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오늘 대전에 소재한 성심당에 다녀왔다. 늘 그렇듯 사람들도 북적였지만 오늘은 지하까지 인파가 이어질 정도로 많았던 것. 과연 성심당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뛰어난 맛과 상품을 빼고 무언가 성심당만의 특별한 점을 꼽자면 위치다. 성심당은 대전에 있는데 서울은 물론 부산이나 광주 등 인근 지방도시에도 지점이 없는 것이 특징. 지점만 없는 것이 아니라 배달도 오로지 대전에서만 가능하다고 한다. 그야말로 대전 토박이 기업이다. 하지만 그뿐이다.
성심당에게 있어 대전은 신의 한 수였다. 부산 떡볶이를 떠올려 보자. 서울 사람 입장에서 부산 떡볶이는 부산 지역의 특산품으로 먼 거리 때문에 서울 사람들은 특별한 여행이 아니면 부산 떡볶이를 먹을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성심당과 같은 로컬 전략을 사용한다면 서울과 수도권 고객은 영영 잃어버리게 된다. 하지만 대전은 다르다. 당일치기 방문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위 지도를 보자. 서울에서 성심당이 위치한 대전까지 2시간인데, 남한 지역 내 대부분의 대도시와 도가 2시간 거리에 들어간다. 경기, 충북-강원, 호남, 영남 모두 대전을 다녀오기 좋은 것이다. 따라서 성심당처럼 대전을 벗어나지 않더라도 전국의 소비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 일단 방문한 고객들은 들인 비용을 생각해서라도 더 많이 구입하게 되는 것은 덤이다.
이렇게 여건이 조성된 성심당은 '희소성 전략'을 택했다. 서울이나 부산으로 가는 대신 대전만의 특별한 브랜드로 남기로 결정한 것이다. 만약 성심당이 서울에 지점을 냈다면 어땠을까? 고객들은 굳이 대전까지 내려가지 않고 서울의 매장을 이용했겠지만 그 즉시 대전에서만 맛볼 수 있는 희소가치는 바로 소멸한다.
지역 프리미엄을 잃어버린 성심당은 곧바로 뚜레쥬르나 파리바게트와 같은 일반 브랜드와 경쟁해야 한다. 성심당의 망고롤은 파리바게트의 실키 롤케이크와 경쟁해야 하고, 김영모 과자점과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도 상대해야 한다. 이제는 대전의 타이틀도 없으니 오로지 메뉴와 가격만으로 고객을 모아야 하는데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두바이 쫀득 쿠키의 사례처럼 유사 상품이 나오기도 쉽고 말이다.
그러나 경쟁사보다 두려운 것은 성심당의 '일상화'다. 고객들은 성심당이 힘들게 가서 사 오는 브랜드가 아니라 길거리에 흔하게 보이는 맥도널드나 버거킹 정도로 인식하게 될 것이다. 유명한 대전 맛집이 아니라 길거리에 있는 빵집 A 정도로 인식하고, 종국에는 이름도 잘 기억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대전에 여행 온 고객들이 기분을 내며 딸기시루 같은 대량, 고가의 케이크를 구매하지만 길거리에 있는 딸기시루를 살 소비자가 얼마나 있을까? 처음에는 관심을 가질지 몰라도 이내 질릴 가능성이 높다. 파리바게트나 던킨의 신메뉴에 대한 관심이 덜한 것처럼 말이다.
이러한 희소성 전략이 가능한 이유는 바로 식품이라는 특성 때문이다. 만약 성심당이 포토카드나 가구 같은 상품이었다면 대리 구매가 성행했겠지만 쉽게 상하기 쉬운 빵은 오로지 대전에서만 구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성심당은 대전까지 힘들게 가서 사 오는 맛집이 되었다.
그런가 하면 오히려 희소성을 역으로 이용하여 서울로 가지고 온 브랜드도 있다. 서론에서 이야기 했듯이 서울 사람이 부산식 떡볶이(통 가래떡과 어묵 국물을 사용한 떡볶이)를 먹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부산은 고속버스로도 가기 부담스러운 거리인데다 KTX 등 기차표를 구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오마뎅과 같은 부산 떡볶이와 오뎅을 파는 브랜드들은 서울에서 부산식 음식을 판매하며 입지를 다졌다. 그 외에도 안동 찜닭이나 춘천 닭갈비처럼 접근이 어려운 지역들의 상품은 일찌감치 서울에서 성황리에 판매 중이다.
그런가 하면 매우 특수한 형태로 판매되는 식품도 있다. 휴게소 하면 떠오르는 호두과자는 시내의 매장보다는 고속도로나 국도의 휴게소를 위주로 팔리는데, 어쩐지 길거리에서 사먹으면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불초밥, 소떡소떡이나 야키소바는 축제에서 주로 팔리는 음식으로 역시 일반적인 점포에서는 잘 취급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