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은 설레는 일이지만 막막하기도 하다. 무엇보다 걱정되는 건 역시 식사 문제다. 중국의 경우 특히 그렇다. 짜장면과 짬뽕을 시켜 먹으면 될 일이라는 말도 있지만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우리나라 중국집의 메뉴는 개량된 것이라 현지에서는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에 거주했던 교민의 눈으로 실패 없는 메뉴를 추천해 보았다. 마라탕처럼 흔한 음식이 아니라 좀 더 현지(?)스럽지만 맛있는 음식들이다.
1. 카오위(烤魚)
구운 생선이라는 뜻의 카오위. 튀겨 구운 민물고기에 소스를 부어 자작하게 끓여 먹는 요리다. 고기 한 마리가 통째로 올라가는데 밥에 얹어 먹어도 좋고 그냥 먹어도 맛있는 사천 계열 음식이다. 향신료가 많이 들어가는데, 고추나 마늘을 써서 그렇게 생소한 맛은 아니고 한국인도 충분히 먹을 수 있는 맛이다. 양념에 푹 재운 고기에 밥 한 공기, 그야말로 밥도둑이라고 해야 정확하다. 게다가 한국에도 드물어 현지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요리라고 생각된다.
이 카오위를 취급하는 식당으로는 루위(炉鱼)와 탄위(探鱼)가 있다. 둘 다 주요 도시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으니 중국에서 꼭 한 번 도전하는 걸 추천한다.
2. 딤섬(點心)
한자를 풀면 점심(點心)인 딤섬은 마음에 점을 찍는 가벼운 음식이지만, 식사로도 훌륭하다. 만두 아니냐고? 만두처럼 생긴 종류도 있지만 사실 딤섬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웨이터가 선반을 들고 다니면 그걸 가리키며 주문하는 곳도 있고, 메뉴판을 따로 두는 곳도 있다.
그중 유명한 건 홍미창펀(红米肠粉)이다. 붉은 쌀로 만든 쫄깃한 겉면 안에는 바삭한 피가 있고, 그 안에는 다시 쫀득한 통새우가 들어가 이른바 쫀바쫀(쫀득 바삭 쫀득)의 완성이다. 보기에도 예쁘고 맛은 더 좋다. 육수를 빨대에 꽃아 먹는 샤오롱바오도 있지만, 가능하다면 특별한 홍미창펀을 먹어 보길 권한다. 그 외에도 쫀득한 식감의 새우 딤섬 하가우(蝦餃)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물론 우리나라와 비슷한 군만두도 준비되어 있으니 한 번 도전해 보자!
점도덕(點都德)과 딘타이펑(鼎泰豐)이 딤섬으로 가장 유명한 모양이다. 중국, 홍콩, 대만 등 중국어가 통하는 곳이라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그리고, 중국어로 만두, 즉 만터우는(饅頭) 우리나라의 꽃빵과 같은 간이 안 된 작은 빵을 뜻하므로, 만두를 원할 때는 만터우라고 하면 안 된다. 대신 교자, 쟈오즈(餃子)라고 해야 알아듣는다! 군만두를 원한다면 젠쟈오(煎餃)라고 하면 된다.
3. 란저우 라몐(兰州拉面)
말하면 뭐 할까. 너무 유명한 란저우 라면이다. 맑은 육수에 소고기, 면과 갖은 채소를 넣고 끓인 요리로 싱거울 수 있으니 라유(辣油)를 넣어 먹는다. 우육면이라고도 하는데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가 아는 라면의 할아버지쯤 되는 음식이다. 소고기를 넣은 국수라 든든하기도 하고 양념을 잘 넣으면 매콤해서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이것이 각지로 퍼져 우리나라에서는 라면이 되고 일본에서는 라멘이 되었다고.
주의할 점은 고수, 즉 샹차이(香菜)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빼는 것이 좋다! 부야오 샹차이(不要香菜)라고 말해도 되고, 만약 뷔페식으로 재료를 직접 고르는 곳이라면,
이렇게 생긴 채소를 빼면 된다. 물론 고수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낌없이 넣어도 무방하다.
4. 양저우 볶음밥, 양저우차오판 (揚州炒飯)
저장성 양저우 지역의 볶음밥. 필자가 다니는 고려대학교의 중문과 교수가 직접 추천한 음식으로 금가루 뿌린 볶음밥이라고도 알려진 양저우 차오판이다. 황제에게 진상했다고 알려진 이 볶음밥은 새우, 계란, 콩, 고기 등을 넣고 기름과 함께 볶은 요리다. 솔직히 맛이 없을 수가 없다. 다양한 볶음밥 중 가장 원류로 여겨지는 볶음밥으로 중국에 갈 일이 있다면 꼭 먹어 보자. 어디선가 짜장 소스를 구했다면 잘 간직해 두었다가 밥에 뿌려 먹으면 금상첨화다. 서양인도, 한국인도, 동남아시아인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음식계의 프리패스라고 생각한다.
5. 탕추리지(糖醋里脊)
꿔바로우와 함께 탕수육의 양대 친척 중 하나인 음식이다. 돼지고기 안심을 튀긴 것에 새콤달콤한 소스를 부어 만든 요리로 한국인 입맛에 딱! 애초에 우리나라 중국음식의 발흥지인 산동성 출신 요리라 입맛에 맞을 수밖에 없는 것도 있다. 쫄깃한 돼지고기와 약간 매우면서도 달콤한 소스가 어우러진 맛을 선사한다.
살짝 아쉬운 점은 산동 요리라 우육면, 딤섬처럼 중국 전역에서 쉽게 찾아보기는 어려운 음식이라는 것. 산동 음식을 파는 곳을 발견한다면 주저하지 말고 들어가서 주문하자. 쉽게 만날 수 있는 요리가 아니다. 물론 칭다오나 옌타이, 웨이하이 같은 산동에서는 흔할 것으로 예상된다.
6. 콜리플라워 볶음, 한궈요우지화차가(干锅有机花菜)
호남과 사천 지방에서 온 콜리플라워 볶음. 콜리플라워는 브로콜리처럼 생긴 하얀 채소를 말하는데, 좀 생소하지만 불맛이 장난 아니다. 적당히 매콤한 소스에 콜리플라워와 약간의 고기를 자작하게 볶아 내놓는 요리로 밥과 정말 잘 어울리는 요리. 중국음식에서 흔히 느낄 수 있는 불맛의 정수를 보여준다.
단점이라면 역시 지방 요리라 만나기 쉽지 않다는 것. 광둥 성 선전 시에 녹차(綠茶)라는 식당이 있는데, 그곳에서 주문이 가능하다. 한자를 외워 두었다가 메뉴판에 보이면 주문하는 것도 방법이다. 사실 이 녹차라는 식당에는 한국인도 부담 없이 먹을 만한 요리가 많다. 저장성을 기반으로 한 식당이니 항저우나 쑤저우, 상하이 등 인근 지역을 방문한다면 찾아가 보자! 후회는 없을 것이다.
7. 신장 양꼬치, 신쟝양뤄우촨(新疆羊肉串)
중국 하면 양꼬치, 양꼬치 하면 신장 아니겠는가? 돼지고기를 먹을 수 없는 신장의 이슬람교도들은 돼지고기 대신 양고기를 먹었는데 이것이 꼬치에도 적영 된 것이다. 그러나 평범한 양꼬치는 아니다. 서역 출신의 향신료 쯔란(孜然)을 뿌려 먹기 때문이다. 신장 특유의 빵과 함께 이국적인 양꼬치를 즐겨보자.
8. 고기 볶음, 위샹뤄우쓰(魚香肉絲)
물고기 향 고기 볶음이라는 뜻의 위샹뤄우쓰. 여기서 어향(魚香)은 물고기의 냄새가 아니라, 물고기 요리를 할 때 비린내를 잡기 위해 쓰던 매콤한 양념을 뜻한다. 쉽게 말하면 길게 썬 돼지고기를 매콤한 양념과 함께 만든 요리로, 적당히 매콤한 맛이 밥과 잘 어울린다. 주로 덮밥 형태로 밥 위에 올려 먹는 듯한 요리. 만약 다른 게 없다면 이것만 먹어도 무난하게 식사가 가능할 정도다.
9. 가지볶음, 디산셴(地三鮮)
땅에서 나는 신선한 야채, 예를 들면 피망이나 가지를 볶아 만든 요리다. 가지는 생소하다고? 여러분이 알던 그 가지가 아니다. 간장과 여러 소스를 자작하게 볶은 디산셴의 가지는 숟가락으로 떠먹어도 될 만큼 부드럽다. 적당히 조린 간장과 매콤함이 어우러져 필자가 중국을 방문할 적에는 늘 먹었던 요리. 한국인이 먹기에도 거부감이 없고, 사실 누가 먹어도 맛있는 요리다. 만약 디산셴을 먹을 기회가 있다면 꼭 밥 위에 올려 먹어보자. 간장게장은 저리 가라 할 맛이다.
10. 자장몐(炸醬麵)
짜장면 아니냐고? 엄밀히 말하면 짜장면의 원조가 된 중국 본토의 짜장몐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 짜장면의 유래가 된 음식이지만 맛과 구성은 상당히 다른 것이 특징. 우리나라의 짜장면보다 국물이 거의 없고 짠 것이 특징이며, 춘장이 아닌 된장 베이스이기에 비빔국수에 가깝다. 맛은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지만, "왜 중국에는 짜장면이 없지?"에 대한 답이 되는 요리다. 사실 없는 게 아니라,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변형된 것이다.
이상은 중국 여행을 떠나 무얼 먹지에 대해 고민하는 여행자들을 위해 준비했다. 우리나라에서 중화요리의 이름을 달고 판매되는 것들은 절대다수가 중국 현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개량된 식품들이다. 위의 짜장면처럼 중국의 요리가 직접 건너와 변형된 것도 있고, 꿔바로우, 군만두처럼 우리나라와 맛과 식감이 거의 유사한 음식도 있으며, 짬뽕처럼 일본으로 건너간 뒤 다시 오는 과정에서 원형을 알아볼 수 없게 된 요리들도 있다. 뭐, 아무래도 상관없다. 맛있게만 먹으면 그만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