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의 고백, 간절함, 구수함을 담은 화해
죄의 고백
가톨릭엔 많은 기도문이 있다. 모두 줄줄 외지는 못한다. 그 가운데 미사 때 늘 사용하는 기도문 정도를 기억한다. 기도의 기본은 두 손을 모으는 기도 손이다. 미사 중 반성의 기도를 한다. 기도 가운데 가슴을 치며 “제 탓이요, 제 탓이요, 저의 큰 탓이옵니다.”라고 하는 부분에서는 가슴이 먹먹해 짐을 느끼는 날이 많다. 한 주 동안의 힘들었던 일과 내가 가족들과 주변인들을 힘들게 했던 장면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반성의 기도로 모든 죄가 씻긴다고 생각해서 일부로 죄를 짓는 것은 아니다. 생활하다 보면 의도치 않게 행해지는 일이다. 다만 반복적으로 거듭된다는 것이 문제일 뿐이다. 우리는 왜 지나고 나서야 알아차리는 것인지 모르겠다.
미사를 가기 전 점심에 있던 일이다. 신랑이 11시 45분경 12시에 라면을 먹겠다 했다. 잠깐 눈을 붙였는데 12시가 훌쩍 지나 있었다.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나 “라면 몇 개 끓여?”라며 물었다. 신랑의 표정이 안 좋았다. “안 먹어.”라며 짧게 말했다. 속으로 ‘시간 넘겼다고 또 삐졌구먼.’ 하며 단순히 생각했다. “왜? 차려주고 나 볼일 있어서 나가야 하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신랑은 “자다 일어나 좀비 같은 얼굴로 의무적으로 밥을 차려주면 먹고 싶겠냐고, 지금 먹지 않으면 외출하는데 지장 생기니 지금 먹으라고 하는 거 아니냐며.” 끼니도 제대로 얻어먹지 못하는 본인 자신의 처지를 불쌍해했다. 딴지 건다 생각하고 나는 속으로 툴툴거렸다. 그 당시에는 나의 잘못을 찾기 어려웠는데 죄를 반성하며 일주일을 되돌아보니 사소하지만 서운함 가질 수 있겠다 생각하며 나의 잘못을 고백했다.
간절함
얼굴 표정 없이 기도하는 손만으로도 간절함이 느껴진다. 우리는 의례적으로 바라고 소망하는 일을 아뢸 때 본인이 의지하는 신에게 기도한다. 개신교나 가톨릭은 손을 모아 하느님께 기도하고, 불교 신자들은 부처에게 108배를 올리며 합장을 한다. 종교는 다르지만 그들의 방법으로 간절함을 표한다.
나도 늘 바라는 것들이 있다. 가족의 안녕이 먼저다. 아픈 사람 없이 본인의 계획대로 나아가길 바란다. 올해는 입시생이 있기에 그녀가 바라는 학교에 가길 엄마로서 기도한다. 또한 서로의 단점을 보듬어 안아주며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위로가 되고 단단할 수 있기를 바란다.
간절하게 기도하더라도 응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며 낙담할 때도 있다. 신의 존재를 부정하면서 말이다. 그 간절함이 필요할 때만 일회성은 아니었는가 반성해 본다. 신은 내가 필요할 때만 찾는 것이 아니다. 내 친구가 언젠가 나에게 말을 했다. 성소의 길을 가며 나에게 단 한 번도 성당에 나가라 강요도 권유도 하지 않았다. 냉담자로 긴 시간을 보내는 동안에도 말이다.
큰아이가 러시아에 있으며 성당에 나가기 시작했다 얘기하니 “아이고, 잘했다!” 덧붙여 “수녀님, 나도 냉담 생활 끝내고 ㅇㅇ랑 성당 나가 보려고.” “그래, 내 안 찾다 죽기 전에야 하느님 찾으면 미안하지 않겠어?”라며 다시 시작한 신앙생활을 응원해 주었다. 어쩌면 그녀의 기도 가운데 한 가지였을지도 모르겠다. 나의 신앙생활이. 20년이 넘게 걸렸지만 간절함이 이루어졌다. 100세 시대라고 하니 인생 절반의 시점에 나에 대한 간절함을 담아 기도드린다.
구수함을 담은 화해
기도하는 손끝에 담긴 간절함은 일상에서 화해와 위로로 이어진다. 사소한 것에서 오는 서운함은 기도의 시간을 지나며 털어 낼 수 있게 된다. 미안하다는 말 대신 가족들과 둘러앉아 먹을 메뉴를 준비한다. 메뉴가 거할 필요도 없다.
밥상 위 된장찌개처럼 구수하고 따뜻한 맛이 온 가족의 마음을 묶어 준다. 나의 고백과 간절함도 그렇게 된장찌개 한 그릇 속에 스며든다. 가족과 함께하는 일상으로 이어지길 소망하며 말이다.
된장찌개 레시피
재료
된장 3큰술
멸치와 다시마로 낸 육수 3컵
두부 반 모
애호박 1/3개
감자 1개
양파 1/2개
느타리버섯 한 줌
대파, 청양고추 약간
만드는 법
1. 냄비에 멸치와 다시마로 육수를 낸 뒤 건더기를 건져낸다.
2. 국물에 된장을 풀어 넣고, 감자, 양파를 넣어 끓인다.
3. 감자가 반쯤 익으면 애호박과 버섯을 넣는다.
4. 채소가 익으면 두부와 청양고추, 대파를 넣어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