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감동과 푸시킨 박물관에서 느낀 예술의 향기

예술작품이 주는 위로, 푸시킨 박물관, 푸시킨 미술관

by cantata

예술작품이 주는 위로

문학과 예술의 나라 러시아. 유럽 하면 쉽사리 떠 오르는 나라도 가지지도 않는 나라다. 세계적으로 거대한 땅덩이를 소유하고 있는 나라. 유럽과 아시아에 걸쳐 영토를 가지고 있는 나라이다. 내가 간 모스크바는 서쪽에 치우쳐 유럽에 가까운 도시다. 일정으로 미술관 하나와 저녁 발레 공연 하나를 정해 두었다. 푸시킨은 박물관이라는 이름과 미술관이란 이름으로 건물이 나뉘어 전시되고 있었다. 우리 나라를 생각하고 미술관과 박물관의 전시품들이 확연히 다를 것이라 짐작을 했다.


우선 미술관임에도 문학 거장의 이름을 붙인 것이 의아했다. 돌아보며 푸시킨 관련된 흔적이 있나 싶었으나 찾을 수 없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문학관을 가야 푸시킨을 만날 수 있다. 푸시킨 미술관이 된 이유는 푸시킨이 세상을 떠난 후 100주년 되던 1937년, 공식적으로 미술관에 그의 이름을 부여해서 그렇다고 한다. 푸시킨의 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를 생각하며 문을 들어선다. 들어갈 때 힘들었던 마음이던 사람들이 작품을 보고 위로를 받으며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 마음으로 나오기를 바라며 푸시킨의 이름을 붙였으려나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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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시킨 박물관 전경

푸시킨 박물관

딸은 러시아 문화예술 시간에 옆 건물 미술관은 들러 보았다며 박물관을 돌아 주고 학교로 간다고 했다. 끝나고는 혼자 지하철을 타고 중심에 있는 발쇼이(우리나라에선 볼쇼이라 불림) 극장 근처 역으로 오라고 했다. 진품을 가장한 정밀 복제품들의 대리석 조각상들이 1층 로비에 가득했다. 가장 먼저 들어온 작품은 거대하게 서 있는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이었다. 조각이긴 하지만 실제 건장한 남성이 서 있는 듯한 착각이 일었다. 르네상스 시대에 미켈란젤로가 영혼을 불어넣는 작업에 함께 하고 있지 싶었다.


많은 종교화 성화들을 지나치듯 보고 오랜 시간 머물렀던 곳은 이름이 친숙한 렘브란트와 루벤스의 그림들이 있던 전시실이다. 난 미술관에 긴 의자가 놓여 있는 것도 신기했고, 바로크 시대의 묵직함이 느껴지는 어두운 붉은색의 벽에 소박하지 않은 액자틀에 걸린 그림들도 인상적이었다. 미술사 책에서 언급된 렘브란트의 빛과 어둠의 대비를 보여주는 키아로스쿠로 기법이 눈에 보이니 조금 더 재미있게 작품에 다가갈 수 있었다. 렘브란트는 인물 하나에 집중해 오묘한 표정을 읽어 내는 소박한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반면에 루벤스는 다양한 인물들이 한 앵글에 담긴 역동적인 그림에 시선이 갔다. 최후의 만찬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라던지 승천의 모습을 담은 작품 말이다.


KakaoTalk_20250607_220549384_20.jpg 미켈란젤로 다비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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렘브란트의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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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벤스의 그림

푸시킨 미술관

미술관으로 옮겨서는 한국어 지원이 되는 오디오 가이드를 빌렸다. 우리의 언어로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작품들 앞에서 더 지체했다. 한 작품이라도 사진으로 남겨 오고 싶어 욕심을 내다보니 혼자서 서너 시간도 부족했다. 저녁 일정은 시간이 정해져 있어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박물관에서보다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인상주의를 비롯한 서양 명화나 20세기 작품들이 많았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작가들의 작품들이 다양하게 존재하다 보니 흐르는 시간이 야속할 지경이었다.

특히 전시장을 둘러보며 나의 가슴에 크게 들어온 장면이 있다. 한 가족의 전시 감상 모습이다. 한 벽면을 채우고 있는 시골의 젊은 남녀의 데이트를 그린 순박하고 서정적인 그림이었다. 나의 귀에는 프랑스어를 구사하는 듯했다. 전시장을 도는 내내 그림을 보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림 앞에 놓인 긴 의자의 가족들의 뒷모습은 나에게 고요한 감동이었다. 프랑스인들의 예술을 사랑하는 맘이 이렇게 어렸을 때부터 심어지나 싶었다. 예술의 벽이 높지 않은 이유일 수도 있겠구나.

미술관에 가면 의도적으로 내 마음에 한 작품씩 담아 오려 노력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죽기 한 달 전에 그렸다는 「비 온 뒤 오베르의 풍경」과 고흐의 그림 중 유일하게 생전에 판매했다고 알려진 「아를의 붉은 포도밭」이다. 둘 다 프랑스 시골이 배경이다. 한 작품은 정신적으로 가장 불안정한 시기와는 다르게 평온함이 묻어나고, 한 작품은 태양과 포도밭의 색감이 노랑과 붉은색으로 강렬하다. 상반되는 느낌의 그림 두 점. 죽음을 앞둔 인간의 마음을 표현한 것 같고 하나는 천재성이 극에 달했을 시기의 강인함이 느껴져서 그런지 동시에 나의 맘에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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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비 온 뒤 오베르의 풍경 (우) 아를의 붉은 포도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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