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패러렐 마더스 Parallel Mothers>2022 리뷰
야니스(페넬로페 크루즈)는 잘 나가는 사진작가다. 법의학 인류학자 아르투로(이스라엘 엘레할데)의 인물 사진을 찍어주게 되는데 그녀는 그에게 자신의 스페인 고향에서 내전이 있었고, 그곳에 자신의 증조부와 마을 사람들이 묻혀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며 그에게 도움을 받고자 한다. 그는 자신의 전문 분야는 아니지만 정부 지자체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말한다. 야니스는 그의 딸을 임신한다. 영화 초반부 플롯은 사건의 진행을 위해 빠르게 진행됩니다. 두 사람의 개인적인 감정에 집중하기보다 이야기를 진행하기 위해 필요조건을 설정하듯이 진행된다. 아나(밀레나 스밋)의 가족사와 야니스의 이야기는 보다 정밀하게 펼쳐진다. 그녀는 산부인과 병원에서 같은 병실을 쓴 아나와 같은 날 출산을 하게 되면서 각별한 사이가 된다. 아나와 야니스는 딸을 낳는다.
야니스는 아르투로에게 임신 사실을 알리지만 현재 아내가 암 투병 중이던 아르투로는 그녀에게 아이를 지우자고 말한다. 야니스는 이미 아이를 낳을 결심을 했고, 아이를 반대하는 아르투로와 멀어지기 위해 헤어진다. 아르투로는 자신이나 야니스를 전혀 닮지 않은 야니스의 아이를 보고 난 뒤 자신의 아이가 맞는지 의심한다. 야니스는 딸(세실리아)과 유전자 검사를 한다. 아르투로는 자신과 연애 중에 야니스가 다른 남자를 만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만 야니스는 절대 부정한다. 야니스는 할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았을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전쟁으로 돌아가셨기 때문에 얼굴을 본 적이 없어 확신하지 못한다. 야니스의 할머니는 야니스의 아버지가 베네수엘라계라고 들었지만 자신도 아버지의 얼굴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세실리아가 누구의 유전자를 물려받았는지 확신할 수가 없다고 말한다. 아르투로가 아이를 처음 봤을 때 “누구 닮은 것 같아?”라고 묻자 야니스는 당연하다는 듯 “아버지”라고 말한다. 다른 남자의 아이가 아닌 이상 아르투로를 닮지 않았다면 당연히 자신의 친가나 외가 쪽 유전자의 특징을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확신을 위해 했던 유전자 검사 결과 야니스는 세실리아의 친모가 아님이 밝혀진다.
야니스는 세실리아와의 친자 검사를 통해 자신이 세실리아의 친모가 아니라는 사실을 밝혔다. 그럼에도 야니스는 이 사실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핸드폰 번호를 바꾸면서까지 진실을 감추려 한다. 그리고 운명의 장난처럼 자신이 일하는 동네 카페에서 일하고 있던 아나와 재회한다. 아나는 딸 아니타가 죽었다고 야니스에게 고백한다. 아나는 딸 아니타의 곁에서 한 시도 떨어지지 않았지만 아니타가 밤 중에 돌연사했다고 말한다.
“요람사래요. 유아 돌연사인데 잠자다가 죽었어요. 건강했는데 처음 1년 동안 뇌가 자라지 못했나 봐요. 뇌가 호흡하라고 명령하는 걸 잊었데요.”
영화 초반부 야니스는 출산 후 딸이 관찰소에 들어간 이유로 자궁 밖에서 아이가 적응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아나에게 말한다. 이는 아니타가 세상 밖으로 나온 뒤 뇌의 성장이 더뎠다는 것을 암시한다. 야니스는 이제 갓 태어난 딸 아니타의 건강 문제를 절대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유전자 검사로 이미 세실리아가 자신의 딸이 아니고 어딘가에서 바뀌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던 야니스는 아니타가 돌연사 한 이유가 뇌의 성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말을 듣고 예측했다. 야니스는 아나에게 그 말을 듣는 순간에도 딸의 유전자 검사 사실을 끝까지 숨긴다. 아니타가 자신의 딸이라면 더군다나 이미 죽었다면 자신의 진짜 아이를 되찾을 수 없을뿐더러, 세실리아까지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야니스는 아니타가 자신의 딸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부정한다. 테레사(아나의 어머니)가 찾아와 자신의 모성애 없는 가족사를 고백할 때 아니타의 사망 원인이 집안 문제 때문이라고 떠본다. 만약 모성애 없는 테레사와, 그녀의 밑에서 자란 아나의 성향 때문에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해 죽은 것이라면 아니타가 자신의 친딸이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테레사는 단호하게 유아 돌연사 때문이라고 못 박는다.
아니타의 죽음을 알게 된 야니스는 딸 세실리아의 안전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기 시작한다. 세실리아에게 무관심하고 핸드폰만 바라보는 데보라를 해고하고 세실리아의 친모일 수 있는 아나를 보모로 들인다. 일말의 양심 때문이었는지 아나의 딸 일지 모르는 세실리아를 자신이 기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야니스는 아나에게 친절하게 대한다. 집안 일도 가르쳐 주고, 음식 하는 법도 알려준다. 좋은 조건은 아니지만 집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월급도 준다. 친어머니의 사랑을 받지 못했던 아나에게 야니스는 거의 어머니와 같은 존재가 되어 가고 결국 연인 관계로 발전한다. 확실하게 유전자 검사를 하기 위한 계획이었을지도 모른다. 야니스는 그저 단순한 종합 검사라고 거짓말을 하면서 아나와 세실리아의 친자 검사를 한다. 그 결과 세실리아는 아나 만소의 친 딸이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야니스의 상황은 절정에 달하며 영화의 클라이맥스에 도달한다. 아르투로가 책임지고 진행하던 야니스의 고향 유골 발굴 계획이 진행되기로 확정되면서 아르투로와 다시 가까워지는 만큼 아나의 질투심은 심해진다. 하지만 이 모든 사실의 밑바탕에는 야니스가 진실을 철저하게 비밀로 붙이고 있다는 것이다. 아나는 질투심에 야니스를 자극한다.
"자기가 무덤에 집착하니까 아르투로가 그걸 빌미로 계속 연락하는 거잖아! 미래를 봐야지, 옛 것에 집착하면…"
"너희 아버지가 그래?" "응" "넌 어떻게 생각하는데?" "난 모르겠어. 생각 안 해 봤어"
"약속을 지킬 때까지 전쟁은 끝나지 않아. 과거를 확실히 해야지, 그래야 어딨을지 정하지. 어려도 역사는 알아야지!"
야니스는 저녁을 준비하다 말고 밖으로 나간다. 아나는 자신에게 질린 것이냐고 묻고 야니스는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고 말한. 야니스는 아나에게 잊힌 역사에 대해 명확하게 알아야 하고, 과거 숨겨진 진실을 명확하게 직시하고 밝혀내야 어디에 있을지를 정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는 자신에게 하는 말과 같다. 야니스는 자신의 딸이 아나의 친딸이라는 사실을 끝까지 감추면서 어떻게든 계속 살아가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이 야니스에게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비밀로 하려던 진실을 밝힘으로써 자신이 어디에 존재할지 정해야 한다고 다짐한 것이다. 야니스는 아나에게 모든 감춰져 있던 진실을 공개한다. 아나 만소가 세실리아의 친모라는 사실을 밝힌다. 아나는 세실리아와 본가로 떠나고, 야니스는 아르투로를 불러 그에게도 모든 사실을 알린다. 아니타의 사진을 본 아르투로는 자신의 어머니의 어린 시절을 닮았다고 말한다. 아니타가 아르투로와 야니스의 친 딸이었다. 영화는 시작과 끝에서 강조한다. 역사를 잊은 나라는 미래가 없다, 인류의 역사는 침묵하지 않는다.
영화 <패러렐 마더스 Parallel Mothers>는 역사 기억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스페인은 36년 동안 프랑코의 독재를 겪는다. 독재 기간 동안 프랑코는 잔혹한 행위들을 많이 했는데 수십만 명의 국민들이 죽고 다쳤다. 1977년 10월 15일 프랑코의 사망 직후 민주주의를 갈망했던 스페인에서는 망각 협정이 이루어지는데 이는 가해자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사면법이었다. 하지만 1990년대 국제 정세가 잔혹했던 역사를 기억하자는 추세로 바뀌었고 이에 영향을 받은 스페인 정치권에서는 2007년 역사 기억법이라는 법안을 통과시킨다. 국민들은 잔혹한 범죄 행위를 많이 저질렀던 프랑코 정부의 가담자들을 처벌하는 법안을 기대했지만, 가해자의 처벌에 관한 내용은 없었고 피해자들을 인정하고 보상하는 내용에 치중했다. 1977년의 망각 협정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이 아닌 유예를 선택했다. 하지만 역사의 망각은 진실된 해결법이 아니었다. 프랑코 독재의 희생자들이 스페인 곳곳에서 유해로 발견되면서 과거 청산에 대한 요구가 생기기 시작했고 역사 기억법이 만들어진 것이다. 망각 협정과 역사 기억법은 서로 깊은 연관이 있다. 이름만으로도 예측할 수 있듯이 스페인은 독재의 역사를 망각하려 했지만, 이내 기억하고 되돌아봐야 할 것으로 봤다. 영화 속 테레사는 자신을 우파 상류층이라고 소개한다. 과거에 집착하지 말고 미래를 보라라고 말했던 아나의 아버지의 말을 통해 아나의 아버지도 우파임을 알 수 있다. 과거를 잊고, 묻고, 인정하지 않아야 하는 쪽은 스페인의 우파 정당이었다. 반면 야니스는 스페인의 역사를 되돌아보며 진실을 밝혀내야 한다는 입장에 섰다. 역사 기억법을 지지했고 지원금도 부족하고, 실질적으로 정부의 지원이 힘든 현실에도 역사의 피해자인 자신의 가족사를 밝혀내고자 전진했다.
사회적인 측면으로 스페인 내전의 피해자인 자신의 증조부와 마을 어른들이 묻힌 무덤을 파헤치기 위해서, 아픈 역사의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야니스는 직진한다. 야니스는 사진을 찍는 그녀의 직업만큼 현실을 직시하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는 여성이다. 한편 그녀는 진실을 감추려는 인물도 된다. 세실리아가 자신의 딸이 아니라는 청천벽력 같은 진실을 철저하게 감춘다. 각각의 사건에 대처하는 야니스의 정반대의 선택과 행동은 한 인간으로서의 복잡한 내면을 보여준다. 하지만 야니스의 진실을 위한 투쟁의 성향, 올곧은 내면이 자신의 개인적인 삶에도 영향이 미친다. 큰 고통이 뒤따를 것을 알면서도 초인 같은 능력으로 진실을 밝혀내고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는다. 아나는 반 강제로 진실을 듣게 되지만 어쨌든 친딸을 찾게 된다. 영화의 포스터처럼 야니스의 세로줄 무늬 옷과 아나의 가로줄무늬의 옷이 합쳐져서 더 이상 평생선을 달리지 않고 마주하게 된다. 마을 사람들은 땅 속에 묻혀 있던 내전의 진실과 희생자들을 세상 밖으로 드러낸다.
스페인 내전의 희생자인 증조부가 묻힌 무덤가를 파내 진실을 알려야 하고, 아이가 뒤 바뀐 사건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두 가지 사건이 있다. 감독은 매 신마다 등장인물들의 입을 통해 새로운 사실들을 계속해서 폭로하면서 관객들의 집중을 끝까지 붙잡아 둔다. 중요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다른 사건들을 중첩시키는데 예를 들면 자신의 아이가 아닌 것 같다며 유전자 검사를 부탁하는 아르투로를 뒤로하며 이별을 고하고 나오는데 곧바로 아나에게 전화가 온다. 머릿속에 아르투로에 대한 배신감이 가득할 때 아나와 통화를 해야 한다. 유전자 검사로 자신이 세실리아의 친모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을 때 채 충격이 가시기 전에 아나로부터 아니타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아나가 세실리아의 친모라는 것을 확인했을 때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테레사가 집으로 찾아와 그녀의 장황한 개인사를 들어야만 한다. 관객은 야니스와 같이 충격을 받음과 동시에 곧바로 또 새로운 정보를 듣게 된다. 감정을 해소하지 못한 채 또 다른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는 것이다. 이런 연출 방식이 현실을 잘 반영합니다. 우리는 마음을 무너뜨리는 사건을 겪어도 세상은 충분히 아파하고 견뎌낼 수 있는 시간을 주지 않는다. 우리는 내색하지 않고 현실을 살아야 한다. 어느 것 하나 해결되지 않고 사건들이 층층이 레이어로 겹치게 되면서 관객은 야니스의 혼란과 감정에 집중하게 된다.
영화 <패러렐 마더스 Parallel Mothers>는 주요한 갈등 외에도 다양한 서브 갈등이 존재한다. 스페인 내전에 관한 역사적 진실을 파헤치는 것으로 시작과 끝을 마무리하면서 수미상관의 구조를 취한다. 아나 만소의 가족사와 야니스의 가족 전통인 싱글맘에 관한 비교 등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교차하며 여성의 인권을 이야기하며 한편 모성애에 관해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