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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 그런 거 없는데요.

중국에는 없는 중국 음식들

by 하늘나루

'혹시 메뉴에 짜장면 있나요? 짬뽕은요?'


'손님? 그런 메뉴는 없어요.'


'여기 중국 아닌가요...'


쫄깃한 면발, 바삭한 탕수육, 거기에 고소한 볶음밥까지. 아,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돈다. 하지만 필자는 결국 중국에게 배신을 당하고 말았다. 중국요리라면서 중국에 없는 요리가 어디 있나?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다.



필자는 중학교 1학년 무렵에 중국에 가게 되었다. 아는 것도 별로 없고, 대부분의 시간을 게임이나 놀면서 보냈던 필자였기에 중국이나 중국 요리에 관한 지식이 있을 리 만무했다. 그래서 중국에 가면 거리거리에서 짜장면을 팔고, 짬뽕이나 탕수육도 가득한 그런 나라인 줄 알았다.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이야기였지만.

Source: Wikipedia


중국에는 짜장면, 아니 그 비슷한 음식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 유명한 마라탕이나 북경오리를 하는 가게도 드물었다. 필자가 간 곳은 광둥 성으로, 중국 요리 중에서도 해산물을 재료로 한 남방 요리가 강세를 보이는 곳이다. 따라서 북방 요리인 짜장면이 없는 것은 당연했다.


중국의 짜장면은 작장면(炸醬麵)으로 중국식 발음으로는 '짜장몐'이라고 읽는다. 따라서 이름의 기원이 된 것은 분명하다. 중국에도 분명 고기와 여러 야채가 들어간 짜장 소스가 있다. 하지만 한국처럼 달고 짭조름한 맛은 거의 없고, 무엇보다 소스에 면을 비벼 먹는 한국식 짜장면과 달리 '얹어 먹는다'라는 개념에 더 가까운 것이 특징이다.

중국식 짜장몐. Source: Wikipedia

또 여러 재료가 짜장 소스와 함께 버무려진 한국 짜장면과 달리 중국은 비빔밥처럼 재료가 따로 있고 이를 섞어 먹는 형태다. 맛은 역시 된장과 비슷한 구수한 맛이 일품이라고 하는데, 필자도 아직 먹어보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오이와 파, 짜장 소스로 이루어진 구성으로 보아 라면처럼 완전히 별개의 음식은 아닌 것 같다. 한국식 짜장면은 산둥반도에서 건너온 화교들이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변형한 음식이다.


다음은 짬뽕이다. 짬뽕은 생각보다 복잡한 기원을 가지고 있다. 먼저 산둥반도의 초마면이 변형되어 한국에 전래되었다는 설과, 푸젠 성(福建省)의 탕육사면이 변형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Source: 요리 23

이것은 탕육사면의 일종이다. 이 탕육사면을 먹는 고장 출신의 화교가 일본에서 가난한 유학생들을 위해 만든 국수, 이 국수를 '잔폰'이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해산물 등이 추가된 것으로 보이는데, 이 잔폰은 국물이 맑은 백짬뽕이다. 하지만 맛보면 짬뽕과 비슷한 맛이 나니 짬뽕의 일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짬뽕은 국물 + 면 조합 이외에도 볶음 짬뽕 등 여러 바리에이션이 존재하는데 그중 하나가 한국으로 넘어와 '짬뽕'이 되었다는 것이다.


Source: 米寶麻Carol

반면 산동식 초마면은 조금 더 짬뽕과 유사해 보인다. 풍부한 해산물과 면, 그리고 빨간 국물까지 언뜻 보아서는 한국식 짬뽕과 구별이 안 갈 정도이다. 어쩐지 맛도 비슷할 것 같은 이 비주얼, 아마 이 짬뽕과 일본의 나가사키 짬뽕이 합쳐져 오늘날 짬뽕이 된 것 같다. 그렇다면 짬뽕은 한, 중, 일의 대화합인 셈이다.


'아, 드디어 짬뽕과 짜장면이 대화합을 이루었구먼!'


뚜식이 할아버지 김영배 씨라면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나?


Source: Wikipedia

탕수육은 가장 원형과 비슷한 음식이다. 동북(東北) 지역에서 온 것으로 추정되는 꿔바로우(鍋包肉)는 튀긴 돼지고기에 새콤달콤한 소스를 부어서 먹는 음식이다. 식초와 설탕 등으로 간을 하기에 아마 맛도 비슷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다.


돼지고기를 두 번 튀겨서 만들기 때문에 한국보다 더 바삭한 점이 특징이라고 언급되지만, 사실 탕수육도 바삭함을 따지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아예 다른 음식이라고 하기는 좀 그렇지 않을까나. 필자도 먹어 본 적 있지만 역시 탕수육과 비슷한 맛이었다. 그리고 중국식 짜장면, 짬뽕과 달리 정말로 중국에서 취급하는 가게가 많으니 중국에서 먹을 것이 없다면 이 꿔바로우를 먹는 것을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군만두가 있다. 만두는 사실 중국 어디에나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종류며 재료가 천차만별이다. 한국과 비슷하게 구워 만든 만두가 있는가 하면 호화로운 버섯과 고기로 채운 만두, 그리고 새우로 만든 만두는 물론 국물이 들어간 샤오룽바오까지 그야말로 만두의 천국이다. 한국과 비슷한 종류도 당연히 있다.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중국에서 만두(饅頭, 만터우)라고 하면 한국의 꽃빵과 비슷한 양념 없는 빵과 비슷한 음식을 준다. 그렇기에 한국과 같은 만두를 먹고 싶다면 교자(餃子, 쟈오즈)를 달라고 해야 할 것이다. 곳곳에 만두라는 글자가 붙어 있어도 유혹되지 말고 교자를 고르는 것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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