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카야마 미호가 세상을 떠났다.
“잘 지내나요? 저는 잘 지내고 있어요.” 이 평범한 안부인사가 그토록 마음 아팠던 영화 ‘러브레터’의 주인공 나카야마 미호가 세상을 떠났다.
러브레터는 내가 가장 많이 본 영화이자 가장 좋아하는 영화다. 늦은 새벽, 작업하다 눈이 감기면 졸릴세라 부랴부랴 늘 배경 음악처럼 틀어 놓았던 영화. 겨울이면 꼭 찾아보는 영화. 이 러브레터의 주인공 나카야마 미호가 숨졌다.
눈밭에서 설산을 향해 “잘 지내나요? 저는 잘 지내고 있어요.”라고, 외쳤던 그녀가 이제 메아리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발이 푹푹 빠지는 눈밭을 힘겹고 씩씩하게 걸어가는 주인공 미호. 그 모습을 아주 천천히 줌아웃하는 첫 장면을 나는 가장 좋아한다. 그 풍경과 음악이 어쩌면 그렇게 쓸쓸하고, 외롭고, 따스하기까지 한 건지. 겨울을 더할 나위 없이 보여주는지. 보고 또 봐도 좋다.
사람은 결국 언젠가 죽기 마련이지만 이런 비보가 들려올 때마다 지금 내가 사는 세상과 언젠가 마주할 삶의 끝자락이 마치 추운 겨울 혀 끝에 스테인리스가 단 것처럼 쌉쌀으로 느껴진다. 그녀가 보낸 편지는 설산 깊숙이 묻혀 다시 돌아오지 않게 됐고 안부인사도 듣지 못하게 됐다.
“잘 지내나요? 저는 잘 지내고 있어요.” 이 흔한 안부인사가 어려운 겨울이다.
영화 속 미호도. 대한민국도. 내 삶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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