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서울 강서구에 있는 안과에 다녀왔다. 안진(동공 떨림) 증상이 있는 둘째 유민이가 그동안 혹여 더 나빠지지 않았을까 노심초사하며 여러 검사를 했다. 시력을 정확히 측정할 수는 없지만 대략 양쪽 평균 0.35 정도로 측정이 됐다. 왼쪽이 더 안 좋다. 기존 안경 도수가 맞지 않아 정밀검사 결과지를 가지고 안경점에서 새 안경을 맞췄다. 안경이라고 해봐야 0.35에서 0.45 정도로 1 정도만 올라간다고 한다. 그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냐마는 그래도 그 적은 시력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안경 100개라도 못 사줄까.
평소에 책을 많이 읽으면 힘들어하고 사람을 볼 때 눈을 치켜뜨며 보는 것 모두 눈의 피로감과 초점을 맞추기 위한 노력이라는 걸 의사로부터 들었다. 책을 더 읽어보라고 다그치고 눈을 그렇게 뜨고 쳐다보지 말라고 한 내 모습이 부끄러웠다. 의사로부터 유민이가 그래도 수술해야 하거나 크게 나빠지는 상황은 아니고 약 먹고 꾸준히 관리를 해주면 지금보다 조금씩 나아질 수 있을 거라는 얘기에 얼마나 펑펑 울고 싶었는지 모른다. 살아만 있기를, 살아만 주기를 바랐던 그때의 간절함은 어디 가고 더 나아지기를, 더 잘하기를 바라는 내 욕심이 유민이를 힘들게 했을 거라는 생각에 그저 미안하고 미안했다. 건강하게 태어났더라면, 좀 더 좋은 아빠를 만났더라면 더 행복할 수 있을 텐데. 자책감이 들었다.
병원을 나와 서울 신당동 즉석떡볶이를 먹으러 갔다. 큰 아들 지민이도 같이 가면 좋았겠다고 생각했다. 아내와 유민이 나 이렇게 셋이 3인 세트를 시키고 라면 사리를 하나 더 시켰다. 먹다 부족해 라면 사리와 어묵을 추가했다. 결국 라면 사리는 기본 포함해 3개를 먹었다. 1인 1 라면이라고 유민이에게 말했다. 의미를 바로 알지 못하는 유민이에게 설명을 해줬다. 아빠 닮아서 라면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먹는다. 먹는 중에 맛있게 먹고 있는 유민이를 보며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긴장에서 포만감으로 이어진 서울에서의 일을 뒤로하고 파주를 향했다. 오후의 강변북로는 꽤 막히는 구간이 많았다. 지루한 시간 아빠의 실없는 농담에 목이 쉬어라 짜증을 내며 동시에 웃고 있는 유민이를 보며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한바탕 웃고 다시 살아간다. 살면서 여러 힘든 일들이 쉼 없이 있지만 그래도 살아 있음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