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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경 Aug 23. 2023

자전소설 쓰는 소설가

-소설가가 죽기 전에 꼭 쓰고 싶어 하는 소설은?

수많은 소설가들이, 아니 수많은 작가(글을 쓰는 사람을 총칭해야겠어서)들이 자전소설을 쓴다.


그들은 소설의 형식을 빌려와 자신의 생을 좀 더 아름답게 시야게(전문 용어를 써서 죄송스럽다)한다.

왜곡된 기억이지만 작가의 경험은 자신의 필력으로 더욱 문학적으로 리얼하게 표현될 수도 있으니까.

기억의 리모델링이라고 할까... 낡고 퇴락하고 누추한 방 그대로 보여주기에는 어떤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을 수도 있겠고, 솔직한 진술이 비루함으로 비춰질까 고민한 결과일 수도 있겠고, 하여튼 이유는 다양하고 하나하나 설득력이 충만하다. 그래서 자전소설에 토 달기가 쉽지 않다. 자기 인생 자기가 쓴 걸 타인이 뭐라 할 수 없는 노릇인 거 같기도 하고.


소설가들의 말년의 작품은 대략 두 가지인 것 같다. (선배 소설가들을 보건대)


하나는 사랑 이야기,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


죽기 전에 끝내주는 연애 소설 하나 써보고 싶다는 소설가 (실은 자신의 사랑이야기를 남기고 싶은 마음이 더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죽기 전에 자전 소설 하나 꼭 써보겠다는 소설가 (자신을 소설가로 이끌 수밖에 없었던 지난날들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참 많이도 만나보았다.


그리고 그분들이 쓴 소설을 참 많이도 읽었다.

대체적으로 좋았다.

하지만 너무도 작가와 가까우면 나는 오히려 거리감이 생기는 느낌이었다. 더 솔직하게 말하면 거부감이랄까. 소설이라는 장르를 택했다면 소설적인 어떤 장치(기본적으로)가 필요하지 않을까.

왜? 소설이니까. 자전소설도 소설의 영역이니까!


어제 읽은 이상문학상 수상집 속의 천운영 작품의 경우, (내가 보기에는) 그런 면에서 반쯤 성공한 작품이다.  어머니 때의 시대상을 많이 보여주고 싶었겠지만, 내가 경험한 시대와 조금은 달라서 당황했다. 1967년의 전차 이용요금, 당시의 월급의 가치 등등. 나도 내 경험이 왜곡되어 있는지 몰라 검색창을 여러 개 돌려보았지만 확인할 수는 없었고...(안타깝다!)


그녀의 어머니의 삶에서 기억되는 대화, 장면 등은, 마치 역사서술가처럼 사실을 빈틈없이 찾아내려는 의지가 엿보여, 읽는 나는 살짝 빈정  상했지만, 결국 소설 말미의 전복으로 의미가 확장되어 참으로 멋진 소설이 되었으니 다행이었고 그래서 좋았다.



읽으면서 생각했다. 누구의 기억이든, 누구의 경험이든 다 소설이 될 수 있다. 다만, 그것을 어떻게 엮어내느냐, 어떻게 문학적으로 형상화되느냐가 관건이겠지.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은 그 사람의 일생이 아니라, 그 사람이 겪은 상황에서 나를 발견하면서 동질감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 타인의 세계로 쳐들어가서 그 세계 속에서 한 번 뒹굴며 같이 놀아보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도 죽을 때가 가까워오니 가는 시간이 참 많이 안타깝다. 그래서 꼭 써보고 싶은데 못쓰는 소설을 꼽으라면, 역시 여느 소설가들처럼 연애소설과 자전소설을 꼽는다.


그런데... 대체 누가 나의 기억의 세계로 쳐들어와 나와 함께 놀아줄 것인가...

아니, 대체 언제?

쓰기는 쓸 수 있을까...?

그만큼 실력이 되지 않는 나를 한탄하면서, 한숨지으며, 이상한 굿모닝 인사를...






며칠 전 읽은 책인데 흥미있게 읽었다. 자전소설을 쓰는데 좀 유익하긴 할 거 같다.


http://aladin.kr/p/RMnK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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