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도 브랜드일까?

by 하늘나루

필자가 브랜딩에 대한 공부를 시작한 이례로 들었던 궁금증이다. 사실 브랜딩을 기업만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 지방자치단체의 슬로건 역시 브랜딩이며, 트럼프의 MAGA 등 정치 구호 또한 브랜드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대학 또한 브랜드로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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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야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학교는 역시 고려대와 연세대일 것이다. 이 두 대학은 서로 "경쟁사" 관계에 있다. 사실 국내 입시는 소비자인 학생보다는 대학이 학생을 고르는 방식이기 때문에 통상적인 마케팅 전략이 필요 없다. 하지만 위 두 대학의 경우 한 곳을 지원할 여건을 갖춘 학생은 대개 다른 쪽에도 원서를 넣게 된다. 경쟁 시장이 성립하는 것이다. 양교의 경쟁의식은 해방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만큼 경영학적인 관점으로 접근하는 건 무리가 있지만, 그럼에도 마케팅이 가장 유용한 환경을 지니고 있음은 변함이 없다.


두 대학의 정체성은 완전히 다르다. 고려대학교의 경우 크림슨 컬러를 필두로 "민족"과 "공동체"를 일종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삼고 있다. 마스코트 또한 한반도의 전통적 영물인 호랑이며, 응원단의 복장 또한 한복과 거북선 등 한국적인 요소가 많이 반영되어 있다.


반면 연세대의 경우 비교적 서구적인 색채가 강한 것이 특징이다. 서양인 선교사에 의해 세워진 학교답게 "언더우드" 등 외국인의 명칭을 찾아볼 수 있고, 주로 서구 국가에서 상징물로 채택된 독수리를 마스코트로 사용하고 있다. 고려대가 열정과 우리를 강조한다면, 연세대는 차분하고 자유로운 아이덴티티가 느껴진다. 다만 고려대에 비하면 뇌리에 쉽게 박히지는 않는 것 같다.

sdgg.png 두 대학의 다른 정체성

이러한 정체성에 맞추어 활발하고 열정적인 학생은 고려대로, 조용하고 차분한 학생은 연세대로 간다는 인식이 형성되기도 하였다. 물론 실제로 그렇지는 않지만 말이다. 실제로 이런 요소들이 가장 잘 작동하는 곳은 기념품샵이다.


화면 캡처 2025-12-28 004608.png 고려대의 기념품샵 홈페이지. Source: 크림슨 스토어

두 학교의 기념품샵에 방문하면 브랜드 컬러가 거의 대부분의 상품에 적용된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고려대의 경우 필통부터 노트, 옷과 가방은 물론 강아지 의류까지 모두 고려대의 크림슨 색으로 맞추어져 있다. 다르게 보면 잘 정립된 브랜드 정체성으로 이렇게나 많은 상품을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다. 고려대는 붉음, 호랑이, 열정 등 키워드가 뚜렷하여 개성이 확고한 굿즈를 만드는 것이 용이하다.


그런데 연세대는 이 분야에서 한 발 앞서간 것 같다. 고려대의 굿즈가 학교를 방문한 외부인들을 대상으로 한다면, 연세대는 직접 시장에 뛰어들어 시중 브랜드와 경쟁한다. 원래 교내에서 판매되는 연세 우유는 지금은 중국에도 수출할 정도로 어엿한 브랜드가 되었다. 동시에 이를 응용한 연세 크림빵, 별개의 분야지만 세브란스 병원으로 대표되는 의료 체인도 활발하게 영업 중이다. 동시에 모든 상품에 연세대와 유사한 BI와 컬러를 사용하여 대학의 인지도가 자연스럽게 우유와 병원으로 이어지도록 하였다. 성공적인 브랜드 운영이다.

d35db668ac1885f7a4b5a0687a95d4d8.jpg 요즘 젊음은 이런 이미지인 것 같다

여담이지만, 드라마 <치얼업>의 배경을 연세대가 차지할 수 있었던 건 이러한 브랜드의 차이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의 젊음이 주로 뜨거움과 열정을 의미했다면 근래의 젊음은 밝고 청량한 이미지가 강조되는 경향이 있다. 이무진의 <청춘만화>와 같은 느낌이랄까? 이러한 이미지에 연세대가 조금 더 부합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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