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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캔버슬릭 Jun 12. 2023

나만의 글에서 공개된 글로 바꾸기

저장만 된 글은 완성도가 낮습니다.

 하루에 몇 글자를 정해두고 글을 쓰는 게 아니지만 보통 쓰는 양이 정해져 있다. 보통 1시간에서 2시간 정도 소요되는데 매번 글을 쓰려고 할 때 항상 아무것도 없는 쓸데없는 빈 글을 적다가 본격적으로 이어나가는 방식이다. 그러다 보니 처음 10분은 시동 거는데 쓰고 나머지에 할애한다. 대략 공백을 제외하고 2,000자인듯하다. 처음 100자에서 1,000자 그리고 2,000자를 쓰는 단계로 서서히 올렸으며 유명한 작가분들이 출판사에 제출하는 원고의 양을 들었을 때 이 정도도 나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아직 책을 한 권도 내보지 못한 아직은 자기만족의 작가라서 현업을 잘 몰라서 하는 소리일지도 모른다.


 하루에도 몇 시간씩 글을 쓰는 게 재미있는 날도 있다.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한 게 10년 전 인듯하다. 책을 읽다가 문득 왜 이런 방식으로 글을 풀어서 썼는지 작가의 의도가 모호하다고 생각되면서 직접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쓰기에 관한 책을 사서 읽고 필사를 해보며 나의 소소한 감정을 풀어냈다. 그리고는 나의 답답함이 해소되는 것을 느꼈다. 글을 읽는 독자를 배려하지 않는 나만의 방식이었지만 필사와 글쓰기는 의외로 질리지가 않는다는 걸 느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잘 알고 있는 내용은 글의 끊어짐이 없이 다음에 나올 내용이 이미 정해져 있는 상태로 글을 쓰게 된다. 한 줄 한 줄 쓰는 게

가볍고 쉽다. 근거자료도 쉽게 찾을 수 있고 내용에 확신이 있다. 그러다 보면 시간은 금방 흐른다.


  처음 글을 써보기 시작할 때는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몰랐다. 글을 쓴다는 것이 지식을 저장하고 타인으로 전달되는 역할을 한다는 생각이 강해서 정보를 전달하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그래서 쓴 게 ‘철학이 나의 생각을 지배하는 방법‘이라는 주제로 쓰던 아직은 완성되지 못한 채 내팽개 쳐져있는 글덩어리이다. 지금 읽어보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는 알겠지만 글의 흐름이 없고 처음과 끝이 모호한 글이다. 작가가 글을 쓸 때 독자가 글을 읽고 얻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면 글이 자꾸 산으로 간다는 걸 이 글을 통해서 느낀 듯하다. 엄청나게 많은 시간을 들여서 글을 썼지만 완성하지 못하고 끝내 중단한 게 속상하지만 더 이상 저 글을 수정할 엄두가 나지 않았던 거 같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건 글의 완성도를 높이고 싶음이다. 공개되지 않고 스크리브너에 갇혀있는 글들을 보면서 조금은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좋은 글인지 아닌지는 읽는 사람들이 평가하겠지만 나 스스로가 이 글들을 부끄러워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꼭 나의 글들이 원고가 되어야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다가 예전에 호기심으로 작가만 등록해 둔 브런치에 더 신경 써서 글을 올리면 좋겠다 생각했다. 보다 더 짜임새 있고 정교하게 글을 쓰도록 고민하고 연구하다 보면 지금보다 더 좋은 글이 나올 거라 생각했다. 타인에게 보여주는 글을 쉽게 생각하고 쓸 수는 없는 노릇이다. 혼자서 쓴 글을 가지고만 있으면 아무래도 오탈자나 문맥을 다시 고치려고 하지 않는다. 어차피 혼자 볼 내용이고 연습용이라고 생각해 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글을 더욱더 외부에 노출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정교하게 글을 쓰는 연습도 필요하며 시간이 흐르면 그것이 습관이 될 거라 생각하면서 말이다.


 온라인 특성상 긴 글을 좋아하지는 않는 것 같다. 책과 영화를 주제로 운영하던 블로그에서 글이 좀 길어지고 사진이 없는 게시글은 읽은 시간이 평균적으로 1분을 못 넘긴다. 시중에 많이 알려지지 않는 책에 관해 게시글을 올리면 특정 집단에서 많이 읽는데 보통 평균 6분 이상을 소요한다고 집계된다. 정말 필요한 정보라면 글의 길이에 관계없이 읽는 것으로 보이지만 흔한 정보는 답답해 보이면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온라인이나 블로그는 빠르고 쉽게 정보를 수집하는 듯 보인다. 그럼에도 브런치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접하는 매개체라 긴 글도 쉽게 수용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책이란 게 원래 문단이 길고 내용이 멀어서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것이니까 말이다. 온라인이지만 브런치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그렇지 않을까 했다. 아직은 모르지만 그게 중요할까라는 생각을 하기는 한다.


 온라인에서 책의 고전적인 형태를 갖추어야 할 필요는 없다. 기존의 책이 18만 자와 300페이지라는 일정한 기준이 있다고 해서 그 규칙에 따를 필요는 분명 없다. 3만 자도 안 되는 얇은 책인데도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는 ‘공산당 선언’이 있다. 책의 그 형태와 분량은 작가의 의도에 따라 달라질 것이므로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의미가 없을 것이다. 무엇을 주제로 글을 쓰더라도 독자에게 전달되면 되는 게 아닌가. 누군가의 규제에 의해서 글이 작성되는 것도 아니고 강압적으로 해야 하는 것도 아닌 자유로운 환경이다. 글의 글감도 내가 정하면 되고 언제든지 글을 쓰고 다양한 시간에 글을 내놓으면 된다. 어떠한 구속도 없다.


 서점을 들려 책을 구매하는 것을 취미로 가질 때가 있었다. 점심시간이 되면 밥을 먹지 않고 서점에 가서 책을 1/3 가량 읽고 구매하여 그날 완독을 하는 게 삶의 낙이였다. 그 시절은 주변환경이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만들어져 있었다. 한 달에 책값만 30만 원씩 나간다는 걸 알았지만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그 시절 알게 된 게 이상하게도 모든 책들의 두께가 일정하고 그 양도 비슷하다는 것이다. 마치 그렇게 해야 출간시켜 주겠다는 것처럼 말이다. 외국의 번역본들도 다르지 않았다. 두꺼운 책이 물론 존재한다. 그럼에도 그 책을 읽어보면 대충 2권의 분량이 나온다. 나만의 착각일 수 있겠지만 그리고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랬다.


  온라인의 독자가 짧은 글을 선호해도 개인의 기호로 기본 구성으로 쓰는 걸 좋아한다. 글을 짧게 쓰는 건 생각보다 쉽다. 나의 생각의 목적과 과정을 풀어내는 단계가 간소화되어서 서론 본론 결론이 쭉쭉 넘어간다. 긴 글들은 각 단계에 근거를 찾고 보충 설명이 들어가면서 길어진다. 그러면 독자는 이내 지쳐버린다. 그래서 결론이 무엇인지 자꾸 묻는 거 같다. 하지만 쉽게 말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비트겐슈타인의 언어의 한계에 동의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온라인이지만 진정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내용과 형태를 유지하고 싶다. 정답은 없겠지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난 무엇을 위해서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있는 건가. 앞서 말한 대로 나의 글이 좀 더 정교해지길.


‘혼자 가지고만 있으면 너무 편하게 대충 글을 쓰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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