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무엇이 문제인가
'라면은 당연히 면이 먼저지.'
'어허, 그게 무슨 소리야. 스프부터 넣어야 제맛이지.'
아침부터 사촌 동생들이 시끄럽다. 보아하니 면이 먼저냐, 스프가 먼저 나로 투닥거리고 있던 중이었다. 함부로 도와주기 어려운 질문이다. 면을 중시하는 쪽은 면을 넣어야 잘 익는다고 하고, 스프를 중시하는 '스프파'는 스프를 미리 넣어야 국물이 잘 우러나온다고 했다. 아, 이것 참 고민되는구나.
필자가 잠시 알아보니 면을 먼저 넣는 것이 좋다는 결과가 나왔다. 물론 스프를 먼저 넣는 장점도 있기는 하다. 스프의 염분이 끓는 온도를 높여 더 쫄깃한 면을 먹을 수 있다는 기사도 있었다. 반면 다른 기사에서는 이 정도로는 유의미한 차이는 없다고 하는 등 조금 엇갈린다.
하지만 스프를 먼저 넣으면 이른바 '끓어오름 현상' 탓에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높다고 한다. 끓는 물에 이물질인 스프가 투척되며 급격하게 거품이 발생하는데 이것이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잘은 모르지만 지난번 세제 라면 사건과 비슷한 경우가 아닐까 싶다. 세제와 끓는 물이 접촉하며 거품 폭탄이 발생한 것처럼 스프에도 어쩌면 비슷한 일이 발생하지 않을까. 물론 스프를 먼저 넣어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른다.
이런 고민에서 자유로운 라면도 있다. 바로 일본식 라면과 비빔면들이다. 인스턴트라면 이야기가 달라지지만, 돼지고기와 뼈, 여러 부재료를 끓여 국물을 내는 일본식 라면은 스프를 넣을 필요가 없다. 대신 자극적인 맛은 덜 하다만. 또 짜파게티나 팔도 비빔면 등 스프를 나중에 넣는 방식도 이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으니 마음 편하기도 하다.
그럼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 보자. 호텔에서 파는 중국식 라면이다. 솔직히 이걸 라면이라고 불러야 할지는 잘 모르겠다. 조리법에 따라 완탕면도 되고 우육면이나 란저우 라면 등 각양 각색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리 준비된 재료를 즉석에서 끓여 먹는 점에서는 라면이라고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이 호텔식 라면은 재료도, 면도 다양하다. 마라탕, 뱡뱡면에서나 쓰이는 굵은 면부터 한국의 면과 비슷한 것까지 제각각이다. 거기에 고추기름과 땅콩기름 등 소스를 골라 먹는 방식이다. 한국에 면과 스프가 있다면 이 라면에는 고수가 있다. 고수는 한 번 씹으면 특유의 맛이 입안 가득 퍼지는데, 싫어하는 사람은 싫어하지만 좋아하는 사람은 따로 주문해 먹을 정도로 호불호가 심한 재료다. 중국에서는 이 고수를 넣느냐 마냐로 논쟁이 벌어지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