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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캔버슬릭 Jun 02. 2023

책이 어렵다고 느껴지는 이유 [1]

영화보다 뮤지컬보다 발레보다 더 어려운 것이 책입니다.


책이 쉽지 않은 이유

읽으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책을 읽으면 인생을 살아가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책을 읽는 사람이 생각보다 접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간혹 대화를 하다가 평소 독서를 하는 사람이란 걸 알게 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습니다. 관심분야가 어디이며 어떤 방식으로 책을 읽는지 물어보기도 하고 최근 읽은 책  내용에 호기심을 가지기도 합니다. 책을 매개로 서로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을 만나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흥미가 없는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며 권유한다고 해도 책을 구매하거나 빌려 볼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그저 독서를 졸리고 오래 걸리는 지루한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개인의 소중한 시간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개개인은 하루 동안 해야 할 수많은 일과 여유 시간이 한정되어 있습니다. 책 읽는 행위는 하루 일과 중 다른 어느 것들에 비해 항상 우선순위에서 밀립니다. 어쩌면 처음부터 대상이 아니기에 읽는 시간을 할애하기 힘든걸 수도 있습니다. 나를 위해 사용할 시간도 없는데 책까지 읽어야 하는 것은 시간낭비인 것 같고 심지어 돈도 듭니다. 그래서 잘 안 하게 됩니다. 하루에 많게는 2시간을 책 읽는데 쓰는 건 하루가 넉넉한 휴일에야 가능하겠죠. 나머지 시간에는 해야 할 일이 무척이나 많으니까요. 직장을 다닌다면 11시간은 온전히 회사에 써야 합니다. 6시간을 잠에 쓴다면 남는 시간은 7시간입니다. 아침에 1-2시간, 저녁에 4-5시간 정도입니다. 24시간 중 잠을 제외한 18시간에서 회사를 제외한 나머지는 그리 길지 않습니다. 각자가 하루 중 온전히 자신만을 위해 사용할 시간에 몇 시간을 책 읽는 것에 사용할지 계산해 보면 대부분 많지 않을 같다는 생각입니다. 보통은 이미 다른 일을 위해 할당해 뒀을 테니까요.


 하지만 그러한 환경에도 책을 많이 읽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우린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생각하기에 그들은 인내심도 강하며 책 읽는 것에 익숙해하기 때문에 책을 잘 읽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들도 그냥 무조건 인내심만으로 책을 읽지는 않습니다. 호기심에서 출발하기도 하며, 새로운 지식을 얻기 위해 읽기도 하며, 가르침을 받기 위해 읽기도 합니다. 괴로운 마음에 심리학 책을 보고, 1800년 전 철학자의 생각을 들여다보고 싶을 때도 봅니다. 목적은 다르겠지만 결국 책을 읽는 것처럼 무엇인가를 꾸준히 한다는 것은 개인이 추구하는 목표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책을 읽는 것에는 어떠한 계기가 있습니다. 재미나 흥미가 있어서 하는 것이지 아무런 이유 없이 시작하지 않죠.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도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죠.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이 궁금해서 책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방식입니다. 가장 큰 범주가 궁금함이기 때문에 하위  항목을 다 포함할 수도 있겠네요. 일상을 살다가 문득 궁금해지는 내용이 있다면 관련된 책을 구매하여 읽고 궁금증을 해소하는 것이죠. 물론 독서가 익숙하지 않다면 원하는 지식을 얻기는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타인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회 정치를 바라보는 시각이 나의 생각과 어떻게 다른지 궁금할 때 찾아봅니다. 과학적 생태계가 변해가는 모습을 타인의 생각을 통해서 들여다보는 것이죠. 또는 내가 알고 있는 통찰력이나 견해로만 이해할 수 없거나 올바른 생각인지 검증할 때 읽어봅니다. 세금의 분배방식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다른 국가의 세금 분배 정책을 확인해 보면서 수정해 가는 것이죠. 빈민을 위한 정책이나 부자의 사치 제재 등등입니다. 전체적으로는 정보를 얻고 담아두거나 수정하는 행동을 반복하며 나의 생각과 지식이 보다 더 확장되기를 원하고 좋은 이야기나 새로운 상상의 이야기를 들으며 만족감을 얻고 싶을 것입니다.


 일반적인 분량의 책 한 권을 읽는 것은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책 한 권의 글자 수는 몇 만자다 라는 통계가 있습니다. 10-20만 자 내외의 책들이 많이 있죠. 글자를 읽고 이해하는 과정은 사람마다 달라서 시간을 계산하긴 힘들지만 책 한 권에 5-6시간이면 보통일 거라 생각합니다. 방법론으로 속독하면 2시간에도 읽으시는 분이 계시기도 합니다. 익숙해지면 가능하죠. 속도와 이해도는 완전 별개라서 책을 빠른 속도로만 판단할 수는 없지만 3시간 안에 책을 완독 한다면 책을 쉽게 구매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책을 구매하고 시간을 내어 열심히 읽어도 아직 1/10도 읽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닭고는 책을 덮어버리기 쉽습니다. 책은 한 권이지만 페이지당 글자는 700자이고 전체 18만 자입니다. 웹 기사 글자수에 익숙해져 있다면 더욱 길어 보일 것입니다.


 책의 내용이나 구조 그리고 크기가 제 각각이라 책을 선택하기 쉽지 않습니다. 서점에 들러 책을 고른다면 그 크기와 내용이 바로 확인됩니다. 온라인에서 구매할 때도 가능은 하지만 쉽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보통 300페이지의 책들이 평균적입니다. 두 권을 합본하여 7-800페이지를 오가는 책들도 있고 200페이지가 안 되는 얇은 책도 있습니다. 페이지만큼이나 책의 크기도 각기 다릅니다. 우리가 아는 책의 보통의 사이즈보다 작은 책들은 페이지가 적고 글자 수도 적습니다. 그래서 가볍게 읽기에 너무 좋습니다. 부담 없이 말이죠. 일반적인 책의 크기라도 빈 공간이 많은 책들은 금방 읽기도 합니다. 그림이 많은 것도 마찬가지죠. 그러다 오랜 시간 자료를 수집하여 주장의 근거로 책의 2/3를 할당하는 책도 있습니다. 내용은 전문화되어 있고 단어는 어렵습니다. 너무 유명한 책인데 근거 이해하다가 중간에 포기하고 결론만 읽어 버립니다. 가령 한병철  '피로사회'를 구매할 때 마음과 완독 후 마음은 정말 다를 것입니다. 에세이집 수준의 얇은 책인데 내용은 다부지고 단단합니다. 책의 크기나 두께만 보면 안 되는 건 내용의 수준이나 공백, 그림 그리고 페이지당 글자수가 책의 난이도에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는 것인지 보고만 있는 것인지 구분하기가 힘들어질 때도 있습니다. 익숙하지 않을 때는 가볍게 생각하고 구매한 책일지라도 글자가 작아 보이고 읽고 있는 중인데도 앞에서 읽었던 내용이 전혀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집중하고 있는데도 졸리기까지 합니다. 희미하게 기억은 나는데 전체적으로 작가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정리가 안됩니다. 이런 상황이 책을 읽는 게 아니라 글자만 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말 그대로 책을 보는 것이며 내용을 모르는 것입니다. 이렇게 책을 접하다 보면 결국 재미도 없고 흥미도 없어집니다. 그래서 덮어버리고는 읽지 않게 되는 것이죠.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도 처음에 이런 과정을 겪기 마련입니다. 하루에 한 권씩 책을 읽는다고 말하는 사람이 부럽기만 한 시기죠. 사람이 어떻게 가능한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책을 많이 읽는 사람도 어렵고 지겨울 때가 있습니다. 이미 알고 있거나 공감하는 내용은 지루하지 않게 금방 읽습니다. 전문적 지식이나 근거가 나오면 집중력이 흐트러집니다. 그들과의 차이는 책 읽는 방법에 대해서 그들만의 방법을 스스로 찾아냈다는 것에 있죠. 속독을 하거나 미리 전체 내용을 훑어본다던가 목차를 보고 흐름을 파악한다는 등 말이죠.


 다양한 이유로 책을 읽는 것은 다른 무엇보다 복잡하고 어렵습니다. 그리고 앞에서 책을  읽는 이유는 계기가 있다고 말한 것처럼 필히 계기가 있어야 합니다. 어떤 책이든 가만히 있으면 처음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영화 리스트와 포스트만 보여주면 선택하는 시간이 길어집니다. 실패 확률도 높습니다. ‘영화가 좋다’나 ‘방구석 1열’ 프로그램을 보면 그 영화가 유료일지라도 구매해서 보게 됩니다. 이처럼 누군가 이 책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을 해주면 관심이 생기게 됩니다. 어떤 책을 들고 와서 수많은 정보들 사이에서 어떻게 핵심적인 정보를 찾고 소음은 어떻게 제거하는지 알려주는 책이라고 누가 말한다면 왠지 아주 조금은 더 관심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 몇 분 전만 해도 관심 밖의 대상이 였으니까요. 그래도 관심사가 아니라 패스하면 됩니다. 집에서 옷을 아주 간단하게 만드는 방법의 책이라고 한다면 관심이 생길 수 있습니다. 무관심은 호기심으로 바뀌고 그 책을 사서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흐를 수도 있죠. 잠을 자도 피곤한 사람에게 이 책은 램수면과 숙면의 반복을 분석해서 기상하기 몇 시간 전에 잠을 청해야 하는지 그리고 왜 주기가 반복되고 꿈을 왜 꾸는 게 안 좋은지 어떻게 하면 숙면시간을 늘릴 수 있는지에 대한 책이라고 말한다면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릅니다. 계기는 자신의 관심분야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조금만 가이드해 주면 관심의 대상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관심을 가져서 책을 구매하게 되면 자신과 싸움이 시작됩니다. 평소 할애하던 시간을 책 읽는 시간에 써야 하는데 무척이나 생소하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어차피 시간을 보내야 하는 회사 업무 중이나 누군가를 기다리는 자투리 시간이라면 차라리 책을 읽겠지만 회사에서 책을 마음대로 보거나 기다리는 짧은 시간에 책을 보려고 하지 않습니다. 나에게 시간이 있다면 평소에 하던 일들을 먼저 하려 할 것입니다. 그 시간도 부족한 거 같은데 말이죠. 그리고 자투리 시간을 위해 책을 들고 다니는 것은 참 힘들고 어려운 일입니다. 책을 읽으려는 마음이 있는 사람이라면 가능하겠지만 독서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큰 마음가짐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책과 친해지고 독서가 익숙해지는 것이 어려운 이유가 이런 계기나 관심, 시간을 들여야 한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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