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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석 Jun 08. 2024

납북된 자와 남겨진 자들로 살아가고 있는 우리

국립 6.25 전쟁납북자기념관


가고 싶은 길을 갈 수 있다는 것은 어떤 때엔 너무나 어렵고 더디기만 하다. 더욱이 그 길이 아는 길이고 추억이 담긴 길이라면 더 그렇다. 분단의 비극은 너무나 많은 사람들을 실향민으로 만들었다. 이념의 희생양이 되어 전쟁터로 끌려간 사람들, 납치와 죽임으로 가족과 생이별한 사람들.


전쟁은 사람들을 갈라놓았다. 몸이 멀어지게 하고 마음이 멀어지게 하며 가까이 갈 수 없는 담을 둘러 여전히 총부리를 서로에게 겨눈 체 돌아가지도 돌아올 수도 없게 만들었다. 바로 눈앞에서 적에게 끌려간 아버지, 피 흘리며 죽임을 당한 형제. 비극의 역사는 남북 전쟁 이전에 일본으로부터 시작되어 세계 열강의 개입까지 숨 쉴 틈 없이 폭풍처럼 몰아쳤다. 가족은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들이었다. 희생과 이별의 아픔은 무 자르듯 단칼로 베어져 살아남은 자들은 슬플 겨를도 없이 당장 내일의 끼니를 걱정하며 살아내야 했다.



해방 후 불안한 정국에서도 성실히 일상을 살아갔던 이들은 전쟁이 터지자 가족과 피눈물 나는 생이별을 했다. 안방까지 쳐들어온 인민군에 의해 아버지가 끌려가는 것을 그저 볼 수밖에 없었던 남은 가족들. 아내와 어린 자녀들을 두고 끌려가야 했던 아버지. 전쟁의 상흔은 폭격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뿐만 아니라 집안 곳곳에 어지럽게 찍힌 군화 발자국으로도 이어졌다.


파주 임진각에 가면 <국립 6.25 전쟁납북자기념관>이 있다. 납북된 이들의 자료와 남은 가족, 그 시대 북한의 엘리트 납치 계획 등 납북에 관해 자세히 알 수 있다. 파주 주민인 나는 사는 곳과 멀지 않은 곳에 임진각이 있어 종종 가는데 납북자기념관이 생긴 뒤로는 이곳에 자주 간다. 잘 몰랐던 납북자들의 비극을 전시를 통해 자세히 알 수 있었다. 남겨진 기록, 증언, 자료, 인터뷰는 그날의 아픔을 생생히 전해주었다. 납치된 이들의 삶은 어땠을까. 사람대접도 못 받으며 이리저리 끌려다녔을 심정은 어땠을까. 이 땅의 전쟁은 아직까지 종결되지 않았고 우린 납북된 자와 남겨진 자들로 살아가고 있다. 그날의 슬픔을 어떻게 치유할 수 있을까.



이 글을 읽는 분이 계시다면 시간을 내어 <국립 6.25 전쟁납북자기념관>에 한 번 가보길 권한다. 알려지지 않은 많은 이야기들, 우리였던 사람들, 가족이었던 그들을 귀한 자료를 통해 볼 수 있다. 6월이다. 더 더워지기 전에 꼭 한 번 가보길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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