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문과에 재학 중인 필자인 만큼, 중국을 전문적으로 다루어 볼 기회가 생각보다 많다. 그 중 자주 나오는 질문이 중국은 자본주의냐, 공산주의냐이다. 중국은 공식적으로 공산당이 통제하는 사회주의 국가이다. 그러나 주식시장이 활발하고 부동산 거래가 빈번히 이루어지는 등 한국보다도 심한 자본주의적 요소도 갖추었다. 어떻게 된 것일까?
일단 중국은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이전까지는 사회주의 국가가 맞았다. 그러나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 등 연이은 실패로 사회주의가 한계에 이르자, 개혁개방 정책이 실시되었다. 이 개혁 개방 정책은 사회주의에 자본주의적 요소를 도입하는 것으로 1970년대 말 이후로 확대되었는데, 오늘날의 상황은 어떨까?
2017부터 2020년간 중국에 거주하였던 필자가 본 중국은 완전한 자본주의 국가였다. 시 중심가에는 거대한 증권 거래소가 있었고, 길거리에는 한국과 다를 바 없이 부동산에서 붙인 분양, 매매 포스터들이 가득했다. 까르푸나 월마트 등 한국에도 드문 서방 기업들이 오지의 시골 마을까지 진출해 있었다. 사실상 사회주의적인 요소는 전혀 체감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렇게 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위 사진은 중국 정부에서 배포하는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 홍보 포스터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사회주의적인 요소는 거의 찾기 어렵다. 왼쪽 위부터 각각 부강, 민주, 문명, 화해, 자유, 평등, 공정, 법치, 애국, 경업 (근로), 성실, 우선이다. 사회주의라기보다는 도덕 교과서에 가까운, 어느 나라나 내세울 법한 가치관들이다.
이것은 중국이 그냥 사회주의가 아니라 '중국 특색 사회주의'이기 때문인데, 이는 사실상 국가 중심의 자본주의를 말하기 때문이다. 공산당에 자본가와 기업 총수들이 진출해 있는 등 '공산당'은 간판만 남았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물론 정부 규제에 따라 시장이 요동치는 등 완전한 자본주의라고 보기 힘들지만 공산주의의 정도까지는 이르지 않았다.
중국은 전문적인 부동산 투자 회사가 도시 전체를 건설하는 경우가 있다. 한국은 건설사나 부동산 업체는 존재하여도 전국을 아우르는, 삼성에 준하는 거대 부동산 기업이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필자가 살았던 도시 인근의 주하이에서는 HUAFA 그룹이라는 투자 회사가 도시 전체를 개발하고 있었는데, 한국으로 치면 LH가 아닌 롯데 캐피탈 같은 기업이 도시를 통째로 개발하는 것이다.
이것은 국민당이나 민건련같은 대만, 홍콩의 우파 정당들이 친중적인 면모를 보이는 이유기도 하다. 공산당에 반대하니 우파라고 생각할수 있지만, 현재 중국 공산당은 장제스 시절 국민당으로 그 간판을 바꾸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다. 강력한 중화주의와 팽창 정책, 적절한 통제가 가해지는 친기업 자본주의까지 옛 국민당과 유사하다. 이들은 자본주의라는 큰 틀 안에서 묶여 있는데, 폭스콘의 궈타이밍 등 기업인들 친중 성향을 보있는 것도 이와 유사하다.
사실 현대 중국은 사회주의와 반대되는 행보를 보일 수 밖에 없다. 개혁개방을 주도한 덩샤오핑이나 현재 집권 중인 시진핑 등은 과거 문화대혁명, 대약진 운동 등으로 큰 피해를 입었던 세대로, 이들은 과거 사회주의적인 정책의 실패와 자본주의의 도입으로 인한 경제 성장을 모두 목격했다. 그리하여 이들은 공산당 간판을 달았지만 원조 공산주의는 배척하는 기묘한 상태에 빠진 것이다. 근본주의 공산주의 정당인 '중국 마오주의 공산당' 공산당의 탄압을 받는 등 '공산당'이 '반공'을 하는 역설적인 상황도 무리가 아니다.
필자의 관점으로는 현대 중국은 박정희-전두환 시기의 자본주의 개발 독재와 가장 유사한 상태에 있다. 정치적으로는 독재 체제,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 시장 경제에 놓여 있는 것이다. 중국의 체제가 변혁될지는 미지수다. 현재 중국은 IT산업을 육성하고 낙후된 서부를 개발하는 등 소위 '개발 정책'으로 민심을 달래려는 중이다. 이것은 당국에 선전에 힘입어 '일을 하는 정부'로 시민들에게 비춰질 것이다. 북한과 같은 처참한 독재 정권이라면 무너뜨릴 명분이 있지만, Ai등 유망 IT 분야에 투자하고 적극적인 도시 개발 사업을 펼치는 정부를 무너뜨리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대표적인 예가 싱가포르다. 싱가포르는 사실상 북한과 다름 없는 세습 체제가 작동되고 있으나 민주화 조짐은 잘 보이지 않는 것. 민주화보다 먹고 사는 문제가 우선인 주민들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공산당 독재, 자본주의 경제인 중국의 현 체제는 당분간 유지될지 모르겠다. 앞으로 중국에게는 두 가지 전망이 있다. 한국처럼 선진국에 진입한 뒤 민주화가 진행되거나, 싱가포르와 같은 개발 독재가 지속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