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가 없다고? 노브랜드 마케팅

by 하늘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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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브랜드 없는 제품을 본다면 두 가지를 기억해라. 아주 비싸거나, 아주 저렴한 물건이라는 것을.


첫 번째 사례는 무지와 이마트의 노브랜드 라인업이다. 이들은 브랜드와 최대한 거리를 두기 위해 노력했다.


먼저 알아 두어야 할 것이 있다. 이들은 브랜드를 버림으로서 누구보다도 확고한 브랜드 정체성을 인정받았다. 홍보와 브랜딩에 더 적은 비용을 쓰고도 더 높은 인지도를 확보했다는 뜻이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했을까?

l_2019060801000790300058081.jpg 노브랜드 코너. Source: 경향신문

먼저 브랜드 자체에 거부감을 느끼는 소비자들이다. 실제로 제품에 들어간 원자재에 비해 가격이 터무니없이 높은 상품이 있는데, 일부 소비자들은 그것을 "브랜드값"으로 여겨 부정적으로 보기도 한다. 분명 비슷한 제품인데 로고 하나 더 붙어 있다고 비싼 값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 하지만 이 공식이 모든 제품에 통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제품인가에 따라 다르다.


소비자들은 고급품일수록 브랜드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휴지나 연필 등 일상용품은 상표도 보지 않고 구입하는 경우가 많지만 명품 의류나 고급 자동차는 브랜드가 모든 걸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페라리를 사는 사람은 그것이 페라리이기 때문에 구입하는 것처럼 말이다. 따라서 노브랜드 스포츠카를 내놓으면 성공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하지만 휴지가 크리넥스인지 깨끗한 나라인지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무지와 노브랜드는 정확히 이 점을 노렸다. 노브랜드와 무지에서 고급품은 거의 팔지 않는다. 간단한 의복이나 컵, 식기류 등 부담 없는 일상 용품이 대부분이다. 이런 종류의 물건들은 아주 나쁘지만 않다면 소비자들은 대개 만족한다. 물에 녹아버리는 종이컵은 쓸 수 없지만 제대로 쓸 수만 있다면 그 이상은 바라지 않는 것이다. 노브랜드의 "Why pay more? It's good enough."는 바로 이걸 의미한다.

image_readtop_2014_1358502_14143914621597770.jpg 휴지의 브랜드를 고민해 보았는가? Source: 매일경제

따라서 브랜딩과 마케팅 비용을 빼고 대신 적당한 품질의 저렴한 제품을 판매한다면 승산이 있다. 기왕 종이컵과 나무젓가락을 살 거면 조금 더 싼 제품을 사고, 결국 이들이 모인 다이소나 노브랜드, 무지로 갈 것이다. 무지는 그 속에서 약간의 고급화 전략을 취했지만 큰 틀에서는 유사하다. 브랜드가 없다니 황당한 발상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면에는 전략적인 마케팅이 숨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점도 있다. 바로 프리미엄과 일상품 사이에 있는 것들이다. 예를 들면 음식이 있는데, 음식은 생활에 필수적이지만 프리미엄 요소도 동시에 있어 노브랜드 마케팅에서 함부로 취급할 경우 낮은 퀄리티를 보인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두 번째는 조금 다른 종류의 노브랜딩이다. 브랜드가 있기는 한데 거의 드러나지 않는 사례다. 앞서 언급한 사례와 달리 고급품, 그것도 프리미엄이 가장 많이 붙은 시장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과도한 브랜딩과 홍보가 가치를 떨어트린다고 본다.


쉬운 예를 떠올려 보자. 일반적인 중국집은 간판도 현란하고 오색 찬란한 전단지를 동네이 배포한다. 하지만 고급 레스토랑에는 간단한 이니셜만 있거나 그것조차 없는 경우도 있다.

KakaoTalk_20251228_013144844.jpg 필자가 방문한 콘스탄스 뷔페. 간단한 로고 외에는 입구에 아무것도 없었다.

작년 초 한국에서 가장 고가의 뷔페로 알려진 조선호텔의 콘스탄스를 방문했다. 층별 안내도에도 뷔페가 표시되지 않았으며 밋밋한 철문이 필자를 마주했다. 뷔페가 열릴 시간이라 안내판을 가져다 놓지 않았다면 그냥 창고로 착각할 정도였다. 애슐니나 VIPS도 로고를 그려 넣지만 이곳에는 정말 아무런 표시도 없었다. 그럼에도 프리미엄을 원하는 고객들이 끊이지 않는다.


이렇게 된 이유는 브랜딩을 할수록 브랜드의 가치가 깎이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브랜드의 인지도 상승은 매출 증대로 이어지지만 최고급품 시장에서는 그렇지 않다. 다수의 소비자가 아닌 한 명의 특별한 소비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만약 브랜드가 널리 알려져 누구나 아는 브랜드가 되었다면, 그 한 명의 소비자는 자신만을 위한 희소성과 특별함이 줄어들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이 프리미엄 브랜드를 함부로 남발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때론 아예 브랜드가 없기도 하다.


또한 일정 이상의 고급품 시장에서는 상품의 가치가 브랜드를 초과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맞춤 제작된 명품 의류나 주택, 하이엔드 오디오가 대표적인데, 이런 상품의 경우 브랜드를 붙이면 기성품이라는 이미지를 주거나 상품 본연의 가치를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 뱅앤 올룹슨의 경우에도 천만원이 넘어가는 하이엔드 제품의 경우 로고를 찾아보기가 정말 어렵다.

bang-o.jpg 어디에도 로고가 없는 뱅앤 울룹슨 스피커. Source: Uncrate

그래서 로고가 없는 경우는 두 가지다. 아주 저렴하거나, 아니면 아주 비싼 제품일 것이다. 둘 다 그리 흔한 케이스는 아니다. 브랜딩은 여전히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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