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내셔널 지오그래픽 직원이 이렇게 많았나?"
필자가 한국에 와서 든 궁금중 중 하나다. 서울의 겨울 길거리에서는 유명 TV 채널인 내셔널 지오그래픽뿐만 아니라 디스커버리, CNN 등 다양한 방송사들의 옷을 입은 사람들이 많았다. 저 사람들이 모두 직원인 걸까? 정말 희한한 풍경이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 옷들은 한국 브랜드이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경우 "내셔널 지오그래픽 어패럴"이라는 한국 업체가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라이선스를 따서 제작하는 것으로 다른 의류 회사들도 비슷한 실정이다. 원래 의류 회사는 아니지만 좋은 이미지를 줄 법한 브랜드의 상표를 가져다 옷을 만드는 것. 환경 보호와 아웃도어가 연상되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끌어와 브랜드 가치의 상승을 노린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실제 제품의 퀄리티가 나쁘냐고 하면 그렇지도 않다. 오히려 다른 업체들과 비교해 보아도 비슷하거나 더 준수한 수준이었다. 훌륭한 기술을 갖추었지만 브랜드 가치가 없어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떨어지는 업체가 유명 브랜드의 라이선스를 가져온다면 더 좋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를 다른 브랜드가 더 잘 보유하고 있을 때 이를 빌려와 상품 제작에 활용하는 것 역시 가능할 것이다.
간단한 예시를 하나 떠올려 보자. 레드불은 에너지 음료 회사로 익스트림 스포츠를 지원하며 생명력과 강인함이라는 자사의 가치를 제대로 어필하는 중이다. 그런데 이러한 이미지를 꼭 에너지 드링크 업계에서만 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보조배터리나 운동화를 제작할 때도 강한 레드불의 브랜드가 씌워진다면 소비자들에게 더 긍정적인 효과를 전달할 수 있다. 애플의 혁신적인 이미지는 자동차에서도 쓸 수 있고, 샤넬의 고급스러움을 생수해서도 전달할 수 있다.
이렇게 가치가 다른 브랜드를 서로 공유하는 콜라보를 진행하거나 패딩의 사례처럼 전체를 빌려 오기도 한다. 넓게 보면 소위 "장인 마케팅"도 예로 들 수 있겠다. 편의점에 파는 즉석식품이나 과자들 중에 셰프의 이미지를 내건 (특히 백**씨가 유명하다) 상품들을 본 적이 있는가? 엄밀히 말해 셰프가 직접 만든 음식과 포장된 음식은 같을 수 없지만, 기업들은 그 셰프가 가지는 신뢰도와 인지도를 조금이나마 활용하여 제품을 만들고자 한다.
자사가 정말 원하는 가치를 다른 기업이 지니고 있을 때 이를 빌려오는 것 또한 유용한 브랜딩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브랜드 또한 하나의 보이지 않는 자산이기에 돈처럼 대출이 가능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