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카탈루냐 가족과 보낸 크리스마스 1

12월 25일 크리스마스

by 칸리우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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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한 달 동안 따뜻하고 빨간 분위기 속에서 가득 차올랐던 설렘 끝에 피날레를 연주한 듯한 크리스마스. 다들 어떻게 시간을 보내셨나요? :) 저희는 2년 만에 스페인으로 돌아와 크리스마스 이브와 당일 모두, 친구도 연인도 아닌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냈습니다.


카톨릭 국가인 스페인에서 크리스마스는 한국의 설날, 추석과 같은 큰 명절입니다. 본래는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념하는 날이지만, 현대에 와서는 종교적 색채가 희미해지고 가족이 함께 모여 한 해를 마무리하고 시작하는 날로 여겨져요. 특히 요즘은 젊은 층이 유럽이나 다른 국가에 나가 사는 경우가 많아, 한 해 중 가족과 친구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중요한 날이지요. 저희도 일부터 크리스마스 시간을 맞추어 스페인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을 보러 왔어요.


스페인의 크리스마스에 관한 가장 재미있는 사실은 크리스마스가 두 번이나 있다는 거예요. 우리가 알고 있는 아기 예수가 태어난 12월 25일, 그리고 동방박사들이 아기 예수에게 선물을 바치러 마굿간에 도착한 1월 6일입니다. 이 두 날짜 사이에 연말연시도 포함되어 있어 보통 크리스마스 이브인 12월 24일부터 그 다음 해의 1월 6일까지 많은 회사들이 쭉 이어서 쉬기도 해요. 이번 화에서는 스페인의 크리스마스, 그 중 남편의 고향인 카탈루냐의 12월 25일 크리스마스(아주 구체적이죠?)에 대해 이야기 해볼게요.



크리스마스 이브 밤에 선물을 주는

스페인 카탈루냐의 산타, 통나무 인형 띠오(Tió)


띠오.png 띠오 인형들


가장 첫 번째로 이야기할 친구는 '띠오(Tió)’입니다. 사실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에서는 전통적으로 크리스마스이브 저녁에 특별한 행사가 하나가 있습니다. 산타클로스도 아닌, 바로 빨간 모자를 쓰고 담요를 덮고 있는 통나무 인형 띠오가 선물을 싸기 때문이에요. 카탈루냐 아이들은 트리 아래서 선물을 찾지 않고, 띠오가 덮고 있는 담요 아래에서 소박한 선물을 발견한답니다. 놀랍게도 이 띠오는 산타클로스보다, 심지어 크리스마스가 생겨나기 전부터 이어온 전통이라고해요.


띠오에게 뚜론을 싸라는 노래를 부르며 띠오를 막대기로 때리면, 양말과 크레파스, 초콜릿과 같은 작은 선물들을 하나씩 담요 아래 싸냅니다. 띠오에게 선물을 받은 아이들은 방에 선물을 보관하라는 부모님의 말을 듣고 방에 잠시 다녀오지요. 그 사이에 부모님은 담요 밑에 다른 선물을 감추어 둡니다. 그러면 또다시 방에서 돌아온 아이들은 노래를 부르고 선물을 받는 참 귀여운 방식이에요.


이 띠오는 스페인 다른 지역에는 없는 카탈루냐 지방에만 있는 전통이예요. 그래서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크리스마스 트리, 조명 장식과 더불어 마을 곳곳에 띠오들이 나타나는데요, 저희는 딱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오르기 시작할 때 스페인에 와서 여러 얼굴을 가진 띠오들을 만날 수 있었답니다 :) 그리고 올해 집에 있는 띠오에게는 뚜론을 선물받았어요. 다음 겨울방학에는 지리산에서 직접 통나무로 띠오를 만들어보려고요!


IMG_4342.HEIC 예이다 지역 여행 중, 작은 마을에서 발견한 띠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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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 있는 거대한 띠오들



크리스마스 식사


한국의 설날에는 떡국을 먹듯, 스페인의 크리스마스에도 의례적으로 먹는 음식들이 있어요. 하지만 스페인은 지방마다 그 음식이 다르다는 사실! 차비의 고향은 스페인에서 카탈루냐 지방, 그리고 그 중 바르셀로나 프로방스라 저희는 바르셀로나의 크리스마스 음식들을 먹었답니다.



갈렛츠.png 시어머니가 만드신 크리스마스 갈렛츠 수프


Sopa de Galets 갈렛츠 수프


이 수프는 스페인 카탈루니아 지역에서 크리스마스 때만 먹는 특별한 음식입니다. 여러 가지 채소와 남은 고기를 넣어 진하게 우린 육수에 귀여운 소라를 닮은 파스타, ‘갈렛츠(galets)’를 끓여 만들어요. 사실 갈렛츠는 평소에 먹기도 하는데, 크리스마스에는 특별하게 크기가 큰 파스타를 사용해요. 크리스마스가 아닐 때는 그보다는 훨씬 작은 엄지 손톱만한 파스타를 먹지요.


‘갈렛츠 수프’에는 다진 고기로 만든 ‘필로타(pilota)’가 빠지지 않아요. 필로타는 이름 그대로 ‘공’이라는 뜻인데요. 집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주로 다진 소고기와 돼지고기, 마늘, 파슬리, 후추, 빵가루를 섞어 공 모양으로 만들어요. 소라 모양의 갈렛츠 속에 쏙 들어가도록 작게 여러 개로 만들거나, 한 덩어리로 크게 만들어 썰어 먹기도 해요.


재료들이 육수 안에 녹아 있거나, 필로타 안에 다져져 있어 완성된 요리를 보면 어딘가 비어 있는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요, 하지만 뜨끈한 수프와 필로타가 들어있는 갈렛츠를 한입 먹으면 숨어 있던 공()이 단번에 느껴진답니다.


Carn d'olla 카른도야


이름 그대로 직역하면 '냄비의 고기'라고 불리는 이 음식은 갈렛츠 수프의 육수를 만들기 위해 쓴 갖가지 고기와 채소를 말해요. 뼈가 붙어 있는 소고기, 돼지고기(또는 족발이나 하몽 뼈), 닭고기, 소시지, 스페인 순대(botifarra negra)를 당근, 감자, 병아리콩, 양배추 등 부드러운 채소와 오래 삶아내어 육수를 만들어 내지요. 재미있게도 그 육수로 갈렛츠 수프를 먼저 만들어 먹고, 두 번째 요리로 건져내 육수의 재료를 먹어요. 파스타류는 주로 첫 번째 요리로, 고기는 두 번째로 요리로 먹는 카탈루냐 사람들의 특징에 의하면, 한번에 요리해서 굳이 두 번 나누어 먹는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하네요.


먹을거리가 부족했던 옛날에는 귀한 날이었던 크리스마스에 카른도야를 특별하게 먹었지만, 현대에 와서는 육수를 만드는 모든 과정이 번거롭고 가볍게 즐기고 싶은 경향이 더 높아 카른도야는 생략하고 육수를 따로 사와 필로타와 갈렛츠만 먹기도 해요. 저희도 매번 카른도야는 생략한답니다. 우리나라도 옛날에는 소의 뼈와 고기로 직접 뽀얀 육수를 우려내서 떡국을 만들었지만, 요즘은 육수와 고기를 따로 사서 만들어먹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할까요?



루스팃.png 로자 할머니의 루스팃


Rostit de Nadal 크리스마스 루스팃


이 요리는 관광지에 있는 일반 스페인 레스토랑에서는 보기 어려운 시골 요리인데요, 그만큼 크리스마스에 특별하게 챙겨 먹는 요리랍니다. 루스팃(Rostit)은 영어로는 오븐에 굽다라는 뜻을 가진 ‘로스티드(Roasted)’와 같은 단어이지만 요리법은 조금 다릅니다. 카탈루냐어 ‘rostir(굽다)’의 사전적 정의에 의하면 팬 위에서 고기에 육수와 기름을 조금씩 끼얹으며 오랫동안 굽듯(roast) 조리하되, 고기의 안과 밖에 육즙이나 기름이 흐르게끔 해야 해요. 거기에, 양파와 토마토를 오래 볶은 카탈루냐 음식의 베이스, ‘소프라짓(sofregit)’과 마늘, 갖가지 지중해 허브, 푸룬이나 건포도 등 달달한 건조과일이 꼭 들어가야 하고요. 그래서 만들어진 결과물은 우리가 흔히 아는 로스티드 치킨과는 엄연히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어요.


저희는 크리스마스 때마다 지로나(Girona)에 있는 외삼촌으로부터 초대를 받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지로나에서 크리스마스 만찬의 하이라이트인 루스팃을 또 다시 즐겼답니다. 루스팃 요리사는 올해 91세를 맞으시는 로자 할머니. 들에서 자란 튼튼하고 큰 토종닭 한 마리와 장인이 만든 소세지를 오븐에 넣고 정성을 담아 졸여진 로자 할머니의 루스팃은 우리 할머니가 끓여주신 떡국만큼이나 비교할 수 없이 맛있었어요.



카날론스.png 크리스마스 카날론스


Canelons 카날론스


카날론스는 크리스마스 다음날인 12월 26일 성 아스테바의 날(St.Esteve)에 먹는 음식이에요. 크리스마스에 먹고 남은 루스팃의 고기를 발라내어 야채와 함께 갈아낸 뒤, 카탈론 파스타 속을 채우지요. 돌돌 말아낸 카날론이 하나 둘 모여 한 접시를 채우면 그 위에 베샤멜 소스를 얹어 그라탕으로 구워낸답니다.


사실 카날론스는 다른 크리스마스 요리와 다르게, 카탈루냐 지역의 일반 레스토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요리예요. 평소에도 먹을 만큼 사랑받는 요리 중 하나이지요. 그러나 크리스마스에 먹는 카날론스는 평소에 먹는 것과 다릅니다. 그 이유는 크리스마스엔 할머니의 손맛과 사랑이 듬뿍 들어간 카날론스를 먹기 때문이예요.



카날론스2.png 사랑과 정성이 들어간 카날론스


이번에 저희도 역시 로자 할머니께서 만들어주신 카날론스를 먹었습니다. 건강하게 자란 닭고기의 살을 굽고 갈아내어 카날론스 파스타에 돌돌 말고, 베샤멜 소스에는 버터 대신 루스팃의 기름을 넣어 만드셨대요. 오랜만에 가족끼리 모여 점심을 먹는 크리스마스를 위해 정성을 담은 할머니의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아 참, 차비의 외삼촌 외숙모가 사시는 지로나 프로방스에서는 카날론스를 크리스마스 당일에 먹는다고 해요. 앞서 말했듯이, 스페인 각 지방, 각 프로방스마다 크리스마스 음식이 조금씩 다르답니다. 그래서 저희는 성 아스테바의 날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카날론스를 먹을 수 있었어요 :)


바르셀로나에 오시거든, 카날론스는 꼭 한번 드셔보세요!



오랜만에 시댁과 함께하는 크리스마스 이브를 위한 특별한 요리,

해산물 칼데레타(Caldereta de pe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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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이브 저녁의 메인 요리로 만든 해산물 칼데레타. 이날에만 먹는 음식은 아니지만 2년만에 시댁과 함께하는 크리스마스 식사 자리여서, 시간을 내어 오랜만에 육수부터 직접 내어 요리해 보았습니다.


주재료는 스페인의 제철 재료인 아귀와 새우. 한국과 달리 스페인은 아귀의 부드러운 살만 발라내어 요리하고, 남은 머리와 뼈는 육수를 내는 데 사용합니다. 아귀로 만든 육수는 맛이 좋아서 시장에서는 육수용 아귀 머리를 따로 팔기도 해요. 저희는 큰 아귀 한 마리를 사서 육수부터 만들었어요. 그리고 또 다른 제철 재료인 사과와 버섯을 넣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더했답니다.


칼데레타의 재료는 한국에서도 충분히 구할 수 있어, 스페인의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요. 이번 화는 저희가 특별히 즐긴 칼데레타의 레시피로 마무리 할게요 :)


생선 육수 만들기 (2L)

▶ 재료: 아귀 800g의 머리와 뼈, 대파 2대, 샐러리 1대, 양배추 겉잎 4~5장, 작은 당근 1개, 마늘 2쪽, 통후추 10톨, 월계수잎 1장, 생파슬리 3~4 줄기, 화이트와인 식초 1스푼, 생수 2L


큰 냄비에 모든 재료를 넣고 끓이면 된다. 한소끔 끓어오르고 나서 약한 불로 줄여 20~30분 정도만 더 끓여주면 끝. 그대로 건더기를 채에 걸러내면 육수가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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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데레타 (4인분)

▶ 재료: 아귀 800g의 살, 양송이버섯 100g, 대하 200g, 사과 1개, 감자 2개, 양파 1개, 마늘 2쪽, 붉은 파프리카 1개, 완숙토마토 2개, 생선육수 1L, 화이트와인 100ml, 월계수잎 2장, 타임 1줄기, 파프리카 가루 1스푼, 튀김옷용 밀가루, 올리브오일, 소금과 후추, 다진 생파슬리 조금


1. 양파와 마늘은 잘게 다진다. 파프리카는 가늘게 채썬다. 토마토는 껍질을 제외하고 속살을 강판에 갈아둔다. 감자는 껍질을 벗겨 1cm 두께로 통썬다. 사과도 껍질을 벗겨 먹기 좋은 크기로 깍뚝썬다. 버섯은 키친타올로 가볍게 닦고 세로로 4등분한다. 아귀살은 두껍게 토막내고 튀김용 밀가루를 얇게 뭍혀둔다.


2. 크고 납작한 냄비를 중불로 데우고 올리브오일을 듬뿍 두른다. 올리브오일이 데워지면 대하의 각 면을 30초씩 부치고 꺼낸다. 같은 냄비에 밀가루옷을 입힌 아귀살을 겉면이 노릇해질 때까지 부치고 꺼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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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의 향과 아귀의 밀가루옷이 올리브오일에 남도록 같은 냄비에 부쳐주는 게 포인트.


3. 같은 냄비에 올리브오일을 조금 더 두르고 다진 양파를 넣고 투명해지고 살짝 갈색빛이 돌 때까지 5~7분간 볶아준다. 다진 마늘과 채썬 파프리카를 넣고, 파프리카가 부드러워질 때까지 볶는다. 그리고 갈아둔 토마토를 넣고 10분간 볶는다.


4. 양송이버섯을 넣고 5분 정도 볶는다. 그 위에 통썬 감자를 골고루 깔아준다.


5. 파프리카 가루를 골고루 뿌리고 화이트와인을 붓는다. 와인의 알코올이 날아갈 때까지 3분 정도 졸여주고 생선육수와 월계수, 타임을 넣어 20분 간 끓여준다.


6. 사과와 대하, 아귀를 넣고 10분 간 더 끓여준다. 소금과 후추로 취향에 맞게 간을 맞추고 불을 꺼준다. 짧게 뜸을 들이고 접시에 담아낸다.


칼데레타완성.png 완성된 해산물 칼데레타



다음 화에는 동방박사들의 크리스마스에 대한 글로 찾아뵐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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