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알못이 그림을 그린다

그림이 내게 가져온 변화

by 가든


나는 미술을 배워본 적도 없고 그림을 취미로 가져본 적도 없다.

미술 전시를 싫어하지 않지만 좋아하는 것도 아니었고 그저 도슨트를 듣고 오 이런 그림이구나 이해하는 정도였다.


미술에 무슨파 무슨파가 있다는 것도 내가보기엔 그냥 그림인데 왜 저렇게 복잡하게 생각해서 학파를 나누고 자기들끼리 북치고장구치고 하나 생각했다.


그러던 내가 그림을 그린다. 매일매일 그린다.

그러면서부터 나는 그림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고

나 스스로를 더 잘 알게 되었다.


요즘의 나는 그림을 통해 나를 알아간다.


뭘 그릴까 하다가 무심코 그려내리는 것들은 언젠가 꼭 한 번 눈여겨 보았던 것들이다.

어떤 방식으로 그릴까 하다가 자연스럽게 나오는 표현들은 내가 은연중에 품고 있던 마음들이다.

모양새를 갖추고, 점점 완성되어 갈수록 그것들을 더욱 좋아하게 된다.

그리며 대상을 떠올릴수록 더욱 생각하고, 내 느낌에 가까운 색깔과 표현을 찾으려 할수록 그것에 대한 내 마음에 더 집중하기 때문이다.


혼자만의 바다 / 2021. 가든


언젠가 우리 가족이 자주 찾던 바닷가를 그릴 땐

직장생활에 실패해 바닷가를 찾았을 때의 패배감,

마침 친구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이 전해왔을 때의 씁쓸함,

일본 유학을 끝내고 가족과 여행을 왔을 때의 반가움,

저 멀리 새로 들어선 펜션과 대조되는 이제는 남의 집이 된 엄마가 태어나 자란 집,

밀려오고 쓸려가는 모래알갱이의 허무함과 같은 많은 기억이 교차했다.



타인에게 그림 한 장일지라도 나에게는 한 장의 앨범을 만드는 일과 같다.

그림을 취미로 갖게 되어 무척이나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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