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카탈루냐 가족과 보낸 크리스마스 2

1월 6일 크리스마스

by 칸리우엣
식사.png 이번에는 고모네서 보낸 두 번째 크리스마스


한 해에 크리스마스가 두 번 있는 스페인. 우리가 알고 있는 아기 예수가 태어난 날을 기념하는 날인 12월 25일의 크리스마스, 그리고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동방박사 세 사람이 도착한 것을 기념하는 1월 6일의 크리스마스가 있습니다. 동방박사의 크리스마스는 차비의 고향 카탈루냐 뿐만 아니라 국가의 공휴일로써 스페인 전역이 함께 즐기는 명절이지요. 특이하게도 이 날은 전 세계에서 스페인만 유일하게 공식적으로 한 번 더 쉬는 날이랍니다.


왜 스페인만 동방박사의 날을 마음대로 만들어 따로 기념하는 별종일까? 싶을 텐데요. 사실 1월 6일은 기독교의 공식 축제인 '12일의 성탄절'이 끝나는 날로, 대부분의 기독교 국가들은 12월 25일부터 1월 5일까지 12일 동안 크리스마스를 즐긴 뒤 다음 날에 모든 장식을 거두는 날이예요. 스페인의 옆 동네 프랑스와 포르투갈, 이탈리아에도 동방박사의 날(주현절)이 있지만 공휴일은 아니랍니다. 한편 스페인은 1월 6일을 공휴일로 지정하여 마지막 불꽃을 피운 뒤 12일의 성탄절을 마무리하는 셈이지요.


종교적 색채가 옅어진 요즘에는 12월이 되자마자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하고 26일에 모든 장식을 거두는 데, 실제 기독교 정책(?)에 따르면 1월 6일에 정리를 하는 거라 사실은 현대인들이 잘못 크리스마스를 기념하고 있다고 봐야겠지요?


스페인 아이들의 산타클로스

동방박사 세 사람


동방박사.png 아기 예수 탄생을 축하하러 온 동방박사 세 사람


아무튼! 이런 이유로 기념하는 동방박사의 날을, 새해를 맞으며 저희도 스페인에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냈습니다. 또 재미있는 사실은 스페인의 아이들은 두 번째 크리스마스에도 선물을 받는다는 거예요. 첫 번째 크리스마스에는 띠오가 선물을 주었다면, 이번에는 동방박사들이 선물을 가지고 옵니다. 백발의 동방박사, 갈색머리의 동방박사, 흑인 동방박사 세 사람이지요. 1월 6일 새벽, 아이들이 잠을 자고 있을 때, 이들은 집에 들러 선물을 두고 갑니다. 나무막대기로 때려서 선물을 바로 싸게 하는 띠오와 달리 동방박사들은 밤에 몰래 두고 간다는 점에서 산타클로스의 개념과 비슷한 것 같아요.


산타클로스의 존재를 믿고 있는 아이들처럼, 동방박사가 진짜 온다고 믿는 스페인 아이들도 역시 선물을 받는다는 설렘에 잠을 쉽게 못 이뤄요. 올해 1월 5일 밤, 잠을 자기 위해 누웠는데 문득 옆집 꼬마아이가 소리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Mama, no puc dormir~(엄마, 저 잠이 안와요)" 잠을 자야 동방박사들이 선물을 두고 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침대에 누웠지만, 너무 설렌 나머지 잠이 오지 않는거지요. 옆집 아이는 몇 번이나 같은 말로 엄마를 부르다 아주 늦은 밤이 되어서야 잠에 든 것 같았습니다. 그제서야 같은 집에 살고 있는 동방박사(부모님)이 거실에 선물을 두고 불을 끌 수 있었을 거예요.


벌써 30살을 넘은 저희에게도 올해 동방박사들이 왔습니다. 다름 아닌, 차비의 부모님과 삼촌들이예요. 자녀가 경제활동을 시작한 성인이 되면 부모님에게 용돈이나 선물을 주는 한국과 반대로, 스페인은 아무리 나이가 많은 어른이 되어도 부모가 자녀에게 선물을 준다고 해요. 물론, 자녀가 부모에게 용돈을 주는 경우는 흔치 않답니다. 그러나 용돈 대신 마음을 담은 선물을 주지요.


치즈.png 우리의 동방박사로부터 받은 수제 치즈 세트


올해의 동방박사들은 저희에게 수제 치즈 세트와 책 두 권을 두고 갔습니다. 스페인을 2년 동안 떠나 있으면서 맛있는 하몽과 푸엣 등이 그립기도 했지만, 한국 백화점에서도 구하기 어려운 수제 치즈들이 정말 먹고 싶었어요. 저희가 농담으로 스페인에 치즈 먹으러 왔다는 말을 들으시곤, 프랑스 국경과 맞닿은 지로나에 살고 계신 차비 삼촌내외께서 센스 있는 선물을 주셨습니다. 덕분에 한국에 돌아가기 전까지 여한없이 치즈를 즐기고 있어요 ;)


동방박사의 크리스마스에 먹는 특별한 케익,

토르테이 다 레이스(tortell de reis)


토르테이.png 올해의 토르테이 다 레이스(Tortell de Reis. 왕의 케익)


스페인식 오믈렛인 토르티야(tortilla)와 이름이 비슷해 제가 자주 헷갈리는 토르테이(tortell)는 동방박사의 크리스마스에만 먹는 특별한 케익이에요. 케익이라고 하면 주로 부드러운 케익을 상상하실테지만, 토르테이는 브리오슈와 비슷한 식감을 가진 빵을 도넛 형태로 만들어 속은 마지팬을 채우고 겉에는 설탕에 절인 오렌지, 멜론, 체리 등을 얹은 형태예요. 비록 유럽일지라도 스페인을 포함한 지중해권 나라의 케익들은 생각보다 투박하답니다. 사실, 프랑스에서도 같은 날, 같은 목적, 같은 뜻의 이름으로 '갈레트 데 루아(Galette des Rois)'를 만들어 먹는데 토르테이보다 훨씬 고급스럽고 부드러워요.


토르테이2.png 전통적으로는 빵 속에 마지팬이 들어가 있다.
토르테이3.png 요즘은 크림, 커스타드로 속을 채우기도 하고, 빵 위의 데코를 바꾸기도 한다.


투박해보이는 토르테이의 매력은 바로 케익 속에 있는 '왕(王)'과 '파바콩(fava bean)'을 찾는 것. 가족과 함께 두 번째 크리스마스의 점심식사를 마치고 토르테이를 한 조각 씩 나누어 먹는데, 케익 조각 속에서 왕 모양의 도자기를 발견하면 왕관을 받고, 파바콩을 찾으면 토르테이의 값을 지불해야 한답니다. 저는 언제 한번 왕이든 파바콩이든 아무거나 걸려보고 싶지만... 6년 동안 스페인의 크리스마스를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한 번도 찾지 못했어요! 이거, 내가 만들어 먹어야 하나!


왕과파바빈2.png 토르테이를 먹다 발견한 왕 피규어는 이런 모습.
왕과파바빈.png 올해 받은 토르테이에서 찾은 왕(동방박사)과 파바빈


12월 25일 첫 번째 크리스마스에는 선물보다 가족과 식사를 하는 데 더 집중했다면, 1월 6일두 번째 크리스마스에는 서로 동방박사가 되어 선물을 나누고 토르테이를 나누어 먹으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12일의 성탄절과 더불어 연말을 마무리하고 새해까지 맞이해야하다보니 마지막에는 조금 지친(?) 상태로 마무리하는 것 같아요ㅎㅎ 아무튼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는 사실은 틀림 없는 것 같아요.


이번 브런치북에서 스페인 전통에 관한 이야기는 이번 화가 마지막이예요. 다음에는 올 겨울 스페인에서 방문한 곳들과 요리한 음식에 대해 이야기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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