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클레어키건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

섬세한 갈등을 시로 승화시킨 작품

by 경성이

가톨릭교회가 아일랜드 국가와 함께 운영하고 자금을 지원한 막달레나 세탁소는 소설처럼 허구가 아니라 사실이었다. 이 시설에서 은폐 감금 강제 노역을 당한 수만 명의 여성과 아이들은 정당한 대가를 받기는커녕 제대로 된 삶을 누리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단다. 18개 시설에서 9000명의 아이들이 사망했다. 18세기부터 20세기말까지 ‘타락한 여성’들을 수용한다는 명분으로 설립해 성매매 여성, 혼외 임신을 한 여성, 고아, 학대 피해자, 정신이상자, 성적으로 방종하다는 평판이 있는 여성, 심지어 외모가 아름다워서 남자들을 타락시킬 위험이 있는 젊은 여성까지 마구잡이로 수용했고 교회의 묵인하에 착취했다고 한다. 이 소설은 주인공이 자신을 가족으로 받아들여 키워준 미시즈 윌슨을 회상하며 막달레나 세탁소의 착취를 목도하고 나서 갈등하고 고민하는 세밀한 상황을 시처럼 그려냈다. 소설이 길지 않지만 문장이 잔잔하고 아름답다. 인간사회에서 정의와 사랑이 무얼까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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