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경아의 딸>2022 리뷰
영화 <경아의 딸>은 리벤지 포르노 범죄를 당한 딸 연수와 엄마 경아의 이야기다. 제목이 <경아의 딸>인 만큼 딸 연수(하윤경)가 주인공이지만 엄마 경아(김정영) 역시 중요하다.
보수적인 엄마 경아의 속박에도 연수는 몰래 2년간 연애했던 남자 친구와 헤어졌다. 연수에게 집착하던 남자 친구 상현은 연수의 헤어짐에 이성을 잃고 두 사람의 관계 영상을 유출한다. 이 영상은 엄마 경아에게까지 유포된다. 상현은 법의 처벌을 받지만 이번 사건으로 엄마 경아와 딸 연수의 멀어진 관계는 좀처럼 좁혀질 줄 모른다.
영화는 이별 후 리벤지 포르노 범죄를 당한 20대 여성 연수가 사건을 어떻게 견뎌 나가는지 집중하는 한편 흔들리는 경아의 삶에도 집중한다. 교직 생활을 그만둘 만큼 극심한 정신적 피해와 원치 않는 이사, 그로 인해 경제적 곤궁에 빠져 다시 사회로 나오기까지 극복해야 하는 두려움, 온라인 세상에서 자신의 리벤지 포르노가 완전히 지워지지 않을 것이라는 두려움 등 피해자가 겪을 수 있는 고통들을 묘사한다. 감독은 피해자의 고통을 관객들이 체험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일찍이 가해자가 경찰에 잡힘으로써 갈등의 방향을 경아와 연수에게로 돌린다. 경아는 자신의 신념을 따라준 믿었던 딸 연수의 배신(?)에 무너지고, 믿어주고 지켜줄 수 있는 부모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 경아 또한 자신에게 닥친 이 시련이 믿어지지 않고 적응할 수 없는 것이다.
이 영화의 차별점은 상상하지 못했던 시련을 겪으면서 무너지는 두 여성에 관한 이야기라는 점이다. 경아는 딸이 직면한 사건을 지혜롭게 해결할 수 없는 어머니로 등장한다. 남편으로부터 '걸레 같은 여자'라는 말을 듣고 원치 않는 성관계를 당하던 과거부터 동네 남자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바람을 폈을 것이라는 대상으로 소비된다. 그런 과거 때문인지 연수가 리벤지 포르노라는 범죄에 휘말렸을 때 연수에게 '걸레가 따로 없더라'라고 말한다. 엄마와 딸의 갈등은 깊어진다. 경아는 연수의 안식처가 되어주지 못하고 현실을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딸의 흔적을 뒤쫓는데 급급하다. 디지털 범죄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 주변의 부모의 모습 혹은 불안정한 삶을 살아온 부모의 모습과 맞닿아 있다. '그런 동영상'을 찍은 딸을 이해할 수 없고 이런 일은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세상에서 누구보다 내편이 되어 주어야 할 가족마저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고 지켜주지 못하며 혼자가 된 연수와 자신의 삶의 경험에 비추어 도저히 딸을 이해할 수 없는 경아의 불협화음. 연수는 경아를 원망하며 묻는다.
"왜 자신에게 기댈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주지 않았어? 안식처가 되어주지 못했어? 왜 그런 말을 했어?"
경아는 대답합니다.
"다 내 탓이다."
하지만 연수는 병실을 떠나며 말합니다.
"엄마 탓 아니야. 내 탓도 아니고."
경아와 연수 모두 사랑했던 남성(폭력적인 남편과 관계 영상 유출을 한 전 남자 친구 상현)에게 피해를 입은 피해자입니다.
엄마인 경아뿐 아니라 변호사 그리고 상현의 부모는 경아에게 지속적으로 말합니다. "찍는 걸 몰랐어?" "너도 좋아서 찍었잖아" 하지만 사건의 본질은 연인 사이에 동영상을 찍었는지 찍지 않았는지가 아니라 그것을 유포한 행위 자체에 있다. 비난을 받아야 할 사람은 상현이지 연수가 아니었음을 누구도 말해주지 않는다. 경아는 딸에게 자신이 한 말에 대해 사과하고 싶지만 연수는 만나주지 않는다.
경아는 이번 사건을 겪으며 그동안 안주해 왔고, 자신의 부정적인 과거를 옭아매 왔던 도시를 떠나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하게 되면서 새로운 삶을 맞이할 준비를 하면서 영화는 끝난다.
디지털 성범죄가 만연한 사회에서 감독은 파괴적이고, 야만적이고, 이기적이고, 혐오스러운 디지털 성범죄의 직접적인 묘사와 체험 대신 모녀의 관계를 넘어 개인으로서의 경아와 연수로 두 사람을 묘사하면서 관객들에게 새로운 시선을 전달했다.
개봉: 2022/ 06/ 16
장르: 드라마/ 한국/ 119분
감독: 김정은
주연: 김정영(경아 역)/ 하윤경(연수 역)/ 김우겸(상현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