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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Apr 02. 2019

19. 단어 사전 pt.1

방탄소년단 덕후 일기 19


 방탄소년단의 노래 <Pied Piper>에는 이런 가사가 있다.


 '봤던 영상, 각종 사진, 트위터, 브이앱, 본 보야지... 한 시간이 뭐야 일이년을 순삭해'


 방탄소년단의 성공 요인을 꼽을 때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콘텐츠를 꼽는 경우가 많다. 그도 그럴 것이 방탄소년단은 카페, 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브이앱 등 다양한 플랫폼을 어지럽지 않게 각각 명확한 콘셉트를 가지고 운용하고 있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일상은 트위터와 공식 카페, 연습실이나 대기실 등의 모습은 유튜브, 자체 예능이나 라이브 방송은 브이앱, 앨범 이외의 음악적 성취는 블로그, 기획사발 공식 사진은 페이스북으로 업로드 된다. 이 무수한 콘텐츠들은 늦덕에게 대부분의 축복이고 일부분의 재앙이다. 회사에 묶여 있는 시간이 많고, 체력도 예전같지 않은 늦덕을 매일 때꾼한 눈으로 출근하게 만드니.


 원래 덕후들은 그런 게 제일 궁금하다. 공연이 끝나면 어떤 모습일까, 평소엔 뭘 하고 지낼까, 최근의 고민은 무엇일까,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할까. 우리라는 범주 안에서만 느낄 수 있는 아주 사소하고 작은 이야기 말이다. 그들을 '보는 사람'이 아닌 '아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것. 그리고 방탄소년단은 그 욕심을 기꺼이 수용해 이 무수한 콘텐츠들 안에서 자신들의 실제 모습을 과감없이 드러낸다.


 콘서트가 끝난 호텔 방에서 오늘을 이야기하고, 식당 방 안에 둘러 앉아 식사를 하며 최근의 일상을 공유하고, 로그를 통해 고민을 토로하기도 하고, 자체 예능을 통해 편안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혼자일 때도, 둘이나 셋일 때도, 전부일 때도 그렇다. 방탄소년단을 더욱 내 일생의 곁에 묶어두는 게 하는 힘. 그들을 '알고 있다'고 느끼게 하는 멤버들 덕에 콘텐츠들이 시너지를 일으켰다. 일단 한 번 보고 나면, 그들을 알고 싶어진다. 그러면 자연스레 입덕으로 이어진다.


 이런 방탄소년단을 덕질하면 모든 것이 달라진다. 대화의 주제, 취미, 수면 패턴, 취향, 생각과 고민, 일상의 근거, 집중도 등. 내게 일어난 변화는 이렇듯 물건이라는 하위 단계에서 철학이라는 고차원적 단계까지 무수한 연쇄 작용을 일으키고 있는데, 이 모든 것을 말하는 언어, 그 중 단어 각각이 새로운 의미로 재탄생되는 경우가 굉장히 많아지고 있다. 그동안 써왔던 단어의 사전적 의미에 우리들만의 추억이 입혀지는 것이다. 그런 순간, 전혀 다른 단어가 된다. 방탄소년단으로 의미의 전복이 이루어지는 것은 비단 내 추억 뿐이 아니다.


 방탄소년단의 팬이라면 공감할만한, 우리만의 의미를 가진 단어 몇 가지를 간추려봤다. 이미 있던 단어도, 새롭게 창조된 단어도 있다. 이미 있던 단어는 오롯한 본래의 의미로 돌아갈 수 없고, 새롭게 창조된 언어는 그럼으로서 파워풀하다.



 1. 아이리쉬 밤


 실제 이름은 아이리시 카 봄(Irish Car Bomb). 아이리쉬위스키, 베일리스, 아이리쉬스타우트를 넣어 만든 칵테일. 이른 시간임에도 벌써 어둠이 내린 더블린의 펍 카운터에서 바텐더의 움직임을 구경하며 시끌벅적함과는 다르게 고독을 즐기며 마셔야 할 것 같은 묵직한 색의 칵테일.


 2018년 <본 보야지(Bon Voyage)>를 통해 몰타를 여행한 방탄소년단. 일정이 있어 하루 늦게 도착한 태형을 제외하고 둘 씩 짝을 지어 저녁을 먹기로 했다. 이른바 우정 여행. 취미도 스타일도 전혀 다른 정국과 슈가가 한 팀이 되었다. 이 둘은 관광지는 쿨하게 패스하고 바로 펍으로 향했다. 우정은 싱글 몰트 위스키라며. 낮에 돌아다니며 미리 길을 봐둔 덕에 길도 헤매지 않고 단박에 어두운 지하의 펍에 도착해 바에 자리를 잡았다. 술 종류는 다 안다며 말만 하라는 슈가의 허세에 정국은 단 술 추천을 요청했다. 그런 정국에게 슈가가 제시한 칵테일이 바로 아이리쉬 밤이다.

 

 아이리쉬 밤을 한 잔씩 받아든 뒤 두 사람은 단박에 원샷을 했다. 입맛에 맞았는지 둘은 눈을 마주치곤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메뉴를 다시 받아들어 다음 술을 골랐다. 이번엔 위스키 언더락이다. 슈가의 말마따나 석탄같은 맛이었는지, 정국은 위스키 한 잔을 마시곤 미간을 찌푸렸다. 한 두 잔을 더 마셨을까. 적당한 알콜이 들어가니 두 사람의 얼굴은 벌개졌고, 말도 조금씩 느려졌다. 하루종일 무더운 몰타의 여름을 고스란히 느꼈던 터라 알코올이 더 빨리 온 몸을 휘감았나보다. 이게 우정이라며 두 사람은 주먹을 부딪혔다. 우정은 아이리쉬 밤이라고.


 체력과 주량을 초과한 슈가는 딱 기분 좋게 숙소로 향하고, 정국은 혼자 여행이라도 떠나온 듯한 자유로운 느낌으로 번화가를 향해 걸었다. 취미와 스타일은 달라도 그들을 이어준 건 아이리쉬 밤이었다. 슈가는 그대로 숙소로 들어가 잠을 청했고, 정국이는 달뜬 기분으로 즉흥적인 버스킹 공연을 했다. 노란 조명이 내려앉은 몰타의 광장에선 정국이의 <Lost stars>가 흘렀다.


 칵테일을 파는 곳에 가서 메뉴를 볼 때 제일 먼저 찾아보는 이름이 생겼다. 아이리쉬 밤을 발견하면 괜히 웃음이 나고, 아이리쉬 밤을 발견하지 못하면 괜히 아쉬움이 든다. 단어에 그들의 역사가 덧입혀져 내 역사가 되었다.


 이제 우리는 호기롭게 얘기한다. 우정은 뭐라고? '아이리쉬 밤' 이라고.



 2. 하꼬


 2017년엔 <본 보야지(Bon Voyage)>를 통해 방탄소년단은 하와이를 여행했다. 북미 투어를 막 끝낸 터라 홀가분한 마음으로 떠날 수 있었던 시기였다. 마음껏 먹고 마실 수 있었던 달콤한 시기. 하와이의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방탄소년단은 스노쿨링, 트래킹, ATV 투어, 샤크투어, 볼케이노 헬기 투어 등 다양하게 몸을 쓰며 액티비티를 즐겼고, 다양하게 먹고 마셨다. 20대 초중반의 여문 체력들은 하와이에서 물만난 듯 발현됐다.


 그러자 정국은 여행 기간 동안 눈에 띄게 빵실해졌다. 하와이 음식이 맛있었는지, 형들이 저녁에 만들어주는 야식이 꿀맛이었는지, 아니면 휴가라 입맛이 돌았는지, 어쩌면 그 전부였던지 매끼 입안 가득 음식을 넣고 우걱우걱 잘도 먹더니 급기야 슈가가 '제주도 흑 멧돼지' 같다고 표현할 정도로 얼굴이 동그랗게 살이 오르기에 이르렀다.


 게다가 입 주변이 동그라미를 그리며 까맣게 탔다. 햇볕을 가리려 파나마 햇을 줄곧 쓰고 다녔는데 모자의 챙이 좁아 코 밑을 미처 가리지 못한 거다. 통통하게 오른 볼, 까맣게 탄 입 주변에 매일 같은 하와이안 셔츠를 입는 꼬질함이 합해져(매일 빨아 입었다지만) 대망의 '하꼬(하와이 꼬질이)'가 탄생했다.


 지민이가 방에 붙여 놓고 싶달 정도로 귀여운 이 정국이의 하꼬 얼굴은 MT를 떠난 방탄소년단의 단체 티셔츠로, Love yourself 承 앨범을 소개하는 라이브 방송의 주요 토픽으로, 방탄소년단의 예능감을 논할 때 가장 대표로 거론되는 캐릭터로 만들어졌다. 하꼬는 지금도 방탄소년단의 뮤직비디오나 CF나 다른 사진에 합성되어 여전히 팬들을 통해 사랑받고 있다.  


 2019년 3월 기준, 정국이의 공식 카페 닉네임은 'BTS_하꼬♥'. 카페 프로필 사진도 동그란 달안에 합성된 하꼬 사진이다. 이젠 본인마저 인정하는 자신의 또 다른 얼굴. 반달곰처럼 동글 동글 예쁘게 찐 정국이의 귀여움이 보고 싶다면 언제든 떠오르는 단어, '하꼬'다.  

 


 3. 비빔면


 해외 출장을 간다고 하면 으레 여행과 혼동해 생각하곤 한다. '그래도 해외잖아. 자유 시간이 있으면 좀 돌아다니고, 여유도 부리겠지' 하고. 하지만 해외 출장을 다녀 온 사람들은 안다. 그게 얼마나 곤욕의 시간인지. 당장의 성과가 필요한만큼 무거운 책임감(들인 돈에 비례하는 성과는 필수다)과 짧은 기간 안에 부지런히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일하는 시간은 훨씬 긴데다 회사 사람들과 늦게까지 붙어 있어야 한다.

 

 한국에 있는 시간만큼 외국에 있는 시간이 많은 방탄소년단이기에 다들 으레 생각할 것이다. 해외에 나가 좋은 것 많이 보고, 많이 여행할 거라고. 하지만 그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살피는 일부 팬들이 이미 호텔로 침투해 있는 이상, 개인 시간을 갖는 건 어려운 일이 되어 버린다. 움직이는 그즉시 따라 붙는 팬들이 있는 곳. 매니저를 대동하더라도 불편하니 밖을 나다니느니 호텔 방에서 밥을 먹고 작업을 하는 것을 선택한다. 외롭고 고독할 지언정 마음만은 편하게.


 그러는 그들이 자주 먹는 식사 메뉴 중 하나는 소박하게도 비빔면이다. 뜨거운 물로 면을 불게 한 뒤 찬 물로 식혀 매콤달콤한 소스로 비벼먹는 그 인스턴트 비빔면 말이다. 공연이 끝난 뒤 지민이는 석진이를 불러(석진이 룸서비스 시킨 음식을 자신 방으로 갖고 오게 해 거의 강제였지만) 비빔면을 끓여 함께 먹고, 호석이는 비빔면에 고기를 얹어서 먹었다. 역시 밖에 나가기 보단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 편이 훨씬 마음이 편할 정국이는 비빔면에 배달된 삼겹살을 함께 먹었다.


 월드 와이드 슈퍼 스타의 식사에 많은 부분을 차지 하고 있는 비빔면. 평소에 즐겨 먹지 않는 이 라면을 사기 위해 퇴근 후 마트에 들러 묶음 봉지를 사서 나오곤 했다. 어떤 팬이 한 말처럼 해외 콘서트장 앞에서 팔면 대박날 것 같은 상품.


 외로움과 고독함과 맛과 우리의 식사. 그것은 비빔면이다.



 4. 남투리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방탄소년단. 7명 멤버들의 고향은 일산, 과천, 대구, 거창, 부산, 광주로 서울 출신인 멤버가 한 명도 없다. 7명 중 5명이 전라도와 경상도 사투리를 쓴다. 서울 생활을 오래 해도 말투 바꾸기는 쉽지가 않아 조금 풀어지는 자리가 되면 언제든 사투리 억양이 툭 튀어 나오고 만다. 사투리가 꼭 고쳐야만 하는 병은 아니지 않는가. 방탄소년단은 이런 자신들의 특징을 음악적으로 승화시키기도 했다.


 방탄소년단의 노래 <팔도강산>에선 '내카도 고향이 대구 아입니꺼 그캐서 오늘은 사투리 랩으로 머시마 가시나 신경 쓰지 말고 한번 놀아봅시더' '거시기 여러분 모두 안녕들 하셨지라 오메 뭐시여 요 물땜시 랩 하것띠야' 하며 사투리로 찰지에 랩을 주고 받고(태형이가 방탄소년단 멤버가 되고 싶다고 생각을 했던게, 당시 이 <팔도강산>을 들었을 때라고 했다), <Ma city>에선 광주라서, 대구라서 얼마나 좋은지 대놓고 자랑하며 노래한다. '나 전라남도 광주 baby 내 발걸음이 산으로 간대도 무등산 정상에 매일 매일.. 내 나 KIA 넣고 시동 걸어 미친 듯이 bounce' '이 새끼는 매 앨범마다 대구 얘기를 해도 지겹지도 않나 봐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I'm a D boy 그래 난 D boy' 라고.


 이러다 보니 일산이 고향인 남준이가 사투리가 묻어나는 말투를 쓰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하루 종일 붙어 있는 멤버들 대부분이 사투리를 쓰니 전염되지 않을 도리가 없었을 것이다. 경상도도 전라도도 표준어도 아닌 것이, 대 동서화합을 일으키는 남준이의 말투는 일명 남투리(남준+사투리)다.


 "마 윽수로 떨리네예" "음료는 안 시켜도 되나?" "마 습습하네" 경상도 사투리이기도 했다가,

 "저는 요리를 모다기 때문에 무섭습니다." "시작을 모다겠네" "제 말이 그래 빨랐나요?" 전라도 사투리이기도 한다. ㅎ 은 곧잘 ㄷ 이 되고, ㅑ 는 ㅣ 가 되어버린다.


 남투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는 방탄소년단의 관계성을 단박에 보여주는 예시다.



 5. 카메라 가방


 정국이의 닉네임은 황금 막내다.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 추고 얼굴도 잘 하는 데다가, 그림도 잘 그리고 사진도 잘 찍고 영상도 잘 만들고 운동도 잘 하고, 어떤 걸 하든 평균 이상의 결과를 내놓기 때문이다. 파인애플을 손으로 찢어내는 정국이를 보며 석진이는 다시 한번 정국이를 인정했고, 밥을 먹기 위해 세팅하던 중에 무거운 의자 세개를 동시에 들어 가지고 오는 정국이를 보며 태형이는 입을 못 다물었다.


 '방탄이 아니었으면 무슨 일을 했을 것 같나요?' 란 질문에, 정국은 운동선수 하고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자 슈가는 '3개월마다 종목을 바꿀 거'라고 하고, 남준이는 '내일은 유도 선수, 그 다음 날은 복싱..'이라고 한다. 못 하는 게 없는 정국이에게 딱 하나의 단점을 말한다면, 취미를 가지고 무언갈 시작하면 대부분 석 달을 넘기지 못한다는 거다.


 조금만 해도 곧잘 해서 일까, 집중해서 배울라치면 금세 바빠지고 마는 스케줄 때문일까. 그렇게 짧게 배우고 만 취미만 해도 볼링, 드럼, 복싱을 비롯해 여러가지다. 그러는 정국이가 유독 오래 집착하는 아이템이 하나 있다. 취미는 석 달에 한 번씩 바뀌어도 취향은 오롯하다. 시보리 바지를 필두로 후드, 벙거지 모자는 멀리서 봐도 정국임을 알 수 있게 하는 패션인데, 이 패션의 화룡점정은 바로 카메라 가방이다.


 수납 공간이 많아서 좋다며 들고 다니기 시작한 카메라 가방은 그걸 버리게 하려는 멤버들과 팬들의 모든 시도를 무색케 여전히 정국의 옆구리에 딱 붙어 있다. 카메라에 음악 장비, 블루투스 스피커 등 챙겨 다니는 짐이 많은 정국이에게 이만한 가방이 없나 보다. 올해 설, 석진과 함께 검단산을 등반한 사진에도 정국은 카메라 가방을 멨다. 정국이가 클러치나 컴팩트한 가방을 들고 다니면 괜히 섭섭하려나.


 취향만큼은 대쪽같은 우리 정국이. 카메라엔 즐거운 추억들이, 카메라 가방엔 추억의 증거물들을 가득 채웠으면 좋겠다.



 6. 지진정


 방탄소년단의 이른바 술 멤버. 망내와 맏이와 막내, 지민과 석진과 정국의 이름을 한 글자씩 딴 조합이다. 원래도 소란스러운 방탄소년단이지만, 유독 이 셋이 모이면 볼륨을 줄여야 할 정도로 시끌벅적하다. 석진이와 정국이 나이로 투닥거리면 지민이 말리기도 하고 모르쇠로 일관하기도 하다가 갑자기 셋이 별 거 아닌 말에 빵 터져 웃다가 자지러졌다가 한다. 밥을 먹을 때도, 술을 마실 때도 그렇다.


 많은 수식어가 필요없다. 마음 복잡하고 속 시끄러운 날엔 이렇게 한다. 유튜브에서 지진정 키워드를 넣거나, 브이앱에서 2017.04.23 혹은 2016.12.16 에 올라온 영상을 찾거나, 영화 <번 더 스테이지(Burn the Stage>의 엔딩 크레딧을 본다. 요즘 유행인 심리 책들이 필요가 없다. 언제 마음 복잡하고 속 시끄러웠는지,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 마법이 순식간에 일어난다.


 이걸 쓰고 나니 금단 현상처럼 지진정이 보고 싶어져 유튜브에 접속했다. 정말 마성의 조합이다.



 7. 매력있나


 2017년에 입덕한 늦덕이기에 2013~2014년의 데뷔 초 영상들을 뒤늦게 봤다. 데뷔 초의 방탄소년단은 힙합 정신으로 똘똘 뭉쳐 어깨에 힘이 바싹 들어간 독기 어린 눈을 빛내고 있었는데, 눈 밑에 짙게 그린 아이라이너나 뽀글머리, 덜 자란 어린 얼굴 등은 너무 낯설어 몇 번을 멈추거나 실눈을 뜨고 보곤 했다. 현재의 세련된 슈퍼 스타에 익숙해진 터라 이 모습은 아직도 면역력이 생기지 못했다. (본인들도 이때 모습 보는 걸 힘겨워한다.)


 데뷔 초와 지금의 이미지가 가장 많이 바뀐 멤버를 꼽으라면 지민이다. 얼굴은 젖살이 덜 빠져서 통통하게 귀여운데 마른 근육이 잘 잡힌 상체는 지민을 복근 공개 담당 멤버로 만들게 하기 충분했다. 울퉁불퉁한 팔 라인을 강조하는 민소매를 입고 스냅백을 눌러 쓰고 다니는 힙합 꾸러기가 바로 데뷔 초 지민의 모습이었다.


 데뷔한 지 며칠이 지난 날, 하얀 민소매에 볼드한 목걸이, 뒤로 눌러 쓴 스냅백에 진한 아이라인을 그린 지민이 한 장의 셀카 사진과 함께 글을 업로드 했다. '매력..있나?' 이에 호석이는 자신의 셀카와 함께 '애교있음', 남준이는 자신의 셀카와 함께 '깔창없음' 이라고 답하며 지민이를 놀렸는데, 그 놀림은 현재까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2018년 프롬파티에선 방탄고사의 문제로 나오고(과거에 올린 자료의 빈칸을 채우는 문제로, 답은 역시 '매력'이다), 2019년 <달려라 방탄> 방탄 학교 편에서 제이홉이 지민이를 향해 매력있는 친구라고 하자 슈가가 얼른 받아 '지민군이 매력..있나?' 한다. 매력이란 두 글자 대신 다른 두 글자를 넣으면 놀림은 더욱 확장된다. 벌칙 식혜와 진짜 식혜를 제대로 골라내자 '똑똑..했나?' 자막이 나온다. 영고짐. 매력 한마디로 영원히 고통받고 있는 지민이다.


 지민이가 우리들만의 유행어 하나 잘 만들었다.

 우리 지민이 이럴 거, 예상..했나?  







 단어 사전은 pt2. pt3 로 이어지며 계속 축적해 갈 예정이다.

 그렇다면 예전 영상 또 복습해야지.

 오늘도 또 잠을 포기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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