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모세모동그라미, 우산, 숨은 그림 찾기
네모, 세모, 동그라미
천경자의 「비 개인 뒤」를 보며 비 내리는 날의 유년 시절 추억보다는 도형이 먼저 들어왔다. 벽에 보이는 네모난 창문, 빨랫줄에 걸쳐 있는 듯한 빨래의 세모, 사람 얼굴이 형상화된 것 같은 동그라미가 보였다. 그러면서 인기를 끌었던 넷플릭스 영화 ‘오징어 게임’의 상징 도형이 그려진 검은 가면이 떠올랐고, 세 가지 도형들이 모여진 그림이 생각이 났다.
전래놀이 가운데 하나인 ‘오징어놀이’다. 내가 추억하는 어린 시절은 지금만큼 장난감이 풍족하지 않아 주변에 있는 것들이 놀잇감이었다. ‘오징어놀이’는 넓은 흙바닥과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가늘고 단단한 나뭇가지 하나면 되었다. 편을 나누어 게임을 할 수 있는 인원은 필수다.
공격팀 진영 동그라미와 동그라미에 걸친 만세 통 세모, 그 아래 수비팀 진영 네모, 네모에 걸친 꼬리 원이라 불리는 동그라미, 세모와 네모 사이 가로지를 수 있는 다리. 기본적인 오징어놀이의 놀이판 그림이다. 이것을 그리기 좋은 곳은 뭐니 뭐니 해도 학교 운동장이다.
운동장에 잔디가 깔려 멋스러운 곳도 있지만, 운동장의 매력은 폴폴 날리는 흙먼지가 아닐까 싶다. 그곳에서 친구들과 몸싸움하며 뛰고 땀 흘리던 기억은 건강한 어린 시절의 놀이다.
우산
비 내리는 날의 필수 아이템은 무엇인가? 바로 우산이다. 그림에 보이는 툇마루 위에 다양한 색깔의 죽 늘어선 우산. 비가 오는 날의 감성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비 오는 날의 분위기를 그다지 즐기지는 않는다. 다만 내가 비 내리는 날을 즐기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노래를 찾아 듣는 것이다. 그날에는 꼭 김건모의 ‘빨간 우산’이란 곡을 듣는다. 경쾌한 리듬의 발라드는 나의 마음을 살짝 쿵 들뜨게 한다. 노래 가사 중 파란 보랏빛 꿈결 같은 기분은 어떤 것일까 상상하게 하곤 한다.
올해는 이르게 연일 덥고 덥던 날이 지속되었다. 그 더위를 식혀 줄 비가 한차례 내린 날이다. 습한 날을 날려 줄 시원한 에어컨 바람 아래에 커피 한 잔 마시며 듣는다. 노래의 빨간 우산과 함께 나의 신발장 안 고이 접어 보관 중인 빨간 우산을 생각한다. 오늘 그 우산을 펼쳐 들고나가진 못했지만 선명한 빨간 우산을 들고 외출할 나의 모습에 기분 좋아지는 날.
숨은 그림 찾기
그림에 작디작게 표현된 노란 우산을 쓴 여인이 나의 가슴에 들어왔다. ‘그녀의 자전거가 내 가슴속에 들어왔다’라는 유명한 광고의 카피처럼. 한때 유행했던 ‘월리를 찾아라!’에 월리처럼 표현되어 있다. 상황 속에서 숨은 인물 찾기 말이다. 월리는 줄무늬 빨간 티셔츠에 파란 바지를 입고 안경을 썼고, 여인은 기모노 차림 옷에 노란색 일본식 우산을 쓴 듯한 모양새다.
큰아이가 어렸을 적 조그맣게 그려진 사람들이 가득한 그림에서 월리를 찾아내는 재미가 있었다. 내 눈에는 잘 보이지도 않는 월리를 아이는 집중해서 잘도 찾아내었었다. 보이는 그림들 요소요소에 숨은 그림이 있을 것 같다.
다양한 도형들과 색색의 우산들 사이사이, 마당에 보이는 꽃들과 하트 나뭇잎이 가득한 나무인 양 형체를 정확히 알 수 없는 것들의 섞임 속에 나는 무언가를 연신 찾는 중이다.
찾는 무언가는 형형색색 비 온 뒤에 뜨는 희망의 무지개이길 바라며 말이다. 그림 속 색들의 조합인 숨은 무지개는 그림 안 어디에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