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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캔버슬릭 Jun 02. 2023

책은 넓은 세상의 거울이다 [2]

경험을 통한 지혜는 한계가 있기에 책을 받아들입니다.


‘-습니다. -입니다’로 글을 작성하니 평소 쓰던 방식이 아니라 어색했습니다. 그냥 저의 스타일로 글 쓰는 게 맞는 듯합니다.



책을 왜 읽어야 하나요?

 수많은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현재는 아주 복잡하고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방식부터 돈을 버는, 집을 짓는, 부모 자식 관계, 마음, 도로, 국가, 미생물, 상품, 종교 등등 엄청나게 다양하고 복잡한 세상이다. 세상이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는 것은 살아가면서 서서히 이해하게 된다. 너무 다양하고 복잡해서 이를 다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릴 적부터 공교육을 통해서 기초적인 정보를 학습하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습은 둘째치고 학을 따라가는 것도 지친다. 학교를 벗어나면 다른 세상을 조금씩 배워가는데 자신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분야에 먼저 관심을 보인다. 또래집단에서 관심을 가지는 것은 자연스럽게 익혀가고 아직까지는 그것만 보인다. 도로 표지판을 누가 설치했는지, 아파트가 경매로 나왔는지, 누가 2 차관인지, 행정수도는 왜 만들었는지, 알라는 누구인지, 그레이는 진짜 존재하는지에는 아직 관심이 없다.


 지식은 그 나이에서 배울 수 있는 보편적인 정보를 습득하며 축적되어 간다. 공교육을 통해서만 세상을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채권을 배우지만 채권파생상품 구매 방법은 알려주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배운 것들을 통해서 살아가는데 큰 문제는 없다. 세상을 이해하는 것과 살아가는 문제는 다르니까 말이다. 산다는 것은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한 뒤에 하고 싶은 일들이나 재미난 일들을 하면서 보람차고 알차게 보내는 것을 뜻할 수 있다.


 세상을 이해하는 것은  살아간다는 것과는 다르다. 먹고사는 문제와 크게 상관이 없으며 모른다고 해도 이를 탓할 사람은 없다. 세상을 이해해야 하는 이유는 자신이 이해하고 싶기 때문에 하는 것이라고 본다. 철학자 융이 무슨 철학을 가졌는지 목수가 모른다고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식당 주인이 달라이 라마의 뜻을 모른다고 큰일 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책을 가까이하고 깊이 이해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굳이 하지 않아도 괜찮을 거 같은데도 기어코 한다. 지적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 있다. 잘 모르는 무엇인가를 알고 싶어서 책을 보는 사람이 있다. 자신이 잘 모르기 때문에 알려고 하는 호기심이다. 또는 통찰력을 위해 보는 사람도 있다. 세상을 관통해서 아주 잘 이해하고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응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 말이다. 특정 분야에만 호기심을 가진 사람도 있다. 정신세계나 철학, 과학, 주식, 부동산 등 특정 분야를 잘 이해하고 싶어서 책을 읽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책을 팔기 위해 책을 쓰기 위해 책을 평가하기 위해 읽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 모두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있다.

 

 책에는 세계의 구성이 있고 역사가 있고 비밀도 있다. 내가 가보지 못한 원시부족의 삶도 볼 수 있고 무의식의 세계도 느껴볼 수 있다. 아프리카로 여행을 함께 떠날 수도 있고 캠핑카를 타고 유럽을 떠날 수도 있다. 2차원의 도형이 사는 세계를 가볼 수도 있다. 과거 2500년 전 사람들의 모습과 생각들을 알아볼 수도 있으며, 그 이후부터 지금까지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 알아볼 수도 있다. 책은 시간과 공간에 담겨있는 흔적들 생각들 이야기들을 남겨둔 중요한 기록이다.


 한 노인의 인생에서 경험하고 쌓아왔던 생각들과 이야기들을 하나의 책으로 엮어서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도록 했다. 많은 경험을 통해서 자신이 느끼고 배웠던 것을 나눠주는 것이다. 그 경험은 쉽게 얻기 힘들고 아주 소중한 가치를 지녔다. 단돈 15,000원에 읽고 느끼고 이해해 보면서 그 노인의 인생을 통해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는 것이다. 그런 것들이 참 많다.


 자신의 차를 타고 초등학생 아들과 유럽 자동차 횡단 여행을 한 사람의 책은 자동차로 여행을 할 때 예측하지 못하는 일들을 미리 예상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그가 느낀 그 여행의 감정을 일부라도 느낄 수 있게 도와준다. 그 책들은 읽는 독자에게 가능성을 보여주며 희망을 주고 기대를 안겨주고 목표를 심어준다. 가격은 2만 원이 안되었던 걸로 기억한다.


 의사로서 섬에 찾아가 환자를 보살필 때 일어났던 일들부터 문둥병으로 고생하던 사람들의 이야기, 마음 아프지만 도울 수 없었던 아픔, 의사로서 모든 것을 다 해줄 수 없는 안타까운 마음 등의 감정을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곤충의 세계를 이야기하는 책, 독재를 에둘러서 이야기한 책, 죽음을 받아들이는 법을 알려주는 책, 종교에 관한 책 등 주변에서 듣거나 얻기 힘든 정보들은 책을 통해서 배워나간다.


 분명 책을 읽는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책은 지루하다. 그러나 그 지루함이 사라지고 책에 빠져서 저 책에는 어떤 내용이 있는지 저 작가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또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왜 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궁금해하고 고민하는 자신을 볼 수 있는 날이 온다면 책은 곧 즐거움이고 감사함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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