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조금 특별한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한다. 바로 급식이다. 그런데 한국 급식은 아니다. 필자가 중국에서 미국 국제학교를 다니며 먹은 급식이다. 그런데 아마 살면서 먹었던 것 중 가장 맛없는 급식이었을지 모르겠다. 글쎄, 포크를 고기에 꽂았더니 부러졌다. 정말로 부러졌다. 흐늘거리는 야채죽에 충격적인 김밥까지,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걸까나.
이 신박한 상황이 발생하게 된 경위가 따로 있다. 필자가 재학했던 학교는 중국에 있는 미국계 국제학교로, 여러 가지 이유로 한국인 학생들이 상당히 재학 중인 상황이었다. 따라서 학교 입장에서는 중국인, 한국인, 미국인과 유럽인들을 모두 사로잡을 급식이 필요했던 것이다. 학교는 나름 고민해서 급식을 만들었다.
그런데 학교가 있던 중국 남부는 셋 중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는 곳이었다. 사실상 열대 기후에 속하는 그곳은 거리거리에 야자나무가 있고 가시가 뾰족한 두리안이 자라는 지역이었다. 미국식, 한국식은 고사하고 북경오리나 탕수육(궈바로우) 등 세간에 알려진 중국 음식 하고도 거리가 먼 그곳에서 셋을 섞으려는 시도는 처음부터 무모했던 것 같다. 게다가 로고로 보아 급식을 맡은 업체는 베트남계였다. 폭망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필자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채소와 감자가 으깨진 묘한 야채요리가 나온 적이 있는데, 세상에나, 야채는 흐느적흐느적 감자는 덜 익어서 먹기 불편했다. 이름이 아메리칸, 코리안, 차이니즈까지 혼종 그 자체. 사실 그 정도면 양반이다. 당근이나 오이 하나만 달랑 들어간 (물론 소가 없는 충무 김밥도 있으나 문제는 일반 김밥이 그랬다는 것) 김밥, 물이나 다름없던 토마토 계란국까지. 도무지 국적을 알 수 없는 이상한 조합들이 내 밥상에 올라갔다.
하지만 역시 최종 보스로는 스테이크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혹자는 '어? 급식에 스테이크가 나왔다고? 호화로운 급식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천만의 말씀. 그건 '겉바속딱' 스테이크였다. 함박 스테이크를 만드려고 했던 것으로 보이나 결과물은 처참했다. 당시 플라스틱 포크를 주었는데 내가 스테이크에 꽂아 입으려 넣으려고 하니 그만 똑 부러진 것이다. 포크는 멀쩡했으니 돌과 같은 스테이크가 문제였으리라.
이것은 나라별 조리법 차이에서 온 걸지도 모른다. 심플함과 웰빙을 추구하는 베지터리안 푸드와 와전된 한식, 그리고 일단 굽고 보는 북방식 중국요리가 합쳐져 대참사가 벌어진 걸지도. 아무튼 난 그 해 그나마 먹을 만했던 생선튀김과 간장으로 배를 채워야 했다. 그 후로 민원이 들어왔는지 급식도 차차 개선되어 훌룡하게 변했지만,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그래서 국제학교에서 한국 고등학교로 전학 온 뒤로 급식에 너무 감사했다. 물론 어려운 점도 많았다. 미국식 학교와 전혀 다른 수업 분위기, 빡빡한 상대평가, 심지어 '강남 8 학군'학교라서 상당히 애를 먹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들은 대부분 점심시간을 넘기지 못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급식 하나만으로 한국 고등학교가 감사할 지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