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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석 Nov 16. 2023

틈 사이에 괴인이 산다

독립영화 '괴인' 불안한 균형과 그 틈 사이 새어 나오는 우리의 모습


괴인이라고 하면 공포영화나 스릴러에서나 볼법한 제목 정도라고 생각하거나 비주류 장르에서 들을 수 있는 제목이라고 생각했는데 독립영화 제목이 '괴인'이다. 어떤 이야기일까 궁금했다. 괴인은 말 그대로 괴상한 사람을 말한다. 평범하지 않고 생김새가 이상하든지, 성격이 이상하든지 좀처럼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을 뜻한다. 그렇다면 이 영화에서 괴인은 실제 존재하는가. 영화를 열심히 봤다. 어떤 부분에서 괴인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누가 괴인인지 말이다. 정말 괴인이 나오는지 말이다.


주인공인 목수 기홍은 업력 2년 차 정도 되는 인테리어 목수다. 그것도 반장. 경력으로 치자면 한참 배워야 할 때인데 반장 타이틀을 달고 현장에서 일한다. 고향 친구와 함께 일하고 있는 그는 흔히 볼 수 있는 노동 현장의 캐릭터인데 그렇다고 현장에 최적화된 사람은 아닌 것 같다. 인테리어 일을 하고 싶어서 하는 건지, 돈을 벌기 위해 하는 건지, 아님 둘 다인지. 어쨌든 기홍은 반장이고 싶어 한다. 인테리어는 수단일 뿐 반장 타이틀이 더 중요하다. 영화는 일상의 사소함을 이어가며 기홍의 삶을 보여준다.


무슨 이유에선지 기홍은 도심 외곽으로 이사를 하게 됐고 그곳에서 집주인 부부를 만난다. 기홍은 낯선 집으로 거처를 옮기고 오히려 자신을 가장 잘 모르는 타인 속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반면 자신을 가장 잘 아는 가족과는 불편하다. 불안한 삶을 이기기 위해 다시 불안한 삶으로 뛰어든다. 불안하지 않으면 편하지 않는 이상한 상황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때부터 기홍의 모습이 좀 더 선명히 보였다. 익숙함에서 벗어나 다시 낯설음을 찾아가는 기홍의 여정. 영화는 평범한 일상 속에 일련의 사건이 생겼을 때 그것이 어떻게 변해갈 수 있는지 보여준다.


운 좋게 영화를 두 번 봤다. 첫 시사회에 초대되어 서울에서 한 번 봤고, 파주 헤이리 시네마 시사회에 당첨되어 두 번을 봤다. 두 번을 보니 모르고 것들이 보였다. 주인공 기홍부터 친구 경준, 피아노 학원 원장, 집주인 부부, 그리고 그녀. 서로 자신의 삶의 기준에서 타인을 대하고 그 삶들이 부딪힌다. 각 캐릭터들의 필요 이상의 의심과 불안 속에서 가장 정상인 듯 보이는 친구 경준은 정도를 걷고 싶어 한다.


영화를 보면 틈이 자주 보인다. 건물과 건물 사이, 사람과 사람 사이, 사랑과 연민 사이, 욕심과 불안 사이. 의심과 증오 사이. 틈을 보며 관계에 대해 더 생각하게 된다. 어쩌면 괴인은 좁디좁고 누구나 가기 싫어하지만 반드시 존재하는 그 작은 틈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독립영화 #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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