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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경 Aug 22. 2023

문학상 심사를 하면서

-소설가, 좋은 직업은 아니어요

작년 가을.

우리나라에 있는 수많은 문학상 중 하나에 관여하여 심사를 하게 되었다.

지방에 있는 소박한 문학상 심사였다. 비공개처리된 온라인 작품방에 들어가 나에게 할당된 작품을 읽었고, 심사위원장이 제시한 점수표에 작품의 질을 숫자로 환산하고 작품에 대한 느낌을 두 줄 정도로 요약하여 1차 심사장에 나갔다.

다른 심사위원과 짝을 이루어 크로스 체크를 하고 맡겨진 작품 중에서 다섯 작품 정도를 선별하여 체크하는 작업을 거쳤다.

그 이후에 2차 심사와 톡으로 의견 교환, 그리고 논의, 논의, 논의...

어느 한 작품을 대상으로 선정하기까지 정말이지 시간과 노력은 말로 할 수없다.



그런데, 응모된 작품 중 나를 완전 매혹시켰던 그런 작품이 있었다.

어쩌면 이렇게 잘 쓸 수가 있을까. 처음부터 끝까지 마치 어느 유명한 작가의 책을 읽듯 침을 흘리며 읽었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의 즐거움은 심사위원이 아니라 독자의 입장이었다.

첫 단락에서부터 강한 흡인력으로, 절제된 문장 속의 놀라운 표현력으로 나를 흥분시켰다.

문단권력이라는 문예지에서도 이런 작품은 본 적이 없었고, 읽을 때 이런 즐거움을 주는 작품도 없었다.


모처럼 소설 읽는 재미에 푹 빠져있었던 즐거운 심사 시간이었다.

이런 아마추어 작가가, 이런 작고 소박한 문학상에 응모하다니. 이런 작품은 신춘에 응모해야 하는 게 아닐까? 심사하는 내내 옆 심사위원과 그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아마추어 작가들, 지망생 중에는 정말 기가 막히게 잘 쓰는 사람 정말 많다. 그 작품을 읽으면 이름값도 못하는 유명하기 짝이 없는 기성작가들이 부끄럽지 않을까 할 만큼.



대상 선정에도 얼마나 우여곡절이 많았는지 모른다. 여러 심사위원들을 설득시켜 나를 매혹한 바로 그 작품을 대상으로 선정했을 때 마치 내가 대상을 받은 것처럼 기뻤다.

정말이지 규정을 어기고 그 응모자에게 전화를 하여 이런저런 어드바이스를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소설만 쓰면 살아가기 힘든데 다른 방도는 있느냐고.

왜 그런 첫마디가 생각났는지 나도 모르겠다.

수많이 많은 '잘쓰는' 작가들이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이러저러한 투잡, 쓰리잡을 뛰는 모습을 보아왔기 때문이었나...

문학이 외면당하고 소설이 괄시받는 이런 시대에 소설을 쓰면 어떡하냐고.

정말 평생 먹고살 걱정이 사라지지 않는 인생을 살게 될 텐데 어떡하냐고... 그래도 쓰겠지.


머지않아 국내 유수의 문예지에서 그 소설을 쓴 응모자의 새로운 작품을 읽을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그리고.

소설 때문에 많은 것을 잃어버려서 너무 힘들게 살기 않기를.


미술도서관에 작업하러 왔다. 넓고 쾌적하며 모던하고 럭셔리하다. 대한민국 복지 만세! 위의 사진들도 모두 미술도서관 정경이다.




문학동네에서 해마다 발간하는 젊은작가상 시리즈를 읽으면 한국 소설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짐작할 수 있다. 책값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만큼 싸다! (정가 7700원! 대체적으로 10% 할인해주니까 6931원! 커피 한 잔 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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