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이 날 때마다 그림을 보는 게 습관이 되었다.
눈여겨보지 않던 그림들도 그림을 시작하고나니 터치 하나, 색감 하나, 인물의 표정 하나하나를 유심히 보게 된다. 그림 하나 보는데 이제는 시간을 쓴다.
내가 그림을 좀더 빨리 접했었더라면.. 이라는 생각이 자주 든다.
마이마이, MP3 시절부터 우리가 지니고 살아온 음악으로 이제 대중은 음악을 듣고 자신의 생각을 드러낼 줄 알며 다양한 장르를 인식하고 가수들을 자신의 기준에 따라 평가한다.
커뮤니티에 한 가수에 대한 평을 올리면 난상토론이 벌어진다.
그림은 그렇지 않다.
미술관에 간다고 하면 '오..미술관도 가?' 라는 이야기를 듣거나, 특정 그림에 대해 의견을 물으면 쉽게 대화를 이어갈 수 없다.
음을 감상하고 글을 감상하는 건 익숙한데 그림을 감상하는 건 익숙하지 않은 것이다.
음악과 글이 우리에게 친숙한 것은 이들을 유통하는 채널이 많기 때문이다.
멜론, 지니, 유튜브뮤직, 벅스, 텔레비전 등.. 음악 없는 곳이 없다.
글은 각종 서점과, 노래 가사와, 지하철의 시, 인스타에 올라오는 짧은 글귀 들을 통해 우리로 하여금 글을 저장하게 한다.
그림에도 멜론과 유튜브가 있었다면, 그림에도 교보문고나 리디북스가 있었다면
우리는 그림을 즐기며 자랄 수 있었을까?
그림을 그리며 느낀 것은, 그림도 음악이나 글과 크게 다르지 않은 하나의 즐길거리라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김훈의 소설을 읽고 삶에 대해 다양한 생각들을 할 수 있는 것처럼, 그림도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그림을 보고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많이 듣고 악기도 배워보고 할수록 음악을 느끼는 범위가 넓고 깊어지듯이, 그림 또한 많이 보고 내가 그려볼수록 그림을 느끼는 범위 또한 넓고 깊어진다.
누군가와 같이 작품을 완성도 해보고,
나만의 색 조합을 찾아 그걸 고른 이유를 찾아도 보고,
빛을 중심으로 그려도 보고, 그림자만 그려도보고
기억에 남는 장소를 그려 그곳에 대해 대화도 해보고
친구의 그림체를 따라했을 때 달라지는 자신의 그림을 들여다보고
같은 대상을 그린 후 각자 다른 표현방식 대해 이야기해보는 경험을 어릴적부터 다양하게 거쳤더라면 지금 내가 세상을 느끼는 방식은 조금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혹시 삶이 무채색이 되어간다고 느낀다면.. 그림이 약간의 숨구멍이 되어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