까. 본색을 내비치는 건 '경로'가 중요했다.
고로 난 부모란 전지전능한 신 같은 존재가 아니라, 얼마든지 무너지고 실수할 수 있는 인간이라는 것을 내 아이에게 숨기지 않고 드러내고자 한다. 가급적이면 진솔한 대화를 주고받으며 부모 자식 간의 생각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알아차릴 수 있게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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