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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나 Nov 24. 2023

카나리아 제도 화산이 폭발했을 때

<우리가 날씨다> 조너선 사프란 포어

스페인령 카나리아 제도의 화산폭발




카나리아 제도 화산이 폭발했을 때 쓴 일기


이틀 전, 스페인령 카나리아 제도에서 화산이 폭발했다. 흐르는 용암은 아직도 멈추지 않은 상태로 근처 섬 주민들이 한창 대피 중이다. 오늘 점심을 먹으며 차비와 함께 섬 주민들을 인터뷰하는 영상들을 보았다. 앵커가 살 곳을 잃고 두려움에 떠는 주민들에게 화산이 폭발할 줄 알고 있었냐 하는 질문에 참 신기하게도 거의 모든 사람들은 ‘과학자들이 예전에 말해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터질 줄 몰랐다’라고 답했다. ⁣⁣


이 화산폭발에 대한 인터뷰들은 최근 읽은 <우리가 날씨다>의 저자의 할머니 이야기가 떠올랐다. 나치가 유대인 학살을 활발히 진행하던 시절, 저자의 할머니는 폴란드에 살고 있었다. 어느 날 라디오에서는 나치가 곧 폴란드에 침입한다는 뉴스가 흘러나왔고, 놀랍게도 그를 듣고도(알고도) 움직이는 유대인들은 거의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저자의 할머니만 그것을 믿고 혼자 짐을 쌌고, 나치가 마을을 덮쳐 모든 유대인들을 잡아 홀로코스트로 몰아넣기 한 달 전에 위험한 곳을 떠났다. ⁣⁣


두 이야기들의 공통점은 ‘듣고도(알고도) 미리 움직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위 두 이야기에서 피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바보처럼 보이겠지만 카나리아 제도 화산폭발보다, 나치의 유대인 학살보다 더 가깝고 피하기 어려운 지구온난화를 알고도 움직이지 않는 우리들도 그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많은 과학자들은 아주 빠르면 30년 안에 지구는 살지 못하는 행성이 될 거라고 한다. 그나마 대재앙까지 모면하기 위해서 탄소배출감소는 물론 이미 대기 중에 있는 탄소포집기술까지 필요한 상황이며, 과학자가 아닌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고기를 끊고 채식으로 바꾸는 것이 지구온난화를 억제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고(2014년, 무려 7년전 유엔 총회 보고서는 이산화탄소 배출의 51%는 소, 돼지, 닭 등을 기르는 과정에서 나온다고 했다.) 그 다음으로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 아이를 적게 낳는(낳지 않는) 것 등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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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점심, 이번주 주말 저녁, 다음 달 누군가의 생일 기념으로 테이블에 고기가 올라가는 건 우리에게 너무나 자연스럽다. 그 모습은 마치 화산폭발을 알고도 피하지 않은 카나리아제도 주민들이고, 나치가 올 거라는 것을 알고도 피하지 않은 유대인과 같은 모습이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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