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우연과 상상>2022 리뷰
영화 <우연과 상상>2022에서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상의 소재에 작가의 상상과 우연을 가미한 풍부한 이야기로 만들었다.
첫 번째 단편 <마법(보다 불확실한 것)>에서 메이코는 직장 동료 츠구미(현리)의 연애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듣다 보니 그 상대가 메이코(후루카와 코토네)가 만났던 전 남자 친구 카즈아키(나카지마 아유무)였다. 두 번째 단편 <문은 열어둔 채로>는 퇴근 후 버스를 타고 귀가하는 길에 나오(모리 카츠키)의 삶을 망친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사사키(카이 쇼우마)를 만난다. 세 번째 단편 <다시 한번>은 고등학교 동창회가 있어서 찾아간 고향에서 나츠코(우라베 후사코)는 간절히 만나길 바랐던 동창을 만나지 못한다. 포기하고 돌아가려던 때 길에서 그 동창을 똑 닮은 아야(카와이 아오바)를 우연히 만나고 서로를 오해하게 되는 일이 발생한다. 각 에피소드에서 발생한 각각의 우연들은 주인공들의 삶에 중요한 의미로 작동한다.
인물들의 자유의지가 우연을 사건으로 만든다. 우연을 그냥 스치는 일로 만들지 않기 위해 주인공들은 행동한다. 1편에서 메이코는 전 남자 친구를 만나기 위해 택시를 돌립니다. 3편에서는 길에서 스치듯 본 상대를 다시 확인하기 위해 내려갔던 에스컬레이터를 올라가 다시 확인합니다. 2편의 우연한 만남은 5년 후 버스에서 우연히 사사키를 만나게 되는 순간이지만 영화 전반을 차지하는 내용은 두 사람이 헤어지기 전 과거를 보여주는데 집중한다. 또 한 번의 우연한 순간은 세가와(시부카와 키요히코) 교수에게 메일을 보내야 하는 상황에서 그녀의 가족들이 이름이 비슷한 사가와가 보낸 택배를 받는다.
감독은 개성과 매력 있는 다양한 인물들로 영화를 채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독한 말로 상처만 주게 된다는 메이코, 매력적인 사람의 성적인 유혹에 쉽게 넘어가는 약점을 가진 나오, 10대 시절 자신의 소중한 감정을 위해 싸우지 않았던 것을 수십 년이 지나서까지 후회하는 나츠코가 그 주인공들이다. 행동보다는 대사를 통해 인물들의 내면을 탐구하고 약점들 가진 인물들이 상대방과의 만남을 통해 일종의 치유를 받는 결말을 만든다. 1편에서 츠구미는 낯선 남자와 만나 15시간 동안 대화를 나눴다고 하는데 평소 같았으면 타인에게 하지 않았을 말들, 어린 시절까지 공유하게 됐고 마법 같은 순간들이었다고 고백한다. 또한 2편에선 나오가 세가와 교수와 대화를 나누면서 자신의 약점까지 자연스럽게 드러내게 되고 세가와 교수 또한 자신의 은밀한 속마음을 밝힌다. 두 사람의 대화의 깊이는 깊어지며 그것만으로도 치유의 효과를 얻는다. 3편 역시 얼굴이 낯익어 서로의 동창이라고 착각했지만 사실은 전혀 모르는 사이였던 두 사람은 자신들을 괴롭혀온 삶의 후회(동성 연인을 떠나보낸 것)와 고민(남편의 연애편지, 인생이 빠르게 지나간 것 등)들을 나누고 들어준다.
하마구치 류스케 영화 속 인물들의 대화를 듣다 보면 파도와 조류에 몸을 맡긴 듯 자연스레 한 방향으로 흐르는 것처럼 그가 의도하는 방향으로 따라갈 수 있다. 1편에선 세 사람이 한자리에 모이게 됐을 때 메이코가 두 사람 앞에서 어떤 말을 꺼내게 될지 전혀 예측할 수 없었다. 2편에서 세가와 교수를 유혹하기 위한 목적으로 교수실 문을 닫고 폐쇄된 공간을 만든 나오가 외설적인 파트를 소리 내 읽는데 세가와 교수가 닫힌 문을 다시 열어 개방된 공간을 만든 순간 나오는 복도 밖의 학생들을 의식하며 낭독을 하게 된다. 그 순간 나오의 입장이 순식간에 변하면서 이야기가 흥미로워진다. 3편에선 아야가 나츠코가 생각하고 있는 그 사람(유키 미카)이 아니라는 사실을 고백하면서부터 이야기는 흥미로워진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할 수 없는 만큼 관객의 흥미는 증가한다.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심리치료의 일환으로 역할극 같은 소통의 행위를 통해 등장인물들이 내적인 만족감을 얻는 결말을 그린다. 그들을 지켜보는 관객은 영화의 결말이 주는 만족감과 정서적인 포만감을 느낄 수 있다.
우리 모두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할 때가 있다. 자신은 인지하지 못하고 때론 부정할지 모르지만 우리 내면의 본성은 알고 있다. 메이코가 남자 친구에게 끝까지 상처 주는 이유는 그를 진심으로 사랑했었다는 감정을 회피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것을 인정하게 되면 자신이 더 상처받을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돈 많은 부자와 자보고 싶었다", "관계에서 성인용품보다 만족감을 주지 못했다"는 식의 상처를 주면서 자신의 감정은 숨기고 감추며 상대방이 아파하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이 그로부터 사랑받고 있었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다. 인간은 이성의 유혹에 약하다. 자신이 성소수자 일지 모른다는 혼란과 이성과의 만남에서 자신의 사랑을 확신하지 못하고 망설이고 지나치는 것은 연약한 인간의 자연스러운 내면이다. 인간 모두 내면의 약점들 때문에 고통받지만 결국 이겨내는 영화 속 인물들을 보면서 관객들은 자신의 내면이 위로받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독서를 하고, 영화를 보고, 연극을 보는 등 서사(이야기)를 인생 가까이에 두는 이유다.
서사(이야기, 플롯)로 만들어진 인물들의 실수, 잘못된 행동, 범죄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 아닌,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을 잠시 제쳐두고 모든 것이 인간에게 존재하는 복잡한 본성이라는 것을 수용해 보려는 태도는 삶의 팔레트를 더욱 다양한 색으로 채울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우연과 상상>2021은 채도와 명도가 다소 낮은 접근하기 쉬운 삶의 색상으로 볼 수 있다.
극작에서 우연은 운명이며 신의 뜻이었다. 그리스 희곡에서 중요한 순간들에 운명이 강조되었던 것은 신이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신의 계획 안에서 움직일 수밖에 없고 그렇게 살아가야 한다는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인간 중심의 사상이 나타나면서 운명은 개척하는 것으로 여겨지기 시작했고 이는 극작에도 영향을 미쳤다. 인간의 성격이 플롯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