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그림 묵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원석 May 20. 2024

2시간보다 긴 3초

느림에 관하여


며칠 전 길을 걷다 종종걸음으로 길을 재촉하는 노인을 봤다. 양산 아래 그늘을 벗 삼아 걷는 노인의 걸음은 작은 보폭으로 걷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느리지도 않았다. 평소 이상하리만치 노인에게 눈길이 많이 간다. 급하디 급한 세상 속에서 느리게 걷고 조용히 앉아 있는 노인의 모습 속에서 쫓기듯 살고 있는 내 모습이 비쳐 보인다면 좀 이상한 걸까. 노인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좀 천천히 가도 된다고, 쉬었다 가라고 말하는 것 같아 마음에 꽤 위로가 된다. 그날 푸근한 햇살을 피해 펼쳐진 하얀 양산과 적당히 느린 걸음의 노인은 불과 3초 정도밖에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여러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2시간이 넘는 영화보다 때론 짧은 만남이 더 많은 이야기를 해주는 것 같다. 


@원석그림



#원석그림 #일러스트레이션 #햇살 #노인

매거진의 이전글 지워야 할 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