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와 국민총행복의 만남

영화 <총을 든 스님>(2025) 비평 리뷰

by 연느


영화 <총을 든 스님>(2025) 포스터

2006년 부탄, 국왕이 스스로 물러나며 민주주의를 도입해 국민들이 직접 지도자를 선출할 수 있게 돼 역사상 첫 선거가 열릴 예정이다. 모의 선거를 위해 우라 마을에 도착한 선거인단은 마을 사람들에게 자유와 평등을 상징하는 파란 당, 산업 발전을 상징하는 빨간 당, 보존을 상징하는 노란 당을 소개하며 모의 선거 연습 참여를 독려한다. 일생을 국왕의 통치 아래 평온하게 살던 우라 마을 사람들은 한쪽 정당의 편에 설 것을 강요당하며 분열과 갈등도 연습해야 할 처지에 놓인다. 한편 라디오를 통해 국왕이 퇴위한다는 소식을 들은 라마승은 변화의 기로에 선 부탄의 미래를 위해 보조 승려 타시에게 총 두 자루를 구해 오라는 지시를 내린다. 타시는 가까스로 마을에서 총 한 자루를 구하는데 그 총을 먼저 구매하기로 했던 미국에서 온 총기수집가와 통역사가 타시 앞을 가로막는다.


갈등은 평화를 갉아먹고 이를 처음 겪는 주민들은 낯설고 불안하다. 선거인단 팀장은 우라마을 주민들에게 민주주의는 '국민총행복의 정점'이며 전 세계 모든 국가가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 걸고 투쟁하기 때문에 그것을 도입해야 한다고 설명하지만, 정당 간 득표를 위한 지지자들의 갈등은 피할 수 없다. 대한민국 정치에서 발생하고 있는 정치 양극화 현상은 국민을 둘로 나눠 갈등이 극에 달해 있는 점을 떠오르게 한다. 민주주의를 신종 돼지 바이러스 이름으로 생각한 타시 스님은 민주주의가 부처님 말씀보다 더 좋은 것이냐는 물음에 팀장은 부처님 말씀은 2500년 전의 것이라 현대에 맞지 않는다고 답한다. 최근 아이돌 그룹 아이브의 멤버 장원영이 예능 프로그램 유퀴즈에서 언급한 책 <초역 부처의 말>이 화재가 됐는데 가수 활동을 하며 고통받는 마음을 부처님 말씀을 통해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는 경험을 공유하기도 했다. 갈등을 피할 수 없는 민주주의와 고통받는 개인의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부처님의 가르침은 서로 공존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기도 하다.

MV5BOTgyNmU3NDgtMTJkYy00ZjQ5LTg3N2EtOWMyZGE1MDM3YWVjXkEyXkFqcGc@._V1_QL75_UX1616_.jpg 영화 <총을 든 스님>(2025) 스틸 컷 [출처: https://www.imdb.com/title/tt15560314/mediaindex/?ref_=tt_mv_sm]

행복을 위한 가치의 천편일률이 불행의 원인이 아닐까. 민주주의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며 사회 안에서 다양한 가치들이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한다. 그런 제도 안에서 오직 돈과 명예, 사회적 성공을 행복을 위한 최고 가치로 여긴다면 그것만큼 불행한 사회가 아닐 수 없다. 행복은 과정 끝에 도달할 수 있는 결과가 아니라 다양한 가치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감정이다. 돈, 명예, 사회적 성공도 중요하지만 우정, 사랑, 믿음, 신뢰부터 가족, 여행, 독서, 취미 등 사회를 풍요롭게 하는 다양한 가치들이 누군가에게는 최우선이 될 수 있고 그 다양성을 보장하고 존중할 수 있는 토대가 민주주의다. 민주주의 이념과 제도가 도입되며 찾아온 행복과 불행은 공존하는 동전의 양면이다. 스님은 자기 수련과 절제 그리고 평화의 상징이지만 총은 갈등, 분쟁, 살인과 폭력을 상징한다. 총을 든 스님은 두 가지 양극단의 가치가 공존하는 하나의 상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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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총을 든 스님>은 민주주의를 이제 막 시작하려는 부탄 사람들의 이야기를 가볍고 유쾌하게 다룬다. 국민 행복도가 높은 나라로 소개된 부탄에서 민주주의를 도입하는 이야기가 오늘의 대한민국에서 개봉하는 것이 꽤 시의적절하다. 2024년 12월 3일, 헌법 수호 의무가 있는 현직 대통령이 헌법을 위반하며 군대를 이용해 국회 해산을 시도했고 언론을 통제해 민주주의를 파괴하려는 계엄령을 내렸다. 하지만 국민들이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전차 앞을 가로막고 국회에 진입해 국회의원을 체포하려는 군인들을 몸으로 막아냈다. 그 결과 대통령은 탄핵 심판을 받고 있으며 검찰은 그를 구속 기소했다. 대한민국의 민주/법치주의는 독재 장기 집권을 시도했던 대통령을 구속하고 헌법과 법률에 따른 절차에 따라 그를 심판하고 있다. 민주주의 제도가 줄 수 있는 국민 최대 행복이란 선거를 위한 정파 갈등이 필연적일지라도, 주권이 대통령 한 사람이 아닌 국민에게 있으며, 주권자의 힘으로 민주주의를 수호할 수 있다는 효능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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