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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연한 출발 Jun 16. 2022

마음을 닫은 현대인의 사랑

영화 <파리 13구>2022 리뷰

 

 감독은 단절된 관계 속에서 외로움을 느끼고, 육체적 쾌락을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에 공허함을 느끼며, 자신의 과거를 공유하며 맺는 진지한 관계를 원하지만 세상이 그것과 점점 멀어지며 성과 쾌락에 집착하는 현상에 지쳐 벗어나고 싶은 욕망을 현대 프랑스 사회에서 발견한다.  


영화 <파리 13구>는 순차적으로 인물들을 소개하며 교차하는 형식으로 이야기의 폭을 넓힌다. 에밀리와 카미유로 시작해 카미유와 노라의 교차점을 찾고, 노라와 엠버 스위트의 만남으로 네 사람의 관계가 모두 연결된다. 영화의 각본은 세 명이 공동 각본을 했다고 알려졌다. 감독 자크 오디아르와 공동 각본가 셀린 시아마(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톰보이>, <워터 릴리스> 등 감독), 레아 미지위의 협업으로 탄생한 영화 <파리 13구>2022는 매력적인 이야기와 등장인물을 통해 관객들에게 새로운 정서적 체험을 하게 한다. 감독은 두 여성 각본가와 함께 공동 작업하면서 젊고 현대적인 감각을 시나리오에 더하길 원했다. <파리 13구>는 에이드리언 코미네의 단편소설 3편을 원작으로 했다(이지현 평론가의 '파리, 13구' 리뷰, 씨네 21). 그래픽 노블인 원작을 감독은 프랑스를 배경으로 각색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이국적인 효과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


 영화 <파리 13구>2022의 인물들을 보면 영화 <우연과 상상>2021의 인물들이 보인다. 장르도 다르고 표현 방식도 다르지만 비슷한 인간의 복잡한 내면을 표현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영화 <우연과 상상>2021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독한 말로 상처만 주게 된다는 메이코, 매력적인 사람의 성적인 유혹에 쉽게 넘어가는 약점을 가진 나오, 10대 시절 자신의 소중한 감정을 위해 싸우지 않았던 것을 수십 년이 지나서까지 후회하는 나츠코가 그 주인공들이다(깐느박 <우연과 상상>2021 리뷰, 평론, 브런치). 

 <파리 13구>2022의 인물들 역시 비슷한 인간의 욕구를 보여준다. 에밀리(루시 장)는 감정 표현이 솔직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면이 있으며 육체적인 유혹에 쉽게 넘어간다. '일단 자고 본다'는 연애관을 가진 에밀리는 카미유와 관계를 시작하고 사랑을 느낀다. 카미유(마키타 삼바)는 사랑의 감정은 한순간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강하게 성관계를 갖고 시작하는 성향인데, 노라를 만나면서 도전받는다. 노라(노에미 메를랑)는 SNS에서 성인 배우로 오해받는 사건을 통해  엠버 스위트라는 가명을 쓰는 자신과 닮은 성인 배우 루이스와 관계를 이어가게 되고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져야 하는 순간을 맞는다. 

 인물들은 각자가 생각하는 사랑에 대한 가치를 재고하게 되는 갈등을 겪는다. 감독 자크 오디아르는 현대 프랑스의 연애를 묘사하며 관계를 시작하려는 인물들에 집중한다. 육체적 관계는 사랑의 결과가 아니라 사랑을 시작하는 원인이 된다. <파리 13구>의 인물들이 사랑을 찾는 과정, 사랑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희생은 보이지 않는다. 에밀리는 육체적 관계로 시작한 카미유와의 관계에서 카미유가 다른 많은 여성들과도 육체적 관계를 갖는 모습을 지켜보면서도 개의치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성생활까지 카미유와 공유한다. 그와 성생활 만족도가 높아 그것을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그녀의 관계는 앱을 통해 단기적으로 이뤄진다. 외로운 관계에서 가장 인간적인 방법으로 이어진 인연은 오직 카미유뿐이다. 반대로 카미유의 주변에는 많은 여성들이 있다. 그는 다른 여성들과의 잠자리를 갖는 것에 거침없으며 정복욕이 있지만 공허함을 느낀다. 노라에게 마음을 빼앗긴 이유는 그녀가 그와의 잠자리를 만족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결국 그도 그의 곁에 남아 있는 에밀리에게 돌아간다. 


 노라와 루이스의 사랑이 가장 안정적이고 특별해 보이는 연출은 분명하다. 영화 <파리 13구>인 인물들은 자신들의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어떤 것도 포기하지 않고 어느 것도 희생하지 않는다. 그들의 관계에는 쾌락이 빠지지 않는다. 그들의 관계느 맺고 끊기 쉽다. 에밀리, 카미유는 관계에 정착하지 못하고 부유한다. 노라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관계를 형성하려고 하지만 큰 사건을 겪으면서 가치관이 변한다. 온라인 상에서 만난 관계지만 사적인 영역까지 공유하면서 특별한 감정을 쌓아간다. 에밀리와 카미유는 현재에 집중하지만 노라는 루이스와 과거를 공유한다. 여성 동성애 성향의 영화들을 만들며 여성들의 세세한 감정들을 연출해 온 셀린 시아마의 글과 이민자에 관심이 많은 감독 자크 오디아르의 협업으로 탄생한 영화 <파리 13구>다.


 사랑이 주는 이미지는 오색찬란하지만 영화 속에선 사랑을 찾을 수 없고 사랑을 찾을 수 없는 현실은 흑백이다. 영화 <파리 13구>2022는 흑백영화다. 유일한 컬러는 온라인 성인 방송에서 엠버 스위트가 자신의 고객을 위해 촛불을 불며 성행위를 하는 장면을 보여주는 장면뿐이다. 온라인 세상은 컬러이며 현실은 흑백으로 연출한 감독의 의도는 모든 등장인물들의 차이점을 없애고 평등하게 보여준다. 자주 등장하는 파리 13구의 전경을 비추는 몽타주 장면은 흑백의 이미지를 더해 2차원적으로 보인다. 흑백 화면은 개인의 외적 특징에 신경 쓰지 않게 하며 오직 개인의 성향에 집중하는 효과를 더한다. 유일한 컬러는 성에 자유롭고 엠버 스위트가 등장할 때뿐이다. 그녀는 등장인물들 중 스스로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기도 하다.

 메인 테마 음악은 기계음이 많이 섞여서 영화를 현대적이고 도시적이고 차가운 느낌을 주도록 표현했다. 클래식이 유명한 유럽의 배경과는 다소 멀며 클래식 음악을 연주하기 위해 쓰이는 다양한 악기들 또한 듣기 어렵다. 아날로그나 고전적인 이미지는 철저하게 배제했으며 핸드폰, 노트북, 인터넷, 랩, 현대 건축물 등 영화의 이미지를 구성하는 요소들을 의도적으로 사용했다. 

 영화의 원제는 <Les Olympiades>로 영화의 제목을 파리 전체로 하지 않고 파리를 나누고 분리한 특정 구역 파리 13구 즉 올림피아드 구로 정한 것은 감독의 의도가 있다. 프랑스 파리는 낭만으로 가득 찬 사랑의 도시를 상징했다. 지금도 진정한 사랑을 갈구하는 사람들에게 프랑스 파리는 매력적인 도시다. 하지만 이 영화는 파리의 단면을 보여주는데 의미가 있다. 상징적인 에펠탑도 영화에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현대적인 고층 빌딩이 배경이다. 


 영화 속 인물들은 방황하고, 도시에서 부유하고, 외롭다. 가족 안에서 상실이 있고, 상처가 있다. 피하고 싶은 감정들이 있고, 관계들이 있다. 사랑을 치장하고, 꾸미고, 허상을 만들고, 가벼운 관계를 조장하며 오히려 사랑을 시작하려는 청춘들을 관계의 외로움, 상처, 의심, 혼란의 낭떠러지로 몰고 간다. IT기술의 발전으로 초고도 연결 사회가 되어 인간과 기계, 자연 모든 것이 연결되어 관계를 맺고 마치 전 세계가 하나가 되는 듯 이 사회는 말하지만 스마트폰과 인터넷으로 인해 인간들은 고립되고, 단절이 생기고 인간은 외로워지고 상처받고 쓸쓸해진다.


감독: 자크 오디아르
장르: 드라마/ 프랑스/ 105분
개봉: 2022/ 05/ 12
주연: 노에미 메를랑(노라 역), 루시 장(에밀리 역), 마키타 삼바(카미유 역)
 감독 자크 오디아르는 프랑스 영화감독이다. 각본가로 영화 일을 시작했던 자크 오디아르는 94년 처음 연출에 도전한다. 이민자와 교육이라는 소재에 많은 관심으로 작품을 만들고 있으며 영화 <예언자>2009, <디판>2015 등 흥미롭고 장르적인 영화들을 만들었다. 감독의 성향을 반영하듯 영화 속 주인공 에밀리(루시 장)는 중국계 프랑스 이민자로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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