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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경 Aug 23. 2023

읽는 자, 느끼는 자, 쓰는 자, 복 있을 지어다

-오늘은 어찌된 일인지 읽으면 읽을수록 쪼잔해지고 찌질해지는 날

이 위대한 반복을 오늘도 계속하고 있도다


며칠 째 책을 순례하고 있다. 이 책을 보고 감동받았지, 하면서 집어 들고 몇 페이지, 저 책을 보고 놀래 자빠졌지, 하면서 집어 들고 반쯤, 그렇게 책들 사이를 뛰어다녔다. 그 책들과 연관된 검색어로 찾아낸 기사나 인터뷰와 독후감 따위도 양념으로 읽어치웠다. 많이 먹었는데도 배부르지 않은 느낌.


아침부터 글자들의 향연에 푹 빠져있던 눈 좀 식힌답시고 창밖에 만개한 명랑 쾌활한 하늘을 보다가 가슴이 쨍하고 찢어지고 말았다. 아니, 이 무슨 미친 짓을 아직도?


소설가라고 명함 내민 지가 언젠데 아직도!

하지만

나는 여전히 무엇인가 갈급하고, 언제나 2% 부족한 어떤 것 때문에 거의 미쳐가는 것 같다. 닿을 듯 말 듯한 곳에 보암직하고 먹음직한 사과 하나가 매달려 있는데 그것을 따면 죄가 될 것이고 그것을 따지 않으려면 내 눈이 머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어쩐지 막막해지고 슬퍼졌다. 아득바득 글을 쓰고 싶어 하는 가장 근원적인 물음에 대하여 나는 '내가 원하는 문장들을 죽죽 쓰고 싶을 뿐'이라는 멍 때리는 답을 할 수밖에 없다. 무엇에 대하여, 어떤 것에 대하여 쓰고 싶은 것이 아니라 내가 쓰면서 희열을 느낄 문장들을 손끝이든 가슴 끝이든 생각 끝이든 튀어나오는 대로 오븐에 구워버리고 싶은 것이다. 내가 읽고서 맛있어하던 문장들은 내 의식 속에서 완전히 용해되었는지 흔적도 없지만.




내가 자주 애용하는 미술도서관 내부

악스트를 읽고 있다


2016년 악스트에는 정유정이 특집으로 나와있고,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백민석도 있다.  오, 이응준까지!


매끈한 종이에 생각보다 작은 활자가 눈을 피곤하게 만들기는 하지만, 영혼까지 피곤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피곤해하는 이 시간이 좋다.


악스트를 단번에 다 읽기는 힘들다. 너무 많은 이야기들이 다채롭게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그 다양성도 좋다.





눈이 아프다. 며칠 전부터 눈속이 버석거리는 느낌을 받았다. 무엇인가 모를 이물질이 분명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것이 무엇일까.

이물질이 내 몸속에 있다는 것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 것일까.

하긴... 어느 땐 내 몸 전체가 이물질처럼 생각되기도 한다.


그만큼 낯설다, 내가.

내가 모르는 나의 어떤 것들이 나를 잠식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때가 있는데 오늘이 그렇다. 그렇다면 나는 어디에 있는 걸까? 어디로 도망친 걸까?

악스트 몇 권을 삽시간에 읽어치우면서 치즈와퍼를 매일 먹는 기분이었지만, 언제 먹어도 맛있는 치즈와퍼의 맛처럼 겁나게 맛있었던 악스트가, 그 존재가 고마웠다.


우려스러운 점도 없지는 않다.

악스트가 너무 유식한 척 떠벌리지는 말았으면 좋겠는데...

지적인 것, 지식적인 것, 지성적인 것들이라고 하는 것들 때문에 오히려 찌질해 보인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는데.


읽는 자, 느끼는 자, 쓰는 자, 복 있을 지어다

어쨌든, 읽는 자, 느끼는 자, 쓰는 자, 복 있을지어다!





http://aladin.kr/p/k4kMg

소설가를 지망하시는 분들은 아무쪼록 악스트는 읽어야 할 것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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