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를 브랜딩하다

by 하늘나루

버스도 브랜딩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적어도 홍콩에서는 말이다. 공영제로 운영되는 다른 나라와 달리 준공영제를 채택한 홍콩은 여러 개의 민간 기업들이 활발한 경쟁을 펼 지고 있다.

buses.png Source: Wikipedia

홍콩의 버스회사들은 구룡반도를 담당하는 KMB, 홍콩 섬을 중심으로 하는 Citybus와 랑터우 섬을 관할하는 NLB (New Lantao Bus) 등이 있다. 그러나 이들의 영업 구역은 겹치는 곳이 많아 실제로는 다양한 버스들을 볼 수 있다. 종류에 따라 구별된 서울 시내버스와 달리 회사들이 저마다 고유한 컬러를 가지고 있어 보는 눈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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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KMB(구룡 모터버스)가 있다. 홍콩의 버스회사들 중 규모가 가장 큰 회사로 홍콩의 어디서든 쉽게 만날 수 있는 버스회사다. 위 사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로고의 빨간색과 옅은 금색의 투톤 컬러를 아이덴티티로 삼고 있다. 물론 이 정도의 브랜딩은 우리나라 교통 회사도 하고 있지만 말이다.

image.png Source: KMB

그러나 KMB가 특별한 점은 브랜드를 바탕으로 한 버스의 상품화에 매우 적극적이라는 것이다. 단순히 키링이나 폰 케이스를 넘어 (사실 우리나라의 버스들은 이것조차 없지만 말이다) 모자, 양말, 의류는 물론 캠핑용 텀블러와 야외용 돗자리 까지 팔고 있다.

image.png Source: KMB

거기서 끝이 아니라 모노폴리 등 유명 보드게임 기업들과의 콜라보를 통해 보드게임 세트를 출시하기까지 하였다. 버스라는 장점을 최대한 살려 자사의 차량들을 모노폴리의 말로 구현한 것이다. 버스를 단순한 교통수단으로 본 것이 아니라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하나의 IP로 간주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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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사인 Citybus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노랑, 빨강, 파랑의 세 컬러를 바탕으로 한 Citybus 역시 KMB처럼 다양한 종류의 굿즈와 버스 모형을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이 분야에서 가장 강력한 것은 지하철과 버스 브랜드인 MTR일 것이다.

image.png Source: South China Morning Post

홍콩의 지하철회사인 MTR은 철도 이상의 영향력을 지닌 기업이다. 단순히 철도를 운영하는 것 외에도 철도역 주변의 쇼핑몰과 아파트 등 부동산을 운영하며 로하스 파크와 같은 거대 주거 단지도 소유하고 있다. 이러한 부동산이 대부분 철도역과 인접한 역세권임을 감안하면 이들의 가치는 철도 수익을 넘어설지도 모를 일이다. 최근에는 중국 본토에도 진출하며 막강한 영향력을 휘두르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대중교통이 홍콩의 인구는 700만 명지만, 그중 자가용은 44만 3400대, 비율로 6.33%에 불과한 곳이다. 심지어 그중에서도 1/3 정도는 대륙과 홍콩을 오가는 승합차 서비스일 것이니 10명 중 1명도 안 되는 비율만 자기 차량을 보유한 셈이다. 나머지는 모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그 수요를 등에 업은 업체들이 이렇게 비대해진 것이다.

image.png Source: J3 Private Tours Hong Kong

위 사진을 보자. 저곳은 홍콩섬과 구룡반도를 이어주는 크로스 하버 터널로 홍콩에서 가장 붐비는 곳 중 하나다. 눈치챘겠지만 사진 속 진정한 자가용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빨간 건 택시고 나머지는 트럭이며, 승용차처럼 보이는 것도 대부분 상업용 승합차(소위 봉고차)이다. 홍콩은 차량을 등록하는 비용이 매우 높고 차량을 주차할 땅은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 자가용이 부의 상징이 되고 말았다.


홍콩에서는 승용차를 구입하려면 땅을 사야 하는데 그 가격이 3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5000만 원~1억 원 사이의 자동차를 구입한다고 하면 우리나라의 중소도시 주택을 살 수 있는 수준이다. 문제는 홍콩의 집값은 대단히 살인적이라는 것이다. 어느 여행객에 따르면 30~40평 주택 가격이 100억에 이르렀다는 소문도 있다니, 차 살 돈이 한 푼도 남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차를 타지 않는 94%의 인구를 가져간 버스, 지하철 브랜드들의 위상이 하늘을 찌를 듯하다.


image.png Source: Wikipedia

홍콩이 이 상태가 된 건 홍콩의 지리적 특성에 기인한다. 위 사진에도 나오듯 뒤가 다 산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통영 같은 곳이랄까? 쉽게 말해 도시가 생길 수 없는 곳에 도시가 생긴 것이다. 원래는 산으로 가득한 (그것도 돌산으로 보인다) 곳인데 억지로 산을 깎고 건물을 짓다 보니 집값은 비싸고 자가용은 적은 그런 상태가 된 것으로 보인다.

Busan.png Source: 연합뉴스

유사 사례로는 부산이 있다. 산을 깎아 만들어 공간이 부족하고 건물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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