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제목으로 자전에세이를 쓰련다
전생에 내가 쓴 글이 아닐까 생각할 정도로
나를 가장 정확하게 있는 그대로 표현해 준 어느 시인이 계시다.
그중 한 구절, 슬픔도 늙는다.
그 대목에 이르러서 가슴이 찌르르... 감전된 것처럼 온몸이 진동했다.
오늘은 필사하는 마음으로 시인의 글을 올린다.
읽은 분들 중 아마도 나처럼, 아, 이건 바로 나야, 하시는 분도 계시겠지.
...
나는 바람의 사촌쯤으로 태어났다.
나의 젊은 시절은 감정과 감정, 현실과 감정 사이에서 진폭이 큰 파도처럼 대책 없이 떨어져 내리며 부서지던 세월이었다.
나는 나로 인해 그렇게 휩쓸렸다.
마치 그런 폭풍 같은 감정을 놓치지라도 하면 시에서 멀어지는 것처럼.
그 감정 때문에 나를 너무 고단하게 부려 먹었다.
감정을 제왕처럼 받들고 그것을 "진실"이라고 외치면서,
감정을 배반하면 날 배반하고 문학을 배반하고 나라를 팔아먹는 것처럼 생각했던 것이다.
인생에 후회가 있다면 남발한 내 감정이다.
그것에 형체가 있다면 두 팔을 묶어 감옥에라도 넣고 싶지만 그러지 못해서,
아니 스스로 만든 감옥에 넣기도 했지만 그는 너무 자주 출소하거나 도망쳐서 내 가슴에 면도날 자국을 그었던 것이다.
감정을 최우선으로 사는 동안 이익에는 둔했다.
감정을 흘러가는 대로 두면 결국 남는 것이 없다.
돈을 남발하는 파산과 다르지 않다.
감정 낭비는 피로와 자책만 남긴다.
한량없이 배고프고 초라한 것이 감정이다.
적당량의 감정은 에너지가 되지만 과다하면 붕괴한다.
늘 우울한 낮과 밤, 늘 위태롭기만 했던 외로움은 감정이 자생시킨 쓸모없는 지병이었을 것이다.
속 빈 강정같이 본질도 알 수 업서는 감정과 싸우던 시간들이 내 젊은 날이었다.
그 시간의 절반만이라도 실체를 찾는 일에 쏟았더라면 나는 지금 세상을 변화시키는 방법도,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도, 인간을 사랑하는 방법도 더 많이 알고 있지 않을까.
그런 감정에 익사하는 것이 아니라 그 감정을 극복하는 힘을 길렀다면 내 문학도 좀 더 생생한 호흡으로 살아 있을지 모르는 일이다.
내 문학도 인생도 그렇게 모셨던 감정이라는 유령 때문에 손실이 컸다고 나는 단정한다. 후회라는 낱말에 서슴없이 손을 든다.
약지도 영악하지도 못해서 철철 감정에 휘둘리는 그 모습, 나약하고 가파른 감정으로 덜컹거리는 그 여자에게 매서운 회초리를 갈기고 싶다.
... 슬픔도 늙는다. 때론 젊은 날처럼 옷이 젖도록 울고 싶은 때도 있지만 그렇게 울지 않는다. 마음이 흐느끼고 어깨가 출렁거리는데 눈은 마를 때가 많다.
그래서 강물을 바라본다. 그래서 하늘을 바라본다. 그래서 허공을 바라본다. 그래서 능선을 바라본다. 바라봄이 울음을 가능케 함을 알기 때문이다. 내가 누구에게도 건네지 못하는 말이 거기에 흐르고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그 흐름 속에 마른 내 시가 흐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여든이 넘으셨어도 여전히 영혼이 아름다운 멋진 시인께 경배드립니다...
내가 진심으로 존경해 마지않는 황현산 문학평론가는 신달자 시인에 대해 “두 손으로 만지작거리는 모든 말들이 모두 시가 된다”라고 평한 바 있다. 이런 기가 막힌 찬사를 듣는 시인은 참 복이 많으신 분이다. 부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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