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제건축에서 소위 말하는 상급 입지에서 보는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브랜드 파워가 아닐까 싶다. 예외는 있지만, 좋은 사업 조건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브랜드가 좋다는 이유로 결과가 뒤집어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 시간에는 아파트의 브랜딩에 대해 알아보자.
먼저 이중 브랜딩을 실시하고 있는 기업들이다. 전국적으로 적용하는 보편적인 브랜드와 강남, 한남동 등 상급지에 적용하는 브랜드가 다른 경우로, 현대건설과 포스코, 대우건설이 각각 해당한다. 이렇게 고급화 브랜드를 따로 내세울 경우 상급지에서의 수주가 유리해지는 장점이 있지만, '그럼 기존 브랜드는 안 좋은 것이가?'라는 의문이 확산하여 원래 운영하던 브랜드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초기에 적용했던 고급화 전략이 모호해지며 하이앤드 브랜드의 가치가 희석되기도 한다. 디에치는 처음 대치동과 반포의 중소단지를 시공하며 소수 정예의 이미지를 굳혔지만 이후 수주 단지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며 지방 대도시의 대단지를 시공하며 현재는 그 정체성이 많이 약화되었다. 이 경우 하이엔드 브랜드가 기존 브랜드를 밀어내며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는 것.
반면 별도의 고급화를 진행하지 않고 한 브랜드를 고수하는 경우도 있다. GS건설의 자이와 삼성물산의 래미안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브랜드들은 상급 지라고 해서 별도의 고급 브랜드를 론칭하지 않고 내장재와 인테리어 등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은밀한 고급화를 시도한다. 자이의 경우 한때 "그랑자이"가 고급 브랜드라는 인식이 확산되었으나 브랜드 이원화를 우려한 GS 건설에서 그랑자이라는 명칭 자체를 폐지하면서 일축시켰다. 단일 브랜드에 대한 사측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서로 다른 브랜드들은 서로 다른 가치를 추구한다. 우수한 조경으로 이름난 푸르지오는 그에 걸맞게 자연 속 휴식이라는 목표를 바탕으로 짙은 녹색의 페인트와 웰빙을 내세운 마케팅을 펼친다. 푸르지오의 하이앤드 브랜드인 써밋에서는 웰빙의 이미지 대신 프라이빗한 고급스러움을 추구한다.
그중 가장 독특한 브랜드는 단연 자이다. 여러 아파트 브랜드의 단지를 방문해 본 필자의 경험으로는, 자이는 푸르지오나 래미안처럼 일관된 정체성이나 콘셉트는 비교적 약한 편이다. 대신 각 단지의 특성에 맞는 정체성을 내세우곤 하는 것 같다. 개포자이 프레지던스의 경우 대모산을 배후로 한 자연 친화적인 단지의 입지를 감안하여 리조트풍의 조경을 활용했지만, 서초 그랑자이의 커튼월룩 마감 등 도시의 세련됨을 주제로 한 모습이었다.
자이의 경우 비교적 유연한 편이다. 아파트 브랜드 외에도 모듈러 주택을 짓는 자이가이스트와 더불어 베트남 법인에서는 국내와 다른 로고를 활용하며 별도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베트남의 경우 국내와는 다른 동남아시아 풍의 리조트형 주택을 짓는 것이 눈에 띈다. 철저하게 현지화되어 국내와는 창호와 마감재 등등이 다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렇듯 최근의 주거 트렌드는 단순히 사는 곳을 넘어 어떠한 삶을 선호하는지에 대한 가치와 정체성의 문제로까지 확장되는 추세다. 이에 맞추어 각 건설사들은 저마다의 브랜드를 통해 차별화를 도모하고 있는데, 역시 가장 중요한 건 입지에 맞는 브랜드이지 아닐까 싶다. 교외에는 자연에 맞는 브랜드가, 도심지에는 도시의 편리함을 주력으로 하는 브랜드가 들어오듯이 말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